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학농민혁명 최후의 70일, 가장 절박하면서도 찬란했던 날들이 소설로 재탄생했다.
고창 출신 이성수 소설가가 동학농민혁명 역사소설 <칠십일의 비밀> (고요아침)을 출간했다. 정읍에 위치한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 이병규 박사의 학술논문 ‘금산·진산지역의 동학농민혁명 연구’(2003)에서 영감을 받아 쓴 소설이어서 특별하다. 칠십일의>
배경은 대둔산 형제바위 아래에 망루처럼 높이 솟아 있는 봉우리, 동학농민혁명군의 최후 항전지. 우금치 전투 이후 농민혁명군은 대둔산으로 올라갔고 엄동설한에 70여 일 동안 항전을 벌이다가 장렬히 산화했다.
소설은 농민혁명군의 모습을 질박하게 묘사하고 있을뿐만 아니라 일본군 첩자 다나카 지로의 행각과 부보상(보부상) 접장의 탐욕을 통해 당시의 모순된 사회상을 표현한다. 박홍규 화백의 판화도 삽입했다.
이성수 작가는 “이병규 박사의 논문을 탐독하고 나서 왠지 할 일을 놔두고 엉뚱한 것에 시간과 노력을 허비하는 것 같아 조급하고 불편했다”며 “근대사에서 빼놓고 얘기할 수 없는 대사건인데도 역사의 발굴과 평가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것 같아 작가적 시각으로라도 동학농민혁명을 조명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특히 일본군과의 최후 격전 중 접주(지도자)인 김석순이 일본군에게 죽지 않겠다며 절벽 아래로 뛰어내리는 장면은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
이병규 박사는 “동학농민군들은 더 이상 목숨을 보전할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알면서도 대둔산을 올랐다”며 “논문은 ‘그들은 왜 그랬을까?’에서부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그곳에서의 마지막 70일은 죽음을 앞둔 가장 잔인한 시간이면서도 동학이 지향했던 인간존중, 평등 사상 등을 외압 없이 가장 이상적으로 이뤄냈던 시간이었어요. 김석순의 죽음은 동학의 뜻을 지키고자 하는 농민군의 정신이 극대화된 것이죠.”
이 박사는 “3미터 절벽을 올라가야만 나오는 대둔산 동학농민군항전지는 내가 지도교수와 함께 발굴했던 1999년 이전까지 기록으로만 전해지던 곳”이라며 “현재도 극소수만 알고 있는 신비로운 현장을 거대한 역사의 흐름과 이야기로 함께 엮어낸 이성수 소설가에게 찬사를 보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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