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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 아저씨, 아주머니, 아가씨 - 아기 주머니 가져서 아주머니?

우리말의 어원을 찾다 보면 문헌적인 것도 있지만 민간 어원설도 많다. 하지만 뭐가 정설이냐의 판단은 아직 논쟁 속에 있다. 민간 어원설에 보면 ‘아저씨’는 기혼 남성이 아기의 씨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며 ‘아주머니’는 기혼 여성이 아기의 주머니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붙여진 말이라고 했다. 그리고 ‘아가씨’는 미혼이지만 아기의 씨를 받을 가능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란다.

 

그런데 어원사전을 보면 아저씨는 앗(小)+엇(親)+이(조사), 아주머니는 앗(小)+엄(어미)+아니(접사), 아가씨는 아가(어린아이)+씨(氏)의 변천 과정을 거쳐 이뤄졌다고 했다.

 

아주머니의 어원은 아주+머니로 분석하면 ‘아주’는 아저씨의 ‘아저’와 함께 ‘작은아버지, 어머니’의 작은(叔)이라는 뜻이다. 근원적으로 ‘아주’는 사람으로 볼 수도 있고 아차(亞次)에서 바로 다음이란 버금의 뜻으로 볼 수도 있다. ‘머니’는 할머니, 어머니의 ‘머니’와 함께 여성을 나타내는 말이다. 그리고 ‘아줌마’는 ‘아주머니’를 친근하게 부르는 말인데 ‘엄마’와 ‘어머니’의 관계와 같다.

 

‘아저씨’는 ‘아자비’의 ‘저’를 우리말 순화 과정을 거쳐 ‘저(儲-버금 저)’를 써서 ‘아저(阿儲)’로 쓰게 되었으며 아비를 뜻하는 ‘압’과 높임을 나타내는 ‘씨(氏)’의 합성으로 만들어진 말이다. 즉 버금아버지라는 뜻이다. 원래 아저씨는 부모와 같은 항렬의 큰아버지, 작은아버지, 외삼촌, 고모부, 이모부를 부를 때 쓰는 말인데 친근하게 부르는 말은 ‘아재’다. 이 말도 ‘아줌마’와 마찬가지로 나중에는 아버지와 같은 또래의 남자들을 가리키는 말이 되었고, 지금은 결혼한 남자이지만 아직은 늙지 않은 남자를 가리키는 말이 되었다.

 

‘아가씨’의 15세기 어형은 ‘아기씨’이다. 그런데 현대 국어에서 ‘아가씨’는 ‘시집갈 나이의 여자’를 가리키는 반면에 ‘아기씨’는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의 딸’을 가리키던 말이었다. 따라서 이 말은 형태뿐 아니라 최근에도 의미의 변화를 겪은 것으로 보인다. ‘아가씨’의 ‘씨’는 높임을 나타내는 접미사이다. 그런데 요즈음에는 그런 존대의 의미를 배제한 채 쓰이는 경우가 많을 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 폄하되는 직업에 종사하는 미혼 여성에게도 아가씨라는 호칭을 더러 쓰는 것을 종종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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