땅길 금강산 관광이 시작된 것은 2003년 2월이었다. 바닷길 금강산 관광의 문을 연 것이 1998년, 50년 남북분단의 장벽은 바닷길에 이어 땅길까지 열리면서 비로소 허물어지는 듯 했다.
땅길로 금강산 관광이 시작된 그해 2월 14일, 일반인 관광에 앞서 시범관광이 이루어졌다. 금강산관광사업을 추진한 현대아산이 각계에서 초청한 466명이 분단 이후 군사분계선을 넘어서는 ‘역사의 증인’이 됐다. 언론계 초청자만 100여명, 세계에서 하나 남은 분단국가의 역사 현장을 기록하려는 외신기자들의 취재 열기가 유난히 뜨거웠다.
시범관광단이 된 덕분에 갖게 된 2박3일 땅길 첫 금강산관광은 짧지만 길고 긴 여행이었다. 2월 14일 시범관광을 앞두고 통일전망대에서는 동해선 임시도로를 개통하는 행사가 열렸다. 개통식은 막혔던 남북 땅길을 여는 역사적 의미를 갖고 있었지만 그즈음 불거진 현대상선의 대북송금 여파로 행사는 간소하게 치러졌다.
시범관광단은 통일전망대에서 북쪽 땅을 통행할 수 있는 버스에 갈아타고 출발했다. 꽃 장식을 한 작은 버스 스물 두 대가 비무장지대와 군사분계선을 넘어 북쪽 땅에 들어서기까지 걸린 시간은 불과 1시간 남짓. 녹슨 군사분계선에 의지해있던 비무장지대 50년, 통한의 역사는 그 순간 ‘과거’가 되었다.
북방한계선을 막 통과했을 때 인민군 두 명이 나타났다. 버스 바로 옆으로 행진하듯이 걸어온 그들이 버스에 올라왔다. 버스 안은 적막감이 흘렀는데, 그들 역시 긴장하고 있음이 분명했다. 순간 어딘가에서 취주악 연주 소리가 들려왔다. 맨 앞 선두 버스가 도착한 곳에서 열린 북측의 환영행사였다.
남측의 금강통문을 통과해 장전항까지 이르는 길은 육로관광 도로가 완공되기까지 임시로 사용하는 길이었다. 길옆으로는 금강산으로부터 흘러 모인 적벽강이 가까이 왔다 멀리 갔다하기를 여러 번 반복하다 자취를 감추었다. 고성군 마을로 들어서는 초입부터는 남쪽의 금강산관광객을 위해 만들어진 길이 시작됐지만 철책으로 갇힌 탓에 차 두 대가 겨우 왕래할 수 있을 정도의 좁은 아스팔트 도로였다. 이후 수많은 남쪽 사람들이 버스로 승용차로 군사분계선을 넘어 그 길을 따라 금강산에 안겼다.
그때만 해도 곧 남과 북이 하나 될 날이 머지않았다고 기대했었다. 그러나 아쉽게도 땅길은 다시 막혔다.
남북정상회담이 오늘 판문점에서 열린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기 위해 군사분계선을 지나 남측으로 이동한다. 회담과 회담 사이에는 소나무를 심고 산책을 하며 담소를 나누는 일정이 예정되어 있다. 땅길까지 막혔던 지난 10년을 돌아보면 상상하기 어려운 풍경이다.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오늘, 대한민국은 비로소 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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