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전주 우아동 일산화탄소 질식사 원인 밝혀
아파트 측, 주민 공지 없이 배기구 막아 가스 역류
사고당일 보일러 수리기사, 무자격에 계측도 안해
지난 2월 전주의 한 아파트에서 발생한 조부모와 소방공무원을 꿈꾸던 20대 청년 등 일가족 3명의 일산화탄소 중독 사망사건은 주변인들의 안전불감증이 부른 참사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아파트 측이 공동배기구를 막아 보일러에서 발생한 일산화탄소가 그대로 집안으로 역류해 흘러들어왔고, 작동이 중단된 보일러를 점검하러온 무자격 보일러기사는 육안검사만으로 문제 없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아파트 관리담당과 보일러 업체 관계자 등 관련자 4명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했다.
전주지검 형사2부(부장검사 김경우)는 7일 전주시 우아동 모 아파트의 관리 업무를 부실하게 해 배모 씨(78) 등 일가족 3명을 숨지게한 혐의로 해당아파트 운영위원장(관리담당) A씨(60)와 공사업자 등 2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또 사건 당일 보일러 점검을 소홀히 한 보일러 기사와 업체 대표도 같은 혐의로 법정에 세웠다.
검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10월 주민 의견수렴이나 공지 없이 공사업체와 함께 이 아파트의 공동배기구를 막는 공사를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공동배기구가 막혔는데도 이를 알지 못한 배 씨는 지난 2월 8일 보일러를 작동했고, 가스(일산화탄소)가 그대로 집으로 역류해 오후 6시 40분께 자신과 아내 윤모 씨(71), 손자(24)가 질식해 숨졌다.
특히 이들이 숨지기 2시간 여 전인 이날 오후 4시 10분께 보일러가 작동하지 않는다는 연락을 받고 보일러 업체 기사가 방문해 점검했지만 이상이 없다며 20분 만에 돌아간 것으로 검찰 수사결과 드러났다.
검찰은 기사 자격증이 없는 보일러 업체 기사가 가스누출을 검사하기 위한 계측 장비도 갖추지 않은 점 등을 들어 해당 기사와 업체 대표까지 기소했다.
공동배기구를 막기 전 주민 고지, 제대로 된 보일러 점검이 있었다면 일가족 3명이 목숨을 잃지 않았을 것이란게 검찰의 판단이다.
지난 2월 사고발생 당시 유족들은 “지난해 의무복무(소방)를 마치고 올해 소방공무원 대규모 채용을 반기며 열심히 시험을 준비하던 아들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며 애통해 했었다.
김한수 전주지검 차장검사는 “주민들의 안전과 업무를 담당하는 이들이 안전에 대한 인식과 경각심이 너무나 부족해 일어난 비극”이라며 “유사 사고의 재발방지를 위해 전북도와 정부 등에 노후 아파트에 대한 점검과 일선 AS업체에 대한 철저한 관리를 요청하는 건의 공문을 보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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