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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공감 2018 시민기자가 뛴다] 완주군 ‘청년키움식당’ - "우리도 식당으로 돈 벌 수 있어요"…푸른 꿈들의 '맛있는 도전'

외식창업 아이디어 가진 청년
인규베이팅 추진단 사업 참가
직접 기획하고 실제 매장 운영
자기부담 없어 매출걱정 안해

▲ 청년키움식당 ‘일면식’을 운영하는 박수연씨(오른쪽)와 팀원들.

“맛있게! 건강하게!”

그녀의 음식철학만큼이나 맛있고 건강한 목소리를 지닌 박수연 씨는 한창 양배추를 다듬고 있는 중이다. 초여름 연초록 나무향이 수연 씨가 운영하고 있는 식당 ‘일면식’으로 들어와 손님처럼 앉아 있다. 덩달아 앉아서 한우 육개장칼국수를 시켜놓고 있으려니, 주방 안으로 하루 장사 준비에 바쁜 수연 씨가 들여다보인다. 움직일 때마다 ‘초록초록’ 싱그러운 소리가 따른다. 수돗물 흐르는 소리도 ‘초록초록’, 그릇 부딪는 소리도 ‘초록초록.’

우석대학교 외식산업조리학과 박사과정에 있는 32세의 수연 씨. 같은 학교 친구들 4명과 팀을 이루어 ‘일면식’ 창업을 한 건 지난달 4월 23일이다. 겨우 보름 남짓 해온 장사지만 여느 식당 주인 못지않은 자신감이 배어 있다. 겨울부터 메뉴 개발에 힘써온 노력과 열정 때문이다. 그리고 도전이 두렵지 않은 젊음이 있어서다.

농림축산식품부 공모사업에 완주군이 선정되어 운영하게 되는 ‘청년키움식당’. 말 그대로 청년들의 꿈을 견인하는 곳이다. 외식창업 아이디어를 가진 청년들이 직접 창업 기획을 하고 매장을 운영해봄으로 해서 실전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지원이 따른다. 외식업설비가 갖춰진 사업장에서 자기부담금 고민 없이 역량을 키울 수 있다는 건, 얼마나 탐나고 매력적인 일인가. 마음껏 아이디어를 낼 수 있는 외식분야 스타트업의 성장을 위한 공간인 것이다.

완주군은 그 동안 외식창업인큐베이팅 추진단을 운영해 총 10개 팀의 참가팀을 모집했다. 그 중 수연 씨 외 4명으로 구성된 ‘일면식’ 팀이 첫 번째 참가팀이다. 인큐베이팅 추진단은 메뉴개발과 경영, 회계, 구매 등 외식창업에 필요한 전문가를 운영위원과 자문위원으로 위촉해 참가팀들에게 집합교육은 물론 개별 컨설팅을 진행해왔다. 그리고 지역 내 우수 로컬푸드를 활용하여 청년들의 첫 외식창업이 성공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 청년키움식당을 찾은 손님들이 음식을 먹고 있다.
▲ 청년키움식당을 찾은 손님들이 음식을 먹고 있다.

“ ‘청년키움식당’은 인큐베이팅 사업이에요. 10개 팀 총 38명의 청년들이 1년 간 각 기간별로 운영하도록 하고 있죠. 기간이 두 달밖에 안 되어 식당 운영을 하기에는 너무 짧다고도 생각할 수 있지만, 이곳은 단순한 식당 개념은 아니에요. 자기 적성을 찾아 나갈 수 있는 곳이라고 해야 할까요? 직접 운영을 해봄으로 해서 자신이 외식업 창업에 자질이 있는가, 이 일이 생각했던 것처럼 자신과 맞는가. 자기점검이 되기도 하거든요.”

인큐베이팅 추진단 차경옥 팀장은 말한다. 덕분에 수현 씨는 자금에 쪼들리지 않고 여유 있는 마음으로 식당을 운영할 수 있어 재미가 있다. 학교 수업 마치고 와서 팀원들과 돌아가면서 운영하는 식당 일이 힘들기는커녕 아주 신이 났다. 아무래도 수연 씨에게는 외식업 운영이 적성에 맞는가보다. 그래서일까. 시켜놓은 한우 육개장칼국수 면이 불었다고 다시 내오겠다며 들고나가는 수연 씨 발뒤축에서도 연신 ‘초록초록’ 소리가 난다. 소심한 마음을 극복하고 용기를 낼 때, 편안함을 추구하려는 마음을 극복하고 모험을 주저하지 않을 때 나는 소리. 마음의 상태이며, 의지의 결과인 젊음의 소리이다.

“자기부담금이 없기 때문에 매출 고민은 안 해도 돼요. 그보다는 어떻게 하면 더 맛있고 건강한 음식을 해낼 수 있을까를 우선으로 생각하게 되지요. 그러니 생각이 더욱 발전할 수밖에 없고, 더 높은 차원의 꿈을 키울 수 있어 좋은 것 같아요. 저는 나중에 ‘일면식’을 브랜드화 하고 싶거든요. 우리도 돈 벌 수 있어요.”

젊은 사람이 창업을 하면 경험이 없어 미숙할 거라고 보는 것이 사회적 관례이다. 수연 씨는 창업 청년을 바라보는 어른들의 시선이 더 너그러워졌으면 좋겠다고 한다. 그런데 다행스럽게도 어린 나이에 창업을 하였다며 되레 실력 있게 보는 이들도 많이 생겼다. 사무실이나 관공서가 많은 주변 여건으로 인해 점심 손님이 많다더니, 그리 넓지 않은 공간이 금세 왁자지껄해진 걸 보면 의심할 여지가 없다. 수연 씨는 직접 개발한 ‘두부 까르보나라’, ‘홍시 간장볶음면’, ‘한우 육개장칼국수’, ‘매콤 닭고기볶음면’을 차례로 야무지게도 내어간다.

메뉴들이 모두 지역 내 로컬푸드를 활용하여 신선하고 이색적이다. 두부는 소양, 닭고기는 삼례읍, 홍시는 동상면 특산품. 어쩌면 ‘청년키움식당’을 운영하는 청년들과 함께 지역도 함께 크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함께 고민하고 함께 넓어지는 것은 아닐까. 젊음이란 어떤 일정 기간을 말하는 것은 아닐지도 모른다. 일정 기간을 살았다고 해서 늙은 것도 아닐 것이다. 이상이 없을 때, 존재의 믿음과 염원이 없을 때 생의 저 밑바닥에서부터 영혼의 주름이 생기는 것일 테다.

수연 씨의 생각에도 식당을 맡는 두 달 기간이 경험을 쌓기에는 턱없이 짧다. 하지만 이 두 달간의 경험을 토대로 장차 삼례읍에서 본격적으로 창업을 해볼 생각이다. 한 달에 한 번 메뉴를 바꾸는 ‘먼슬리(monthly) 메뉴 ‘도 고안하고 있는 중이다. 여름에는 배국수를 만들고, 가을과 겨울에는 또 다른 계절음식을 내놓아 찾는 손님들의 건강까지 책임지고 싶다고. 물론 재료를 순수 로컬푸드로만 활용하자니 음식의 단가가 적은 편은 아니다.

지금까지 장사를 하면서 기억에 남는 일이 있느냐는 질문에 수연 씨는 서슴없이 경험담 하나를 꺼내놓는다. 구두 형식의 셀프 시스템으로 돌아가는 ‘일면식’에, 어느 날 연세가 있는 손님이 오셔서는 글쎄, “미국 스타일 한국에서 안 먹혀.” 하더란다. “음식은 맛있네.” 결국 남은 국물까지 다 먹고 가더라는데,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고 한다. 실제로 한우 육개장칼국수를 먹어보니, 조미료 없이 신선한 재료를 사용해서인지 깔끔하고 가뜬한 느낌이 든다.

▲ 김형미 전북작가회의 사무처장
▲ 김형미 전북작가회의 사무처장

팀원이나 손님을 가족같이, 뭐든 아끼지 않고 내어주어야 한다는 경영마인드가 확실한 수연 씨다. 각양각색의 손님들이 보이는 즉각적 반응을 살핌으로 해서 음식 연구를 더 깊이 해보고자 하는 의욕을 얻는다고 한다.

과연 ‘청년키움식당’을 수료하고 나면 메뉴 개선이나 마케팅 등 지원 프로그램이 더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볼 만하다. 문화 행사 연계 시스템을 갖추어 청년들이 만든 음식과 문화가 함께 어우러질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도 꿈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 아닐까.

인큐베이팅 추진단은 이렇게 당차고 도전정신이 있는 청년들을 위해 창업대출 지원을 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우리는 믿는 만큼, 자기 확신에 찬만큼, 희망을 가지는 것만큼 젊을 수 있다. 의심하고, 두려워하고, 절망하면 열 살 먹은 아이도 여든 살의 얼굴이 되어 있겠지. 완주군은 ‘청년키움식당’에서 이 청년들이 움직이고 있는 한 여름에도 ‘초록초록’, 여름 너머 가을에도 겨울에도 ‘초록초록’ 잎 싱그러운 소리가 날 모양이다. 젊음을 품어 안기로 했으니, 갈수록 젊어지는 건 당연한 일일 터.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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