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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와 문화다양성

다양한 표현·행동방식
자연스럽게 펼쳐지는
선거운동의 풍경 기대

▲ 정정숙 전주문화재단 대표이사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일인 6월 13일을 앞두고 있어 길거리가 활력이 넘친다. 한편 소음 때문에 괴롭다는 분들도 있다. 피곤할 때는 소음이 더욱 힘겹다. 이 소음이 전국의 공간에서 6월 12일이라는 시간까지는 지속될 것이므로 공간과 시간의 양 측면에서 견디는 경험이 축적될 기회이다. 오히려 소음이라는 현상에 시선을 두기보다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이나 취미활동 쪽으로 신속히 방향을 전환해 듣거나 보거나 뭔가 하는 것이 현명한 대응일 수 있겠다.

후보들은 시민들에게 자신을 지지해주기를 호소한다. 자신의 경력 중 장점 그리고 정책 공약을 타 후보와 차별화해 제시한다. 경력 중의 장점은 선명한 편이지만 정책 공약은 미래에 대한 약속이므로 그 근거나 공약의 준수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불명확하고 자기중심적인장담에 가깝다. 그래서 정책 공약에 대한 유권자들의 판단은 후보자의 논리적 설득력뿐 아니라, 후보자가 보여주는 확신에 찬 태도나 신념에 의존하기도 한다.

하지만 후보자가 가진 신념은 객관적이고 진정한 안목을 지닌 시민들과 소통과 공유 되지 않을 경우, 스스로 거는 최면에 그칠 수도 있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신념은 그 시대와 공간의 제도가 허락하는 범위 안에서 선택되는 것이고, 유권자의 공통적인 희망사항과 맞닿을 때 이해되며, 특히 자신의 이익에 기반 하지 않은 모양새이지만 실은 자신의 이익에 기초하는 예측성 명제들이기 때문이다. 일자리 증가나 국가예산 증액 등의 공약 수단과 신념은 시민으로 하여금 풍요에의 접근과 행복의 증진이라는 미래의 열매를 기대하게 한다. 결국 이런 꿈들을 현실화 시킬 수 있다고 믿는 후보자 자신을 선택하여 주기를 원하고, 선택 받으면 해당 임기 동안 자신의 정치적 힘을 행사할 것이다. 그리고 그 권력은 합의된 선거제도로 보장한다.

현재 선거운동을 보면 공약이 크게 다르지 않듯이, 문화적으로 다양한 표현이 나타나지 않는다. 이름이 적혀 있는 현수막과 명함, 정당 이름과 번호와 후보자 이름으로 장식된 소형 트럭의 확성기와 간혹 소형 트럭에 서 있는 후보자들, 교차로에서 율동을 하는 선거운동원들의 모습에서 성별, 연령별, 분야별, 지역별 표현의 다양성을 발견하기는 어렵다. 오히려 그들의 획일적인 노동에 안쓰러운 마음이 들 때도 있다.

어찌 보면 정치적인 의정과 행정활동이라고 하는 기능적 혹은 전문적 탁월성을 중시하는 분야에서 문화다양성을 논의하는 것이 부적절해보일 수 있다. 그렇지만 모든 부서가 인간과 인권중시, 과정과 소통중시, 관계와 지속성 중시, 예술과 놀이와 휴식을 중시하는 문화적 부서가 되는 날을 꿈꾸는 문화계의 입장에서는 선거에서도 문화다양성이 발현되기를 바란다. 짧은 선거운동 기간이라는 한계 상황에서 효과적인 지지를 획득하기 위해서는 가장 효율적이라고 여겨지는 선거운동 방식으로 획일화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 대목에서조차 다양한 표현과 행동 방식이 자연스럽게 여겨지고 펼쳐지는 선거운동의 풍경을 기대한다.

‘오전에는 선진국 버스기사였다가 오후에는 개발도상국, 저녁에는 후진국 기사가 된다’는 허혁 작가의 ‘나는 그냥 버스기사입니다’라는 책에서 볼 수 있듯이, 이번 선거 결과 우리 시민들이 오전에는 선진국 시민이었다가 오후에는 개발도상국, 저녁에는 후진국 시민이 되지 않고, 늘 선진국 시민으로 생활할 수 있는 사회가 앞당겨지기를 바란다. 버스기사들, 정치인들, 회사원들, 농민들, 교사들, 청년 직업 대기자들, 학생들 너나 할 것 없이 선진국에서 선진국 시민으로 살아갈 수 있는 날을 기다린다. 나의 이웃들이 이 선거기간 동안에 무례한 상황에 놓이지 않는 선진국 시민으로 생활하도록 나는 나의 의무를 충실히 행하고 예를 갖출 수 있을까. 그리고 일과 삶의 균형을 찾을 수 있을까. 자문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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