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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따라 맛 따라] 9. 전주 남부시장 맛집 - 시장에서 조달한 신선한 재료로 만든 소박하고 정겨운 맛

과거 조선 3대 시장 번영 누려…최근 문화복합공간으로 각광
12가지 싱싱한 야채류 넣어서 비벼먹는 보리비빔밥 맛 감탄
질좋은 멸치로 우려낸 육수에 말아먹는 3900원 착한 국수도
유명한 남부시장 콩나물국밥 가게별 독특한 레시피 자랑해

▲ 2014년 개장해 명물이 된 전주 남부시장 야시장 전경.
▲ 2014년 개장해 명물이 된 전주 남부시장 야시장 전경.

전주 남부시장은 조선시대의 3대 시장으로 불렸을 정도로 번성했다. 과거의 화려한 명성은 사라졌지만 시장 내 곳곳에는 오랜 된 세월만큼이나 명소들이 많다. 미곡거리는 과거 1960년대 70년대 전국의 쌀 시세를 좌지우지할 정도로 번성했던 곳이다. 또한 대를 이어 운영하고 있는 철물점과 가구점, 대나무 및 목제품 상점 등이 남부시장의 연륜을 말해주고 있다.

보물 제308호로 보존되고 있는 풍남문은 남부시장의 상징이다. 동학농민혁명 당시 전주성을 점령한 동학농민군의 숨결과, 3.13만세운동 당시 태극기가 펄럭이었던 역사를 남부시장은 기억하고 있다. 세월호 사건 때 분향소가 차려지고,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을 외치며 촛불을 밝혔던 곳이기도 하다. 역사의 굴곡이 있을 때마다 남부시장은 이렇게 시민들과 애환을 같이 했다.

그 역사만큼이나 전주 남부시장은 여러 개의 얼굴을 갖고 있다. 낮과 밤의 모습, 평일과 주말의 풍경이 다르다. 접근로에 따라 아주 다른 모습으로 다가온다. 무질서 속에 질서가 있다. 오래된 전통시장의 힘이다. 최근 새롭게 단장된 풍남문 광장에서는 각종 문화 공연이 수시로 열리고 있는 등 남부시장은 단순 상거래만이 아닌 문화와 함께 어우러진 복합공간으로 자리하고 있다.

특히 전주 남부시장의 청년몰과 야시장은 쇠락해가던 전통시장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으며 전국 전통시장의 모델로 떠올랐다. 시장 내 2층에 마련된 청년몰은 2011년 남부시장 내 빈 공간을 재정비해 독특한 문화를 창출하고 있다. 전국 전통시장 최초로 2014년 문을 연 남부시장 야시장은 매주 금요일과 토요일 밤을 밝히며 전주 관광객들의 필수코스로 자리 잡았다. 한옥마을의 관광 영역이 남부시장으로 넓히는 데 톡톡히 역할을 했다.

시장이 갖고 있는 큰 자산이 서민들의 먹을거리다. 남부시장 역시 순대·콩나물 국밥·국수 등 서민들이 한 끼 해결할 수 있는 음식을 중심으로 맛집들이 즐비하다. 한옥마을이 전국적인 관광지로 뜨면서 남부시장 맛집도 덩달아 기세를 올리고 있다.

△순자씨 보리밥 줘

순자씨 보리밥 줘 '보리비빔밥'
순자씨 보리밥 줘 '보리비빔밥'

전주 남부시장 청년몰에 자리 잡은‘순자씨 보리밥 줘’는 식당 이름부터 정겹다. 흔한 사람 이름에다 보리밥 메뉴, 응석 부리는 어투까지 전통시장에 똑 어울리는 이름이다. 식당 풍경과 음식 차림도 이름과 동떨어지지 않다. 주 메뉴는 보리밥이다.

왜 보리밥인가. 식당에‘보리의 효능’을 큼지막하게 적어놓았다. 성인병과 대장암 예방, 당뇨·변비·각기병 예방에 좋다는 예찬론을 편다. 보릿고개를 겪으며 쌀밥이 귀했던 시절을 생각하면 별미가 된 보리밥이 새삼스럽다.

이 집 보리밥을 맛있게 먹는 방법이 식당에 걸려 있다. 양푼을 들고 보리밥을 넣은 후 여러 나물과 강된장, 고추장, 참기름을 넣고 맛있게 비벼 드시라고 친절히 안내하고 있다.

비빔밥으로 준비된 재료는 12가지. 무생채, 열무김치, 호박, 시금치, 콩나물, 버섯, 상추, 고사리 등 싱싱한 야채류가 뷔페식으로 준비됐다. 보리밥 역시 셀프며, 무한리필이다. 여기에 계란 프라이가 얹힌다. 시래기 된장국과 동태찌개가 국물로 제공된다. 2명이 1만원으로 보리밥과 다채로운 비빔재료, 찌개까지 이렇게 양껏 호사를 누리는 곳이 시장 속 아니면 찾기 힘들 것 같다.

식재료에는 주인의 정직함이 묻어난다. 모두 남부시장에서 구입한 재료들이다. 보리는 별도 유통과정을 통해 구입한단다. 오랜 연륜과 정성을 담은 음식들이 시골 밥상 느낌을 주면서 향수까지 불러일으킨다.

한옥마을에 관광객들이 몰리고 남부시장 청년몰이 뜨면서 더 유명해졌지만, 청년몰이 만들어지기 전부터 남부시장의 명물이었다. 19년 전 이곳에 둥지를 튼 청년몰의 터줏대감이다. 집 주인‘순자씨’가 청년몰의 가장 나이 많은 8순을 바라보는‘청년’이다. 주인의 본래 이름은 최영숙씨지만, 딸이 만든 상호명인 순자씨로 통한다. 어머니 성품을 닮아 서글서글한 딸이 식당 일을 거든다.

한 때 새벽 4시부터 문을 열었으나 현재 영업시간은 오전 10시~오후 8시다.

보리밥 5000원, 국수 4000원, 라면 3000원, 깨죽 4000원·전화 063)282-2168

△세은이네

▲ 세은이네 멸치국수
▲ 세은이네 멸치국수

국수는 입맛이 없을 때 점심 한 끼를 가볍게 해결할 수 있는 음식이다.‘후루룩’먹다에 어울리는 음식이 국수다. 시장뿐 아니라 웬만한 골목이면 으레 소문난 국수집이 있다. 모악산쪽에‘옛날국수’가, 전주 인후동에‘이조국수’, 덕진동에‘여만국수’, 송천동에‘손가네바지락칼국수’가 이름값을 한다. 전주 한옥마을의 베테랑 칼국수는 관광객들로 문전성시다.

남부시장에도 숨은 국수 맛집이 있다. 노란 간판이 인상적인‘세은이네’다. 10년 넘게 완산경찰서 부근에 있다가 지난해 남문목욕탕 1층으로 자리를 옮겼다. 집 주인이 딸 이름을 간판으로 걸 만큼 음식에 자부심이 담겼다. 질 좋은 멸치와 신선한 채소로 우려낸 진한 육수가 맛의 비결이다. 매일 뽑은 육수를 조금씩 남겨 다음날 끓일 육수의 씨앗으로 삼아 한결 같은 맛을 낸다. 직접 담근 집 간장 또한 음식의 신뢰를 더해준다.

세은이네 '백반정식'
세은이네 '백반정식'

멸치국수 전문이지만, 집밥 같은 백반도 손색이 없다. 호박무침, 멸치고추볶음, 오이소박이, 시금치, 고등어조림 등 몇 개 안 되는 반찬이지만 주인의 손맛과 정성이 듬뿍 들어있다. 청국장·아욱국·소고기 미역국·굴 미역국 등 국내 식당 식단처럼 매일 돌아가며 나온다. 공기 밥이나 국수사리를 추가로 주문할 땐 비용을 따로 받지 않는다. 토요일은 멸치국수만 취급한다. 손님들의 주문에 따라 맞춤형 음식을 제공하기도 한다.

멸치국수 3900원, 백반 6000원·전화 063)283-3376

△다올 콩나물국밥

다올 콩마물국밥 '콩나물국밥'
다올 콩마물국밥 '콩나물국밥'

전주 콩나물국밥이 전국적인 음식으로 자리 잡는 데는 남부시장이 큰 역할을 했다. 전국적인 체인점을 갖고 있는 현대옥의 모태도 남부시장이다. 운암콩나물국밥, 엄마손해장국, 그때그집, 대한민국 콩나물국밥, 우정식당 등 남부시장에 자리 잡은 콩나물국밥집 마다 각기 독특한 레시피로‘최고’의 맛집임을 자부한다.

청년몰 입구에 자리 잡은 다올 콩나물 국밥집 역시 미식가들에게 잘 알려진 맛집이다. 현 주인은 현대옥 창업주의 이종 조카다. 옛 명성옥을 운영하던 현대옥 창업주 동생의 딸이 대를 잇고 있다. 전주지방법원 앞에서 영업을 해오다 8년 전에 남부시장에 둥지를 틀었다. 매콤하고 시원한 국물맛을 내는 비결은 남편도 모른단다. 즉석에서 다지고 썬 마늘과 파를 국물에 넣어 입맛을 돋우게 만든다. 열무김치도 일품이다. 갓 데친 오징어, 두 개의 수란, 싱싱한 김이 인상적이다.

집 주인은 관광객들이 그리 반갑지만은 않다고 했다. TV 방송 섭외도 거절한단다. 전주의 고객들을 중심에 둘 때 오래갈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술을 판매하지 않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콩나물 국밥 6000원, 오징어 4000원·전화 063)254-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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