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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선거 후보에게 묻는다

자신의 영달을 위해 나섰나
주민과 지역 위해 출마했나
확신 없으면 지금 그만둬라

▲ 문화사업국장 겸 논설위원

지방선거가 한달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자치단체장이나 지방의원 유력 후보군의 윤곽이 확연히 가시권에 들어왔다.

이번 선거에서는 지사, 교육감, 14개 시장·군수, 도의원 39명, 기초의원 197명 등 252명을 선출한다. 중도에 포기한 이들까지 포함하면 얼추 600명이 훌쩍 넘는 후보군이 도전장을 던졌으나 이제 점차 최종 후보만 남는다.

1961년 5·16 군사쿠데타로 인해 막 싹을 틔우던 지방자치는 없어지고 관선에 의한 행정이 이뤄졌기에 우리의 지방자치 역사는 일천하기 그지없다.

무려 30년만에 1991년 지방의회 선거의 부활, 그에 이은 1995년 자치단체장 선거를 치르면서 전북의 지방자치는 수많은 에피소드를 남기며 조금씩 발전했다. 듣지도 보지도 못했던 지방자치의 부활은 시행초기 수많은 갈등과 시행착오를 거듭했지만 그 방향만큼은 시민권의 확대를 향해 나갔다.

1991년 봄 기초의회와 광역의회 선거는 시종 흥미로웠다.

도내 지역의 경우 전주지역 최대 운수업체 사장이 전북은행 노조위원장 출신 젊은이에게 떨어졌고, 도내 최대 건설업체 사장도 목욕탕 때밀이 출신 후보에게 밀렸다. 특정정당의 광풍이 휘몰아치던 시절에 학력이나 경력, 재력 등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첫 단체장 선거 때 고졸 출신 정당인이 서울법대 출신 명망가를 이겼으나 놀라는 이는 없었다.

1991년 7월 무려 30년만에 도의회가 개원했으나 관선도지사는 ‘듣보잡’출신 민선 지방의원을 인정하지 않았다.

최용복 당시 전북지사는 없던 지역 순시일정을 만들어 고의로 도의회 개원식에 출석하지 않았고, 이후 집행부와 지방의회는 지루한 힘겨루기를 벌였다.

도의회를 예로 들면 당시 의원들은 크게 3개 부류였다. 오랫동안 지역위원장을 모시며 지구당 주변을 맴돈 당료나 보좌관 그룹, 사회 각 분야에서 나름대로 성공한 정치지망생, 학생운동이나 사회운동가 그룹 등이다.

공직자 출신으로는 도청에서 국장을 지낸 국승록씨(훗날 정읍시장 역임)가 유일했다.

지구당 주변에 있던 정치지망생 중에는 제대로 된 학교를 나오거나 평생 직업 한번 가져보지 못한 사람이 많았으나 정치인으로서 이들은 뚜렷한 결기를 가지고 있었다.

공직사회의 잘못을 제대로 짚어내고 이를 통해 자신의 정치적 성장을 도모하는 이들이 많았다.

하지만 평소 정당 주변에서 놀던 사람이 어느날 의원 배지를 떡하니 달고 왔으나 이를 인정받기에는 많은 시간이 걸렸다.

대표적인 경우가 도청 이정규 국장과 김세웅 의원의 대결이었다.

집행부에서 통과를 원하던 조례가 계속 태클을 당하자 간담회 도중 이정규 국장은 김세웅 의원에게 폭언을 했고, 김 의원은 국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등 급기야 이 문제는 정치쟁점화되기에 이르렀다.

도의회 초창기 에피소드를 남겼으나 훗날 이정규 국장은 민선 남원시장, 김세웅 의원은 민선 무주군수를 지냈다.

그런가 하면 도의회 행정사무감사 도중 무주군의 한 과장은 감사장에서 담배까지 피울 만큼 지방의회를 인정하기 싫어했고 도의원들은 공개 석상에서 지사에게 사과를 요구하는 일까지 있었다.

집행부 간부 중에도 결기있는 이들이 왕왕 있었다.

늘 굽히고 겸손하던 하광선 국장은 자신이 모시던 이강년 지사에게 무례하게 굴던 도의원과 공개석상에서 삿대질을 해가며 나름대로 권위를 지키려는 모습도 기억이 생생하다.

20여년의 세월이 흐른 오늘날 지방선거 후보들은 학벌도 높아지고 경륜도 풍부해졌으나 사명감과 결기를 갖춘 경우를 찾기 어렵다고 한다.

단체장이 됐든, 지방의원이 됐든 이 순간 스스로 물어야 한다.

“나는 정녕 자신의 영달을 위해 나섰나, 아니면 주민과 지역사회를 위해 출마했나?”

확신이 서지 않으면 지금이라도 그만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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