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일보 신춘문예 등단 고선주 시인 세번째 시집
‘오후가 가지런한 이유’라는 시집 제목에서는 평화로운 오후가 느껴진다. 그러나 시집 안에는 인공적인 사물에 둘러싸여 전혀 평화롭지 못한, 망가지고 아픈 인간의 삶이 시편마다 배어 있다. 마치 이 세계의 축소판처럼 느껴진다. 본질과 허구, 오리지널과 시뮬라크르의 어수선한 혼돈은 이 세계 자체가 원형을 잃어버린 인공 자연에서부터 비롯된다.
“오늘도/ 세상살이는 한 편의 영화처럼 흘러가는데/ 내게는/ 액션 하니까/ 모든 것이 각본대로 흘러가버린,/ 젊은 날이 박제된 필름처럼/ 내 기억의 영사실에 방치돼 있지” ( ‘다시 지지직 TV’ 부분)
단 시인의 감성은 가짜가 넘쳐나는 인공적인 세계에서 마냥 절망하고 있지만은 않다. 일상의 발견을 통해 삶 속에 존재하는 작은 웃음을 예민하게 발견하기도 한다. 이마의 주름을 다룬 ‘미간(眉間)과 미간(未刊)’, 혓바늘에 대한 ‘혓바늘 거느리고 산다’, 치통에 관한 ‘오후의 한때’ 등이 그렇다.
이은봉 시인(광주대 문창과 교수)은 “고전주의 시는 늘 풍성하고 신선한 비유와 함께하고 있어 읽는 맛을 배가시킨다”며 “그 자신을 포함한 세상의 모든 것들이 대등하고 동등한 가치와 존재로 활기차게 되살아나고 있다”고 밝혔다.
시인은 광주전남작가회의 사무처장과 이사를 역임했다. 현재 광남일보 문화부장을 맡고 있다. 시집으로 <꽃과 악수하는 법> , <밥알의 힘> 등이 있다. 밥알의> 꽃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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