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상점과 기업들에 젊은 대학생들 활동이 이어지기를 꿈꿔 본다
날씨가 1도 화상이다. 전북대학교 앞 동네책방 북스포즈는 지난해보다 이르게 에어컨 리모컨을 들었다. 덕분에 이곳은 집과 학교를 오가는 학생들의 오아시스가 된 모양이다. 더위가 책방의 호객행위를 하다니…. 한동안 꼬리를 내렸던 책방지기의 입에는 웃음꽃이 폈다.
그날도 책방의 문을 열기 무섭게 학생들이 서점을 가득 채웠다. 하나, 둘… 여덟 명이 오픈하기도 전에 문 앞에 모여있었다. “줄을 서시오!” 허준에 나오는 임현식의 기분이 이랬을까? 북스포즈의 구석구석을 꼼꼼히 구경하는 이들을 두고 나는 공상에 빠졌다. ‘좋아 이대로라면 곧 2호점을 내겠어’
나는 서점 카운터에서 주문을 받을 준비를 했다. 그런데 학생들이 우르르 움직였다. 그러더니 단체석에 함께 앉아서 나를 부르는 것이다. “사장님 혹시 시간 괜찮으신가요?” 성공에 부푼 꿈이 와장창 깨지는 순간. 설마 이거 초여름에 옥장판이라도 팔러 온 거 아니야?
현실은 언제나 나의 기대와 불안 중간에 붕 떠 있는 법이다. 다행히 이들의 정체는 전북대학교 학생이었다. ‘창의적 문제 해결’이라는 수업을 함께 듣는데 지역기업이나 가게의 고민을 듣고 창의적인 멘토링을 하는 것이 수업 내용이라고 한다. 이들의 모습이 제법 진지해서 한 가지 고민을 던졌다. ‘사람들이 책과 서점을 어려워하는 것 같아요’
그렇게 한 학기 동안 대학생들과 만남이 이어졌다. 나는 나대로 북스포즈가 왜 생겼는지 어떤 방법으로 운영이 되는지 알려주었고, 학생들은 손님 입장에서 느끼는 책과 책방에 대한 프리뷰를 해주었다. 더 나아가 가끔 북스포즈에 첩자(?)를 보내서 어떤 부분에서 개선이 필요할지를 조사를 하기도 했다.
학생들이 매주 들고 오는 여러 아이디어를 가지고 책장을 새로 구성하기도 했다. 진짜 대학생들이 자기들이 관심 있어 하는 주제를 가지고 서점을 꾸몄다. 서점의 매대에 책을 배치하는 것은 집에서 서재를 꾸미는 것과는 다른 것 같다는 이야기도 나눴다.
결국 우리가 찾은 답은 북스포즈 구석구석에 손님들의 손때를 묻히는 것이었다. 이름도 붙였다 ‘우리가 만드는 서점’. 많은 동네책방이 사장님의 취향과 기획능력으로 운영이 되는 것과는 다른 길이다. 하지만 북스포즈가 처음 만들어지며 세웠던 목표는 언제나 서점이 아닌 ‘지역 커뮤니티 공간’이었다.
물론 우리 기획이 모두 성공한 것은 아니다. 사행시 대회를 열었는데 참가율이 저조했다. 제시어가 ‘북스포즈’였기 때문이다. 너무 어렵다. 하지만 이 기획은 심야책방에서 다시 사용했다. 밤새 책을 읽는 모임 중에 글을 써달라 한 것이다. 다행히 모두 자신의 생각을 짧은 글로 표현했다. 여러 솔직한 글귀가 나왔고 이것을 책갈피로 만들었다.
심야책방을 찾았던 손님 중 한 분이 말했다. “북스포즈란 공간이 주는 느슨한 연결이 좋았다. 같은 공간에서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눴던 것만으로도 손님들과 서점 사이에 연대감이 만들어지는 듯하다.” 이런 소감을 들은 것만으로도 나름의 목표를 이룬 것이다.
학기가 끝나가며 대학생들과의 만남도 끝났다. 다시 서점과 손님의 입장으로 돌아가려니 시원섭섭하다. 전문가 입장의 조언은 아니었지만 오히려 이들의 천진난만한 열정이 도움이 되었다. 이런 에너지는 북스포즈만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 지역의 많은 상점과 기업들에 젊은 대학생들의 활동이 이어지기를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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