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대 미술대학·대학원 선후배 4명
위안부·학대받는 아동 등 상징 표현
6월 2일까지 전주 누벨백 미술관서
‘여성들은 끊임없이 성적으로 소비되고 고통받아 왔다. 최근 미투(#ME TOO)운동 촉발로 그동안 감춰졌던 여성들이 이야기가 들리기 시작했다. 그것은 함께 세상을 만들어가는 구성원으로 인정받고자 하는 노력이다. 이에 그 여성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전시 ‘Herstory’ 서문 중)
전북지역 미술작가들이 여성 문제를 예술로 풀어낸 합동전시 ‘Herstory’를 연다. 다음달 2일까지 전주 누벨백 미술관.
이번 전시는 최근 이슈에 대해 예술적으로 접근한 것도 의미 있지만 전북대 미술대학·대학원 선후배들이 머리를 맞댔다는 점도 특별하다. 현재 박사과정에 재학 중인 탁영환·유시라 작가를 중심으로 황유진 작가, 김준희·차창욱 씨(미술학과 2학년)가 참여했다.
탁영환 작가는 ‘미투’를 여성문제로 국한하지 않고 약자에 대한 억압으로 봤다. 잘못된 권력, 욕망 앞에 인간성이 무뎌진 사회를 실크 장막을 늘어뜨리는 것으로 대변했다. 장막 뒤에 매달린 원형관에는 버려진 인간성을 대변하듯 인형들이 우겨 넣어져 있고, 보석함에는 소중한 것 대신 허접한 무언가가 들어있다. 이를 통해 작가는 외친다. 이제 장막을 걷어야 한다고. 보이는 것을 보이는 대로 말해야 한다고.
유시라 작가의 ‘One in five’는 오스트레일리아 비영리단체 YGAP가 기획한 ‘아동학대 근절 캠페인’을 작품으로 끌어온 것이다. 유 작가는 “손가락 하나에만 매니큐어를 바르는 것은 ‘전 세계 아이들 5명 중 1명이 신체적, 성적 폭력에 고통 받고 있다’는 뜻”이라며 “ 손가락을 뜻하는 다섯 개의 막대와 그 위에 올려 진 빈 메니큐어 병, 행동에 동참해준 여러 사람들의 사진을 통해 가해자로서의 남성이 아니라 같이 아파하고 고민하는 남성들도 있다는 것을 전달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황유진 조각가는 남성 중심의 성차별적인 사회를 덩치 큰 코끼리로 표현했다. 김준희·차창욱의 작품 ‘나비’는 일본군 위안부로 고통 받았던 정옥순 할머니의 배에 새겨진 고통의 흔적, 그 위에 내려앉은 생을 마감한 수없는 나비들로 구성됐다.
“각자 접근 방법이 달라서 기획, 논의하는 과정부터 흥미로웠다”는 탁영화 작가는 “예술계에서도 시의성 있는 사회 이슈에 대한 논쟁은 중요하다”고 했다. 이어 “사회 참여형 예술은 공립 미술관 등에서 주도적으로 끌어야 할 일인데 행정 절차, 지역 안배 등이 있다 보니 즉각적인 이슈에 대한 반응은 느린 것 같아 아쉽다”며 “공·사립 미술관에서 이런 전시들이 늘어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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