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을 사랑하는 연극인들 문화살리기 프로젝트 준비
작품 곳곳에 지역사랑 담아 소소한 행복과 색다른 감동
영화개봉 때 태어난 배우들 20년 세월 무색한 역할 소화
‘8월의 크리스마스’는 1998년 개봉한 영화로 작은 도시에서 초원사진관을 운영하고 있는 정원(한석규)과 주차단속원인 다림(심은하)과의 사랑을 절제된 감정으로 잔잔하게 풀어낸 작품이다. 영화평이 좋았고 그래서인지 20년이 지난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영화의 주 배경이 되는 군산 초원사진관을 보기 위해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다. 군산을 사랑하는 연극인들이 ‘군산 문화살리기’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영화를 모티브로 한 ‘연극, 군산 8월의 크리스마스’를 준비하고 있다.
“군산 문화살리기 프로젝트가 벌써 다섯 번째를 맞이했는데요, 올해 가장 포인트를 둔 점은 바로 ‘놀자’입니다. 우리가 연극을 영어로 play라고 하는데 그대로 해석하면 노는 거죠. 그런데 그냥 놀지 않고 거기에 재미와 감동을 더하게 된다면 노는 것이 훨씬 재미있지 않을까요? 시민과 함께 놀면서 시민과 함께 하는 예술, 시민이 먼저 행복한 연극을 만들어 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선택한 작품이 바로 우리에게 친숙한 8월의 크리스마스였습니다.” 이번 연극을 연출하고 있는 김형태 연출가가 말한 프로젝트의 목적이다.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를 연극으로 직접 각색하면서 군산에 대해서 잘 알게 됐다고 말한 김형택 연출가는 문화예술에서 절대 낙후되지 않은 군산, 그래서 군산 시민들이 좀더 많은 자부심을 가질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말도 전했다.
이렇게 시민과 함께, 그리고 행복한 작품을 만들고 싶은 간절함 때문인지 연극으로 탄생한 ‘8월의 크리스마스’는 몇 가지 재미있는 요소를 가지고 있다.
그 중 하나가 철저하게 군산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작품을 준비하면서 자료를 모으다 보니, 배경은 군산의 초원사진관이었지만 실제 촬영지는 서울의 변두리더라고요. 그래서 연극으로 각색하면서는 작품 전체를 군산을 배경으로 만들어 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죠. 그래서 군산에서 활동했던 극단(적토마), 살고 있는 사람들, 추억을 자극하는 가게 등을 소개하는 장면을 넣게 되었습니다. 거기다 이 작품을 본 관객들이 작품의 배경이 되는 장소를 찾아 볼 수 있게 된다면 관광과 예술이 함께 할 수 있는 대표적인 공연이 되지 않을까 하는 기분 좋은 상상도 해봤습니다.”
실제 공연을 보면서 입가에 미소를 짓게 했던 몇 장면이 기억 나는데 무대 배경으로 사용한 공간의 이름 때문이다. ‘한일옥’, ‘빈해원’, ‘cafe 8월의 정원’. 관객들에게 친숙한 느낌과 함께 마음 속에 간직해 뒀던 추억이 소환되는 느낌이다.
특히 영화와 달리 새로운 인물(강맹숙, 마성용)은 실제 대학 연극 동아리 적토마에 소속이 되어서 활동을 했던 인물들로 극의 재미를 더해주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었다. 거기다가 김형태 연출가의 바람이 이루어지기라도 한 듯, 실제 극단 적토마 선배였던 사람들이 서로 연락이 닿아 공연을 관람하러 오고, 근처에 여행을 온 여행객들이 연극을 보고는 작품의 배경이 되는 곳을 직접 찾게 되는 일이 생겼다고 한다.
역승무원 복장을 한 스태프가 직접 열차표로 된 티켓을 끊어주는 장면은 신선하기까지 했다. 이렇게 작품 곳곳에 숨어 있는 지역에 대한 사랑과 소소한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장치는 연극으로 보게 되는 ‘8월의 크리스마스’에 색다른 재미와 감동을 느낄 수 있게 해주었다.
영화와 다른 또다른 특징은 배우들이다. 작품에 출연한 배우들 중에는 이 영화가 개봉된 1998년에 태어난 배우들이 있기 때문이었다. ‘20년’ 이라는 세월의 간격, 조금은 답답하고 느린 시대인 1998년의 사랑과 쉽게 만나고 쉽게 헤어지는 2018년의 사랑에 대한 간격을 어떻게 좁히고 공감할 수 있었을까. 그래서 그들에게 질문을 던져 보았다. ‘이 작품을 한 단어로 표현한다면 어떤 단어로 표현 할 수 있을까요?’
“여운이라는 단어가 떠올라요. 역할을 맡고 연습하면서 다림이라는 역할을 통해서 느꼈던 다양한 감정에 대한 여운이요.”(문선아 배우)
“필름입니다. 사진을 찍으면 그 사진 안에 있는 기억, 추억들이 필름에 남잖아요. 물론 지금은 필름을 잘 사용하지 않지만 이 작품을 통해서 필름이라는 것의 소중함을 다시 한 번 알게 되었습니다.”(정지훈 배우)
“음…정이 아닐까요? 그런데 1998년은 약간 딱풀 같은 느낌이었다면 지금은 강력본드 같은 느낌의 정이요!”(김하늘 배우)
“사진이라는 단어가 떠오릅니다. 한 장의 사진이 주는 옛 추억과 과거에 대한 그리움, 그리고 과거와 현재를 연결 시켜 주는 연결고리가 사진이니까요.”(백종민 배우)
“추억이요. 추억에 대한 여운이 남는 작품이에요.”(박다혜 배우)
“가족이요. 사실 아버지가 사진사세요. 그래서 이 작품을 하면서 많은 사람을 만나는 가운데 아버지의 직업에 대한 공감대로 형성되었거든요. 그래서 가족이라는 단어가 떠오릅니다.”(서무영 배우)
“아련함이라는 단어가 떠오릅니다. 90년대 이야기를 2018년 현재에 공연하면서 옛 추억을 떠오르게 하니깐요.”(임채은 배우)
“그리움입니다. 이 작품은 과거와 현재를 왔다 갔다 하면서 이야기가 전개되는데요, 현재에 살고 있는 제가 과거를 생각한다는 것은 과거에 대한 그리움이 있기 때문이지 않을까요?”(안태현 배우)
질문에 대한 답을 하는 배우들의 표정은 시종일관 진지한 모습이었다. 자신이 맡은 역할에 충분히 공감하고 뭔지 모를 자신감을 품고 있는 배우들에게 있어서 ‘20년’ 이라는 세월의 간격은 충분히 뛰어 넘을 수 있었던 것이다.
공연을 보는 내내 무대 위의 배우들에게 느낄 수 있었던 것은 바로 ‘행복’이었다. 이것은 1998년의 사랑을 절제된 감정으로 잔잔하게 풀어낸 영화를 20년 후 연극으로 공연 되면서배우와 관객 모두에게 재미와 감동을 품은 ‘행복’이라는 단어로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었던 것이다. 아마도 이 ‘행복’이라는 단어는 그냥 만들어진 것은 아닐 것이다. 20년이라는 세월의 차이가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배우들은 자신이 맡은 역할에 집중했고, 집중하는 가운데 역할을 이해하게 됐으며 이해를 통해서 배우와 역할간의 행복한 소통이 만들어 낸 결과이리라.
시민들이 행복한 play, 이 작품을 보게 되는 시민들 또한 배우들이 공감했던 여운, 필름, 정, 사진, 추억, 가족, 아련함, 그리움이라는 다양한 단어로 해석되어지는 ‘행복’을 충분히 함께 공감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