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경제제도의 가장 큰 장점은 경쟁이 가져다주는 효과이다. 일찍이 애덤 스미스가 이야기한 ‘보이지 않는 손(invisible hand)’이 작동하면 품질은 좋아지고 가격은 낮아진다. 시장에서 경쟁이 이루어지면 소비자에게 가장 좋은 선택이 주어지는 것이다. 보이지 않는 손은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시키려는 합리적 인간들의 자발적인 경쟁을 말한다.
이런 최상의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시장경제의 신화가 계속 유지되어야 한다. 여기에는 두 가지 전제조건이 필요하다. 경쟁이 계속되어야 한다. 그리고 경쟁은 공정해야 한다.
경쟁의 공정성은 기울어진 운동장의 문제이다. 경쟁의 장점이 아무리 좋다 하더라도 출발점의 상태가 심각하게 균형을 상실했다면 결과의 공정성을 담보할 수 없다. 기울어진 운동장에서의 축구시합의 결과가 어떨지 잘 알기 때문이다. 개인들 간의 경쟁은 반드시 우열을 낳게 된다. 이 우열은 인간사회에서 소여(所與)이지만 그 격차가 커지면 경쟁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이를 위해서는 게임의 룰이 중요하다. 모든 스포츠에 경기 규칙과 그것을 집행하는 심판이 있듯이 과정과 결과가 정의로운 사회를 지속시키기 위해서는 엄정한 중재자로서 정부 개입이 필요하다. 독과점 금지, 담합 방지 같은 정책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정부 개입도 항상 능률을 낳지는 못한다. 쌀 가격을 지지해주기 위해 시중가격보다 높은 수매가격제를 유지하면 결국 곡물창고에 재고만 넘치게 된다. 정부 개입이 지속될 경우 장기적으로 보면 사회적 비효율이 더 커지므로 정부 개입은 필요 최소한에 그쳐야 함을 알 수 있다.
다음으로 경쟁의 지속성이다. 경쟁이 계속되려면 경쟁을 방해하는 요인을 제거해야 한다. 경쟁이 사라지면 상대적 우위에 있는 자의 이익만이 극대화된다. 독점이 아주 좋은 예이다. 이제 누군가 나서야 된다. 보이는 손인 정부 또는 사회적 중재기구는 보이지 않는 손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할 때 건전한 경쟁이 지속되도록 걸림돌을 제거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이를 ‘공정 경쟁 유지 조치(competitive balance)’라 한다.
공정경쟁유지조치는 경쟁이 계속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경쟁의 상대방간의 경쟁조건을 비슷하게 만들어 주는 것이다. 한쪽이 과도하게 불리하면 경쟁할 수 있도록 유리하게 해주고, 지나치게 유리하면 제한을 가한다. 이런 조치가 가장 잘 적용되는 현장은 프로스포츠이다.
권투시합은 체중의 차이가 확연한 선수끼리 시합을 하지 않고 체급별로 한다. 미국 프로농구는 부자구단이 과도하게 많은 돈을 써서 우수선수를 싹쓸이하지 못하도록 팀별 연봉상한제인 샐러리캡을 운영 중이다. 미국 프로야구에는 사치세(luxury tax)가 있다. 어떤 팀의 연봉이 기준연봉을 넘으면 초과된 부분에 일정 요율을 적용한 금액을 야구협회에 낸다. 야구협회는 사치세를 모두 모아 팀연봉총액이 낮은 팀에 역분배하여 준다. 가난한 구단에 대한 지원인 것이다. 부자 구단에 대한 간접적인 제재조치이다. 이런 노력들로 인해 건전한 경쟁체제가 늘 유지되기 때문에 산업으로서 미국 프로스포츠는 매년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민주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공정한 조건에서 동등하게 경쟁을 할 수 있는 사회적 합의를 계속해서 만들어 내는 일이다. 우리 사회에서 보이지 않는 손의 긍정적 기능을 극대화시키는 절제되고 꼭 필요한 균형적 조치들로 인해 상생과 동반성장이 가능해지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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