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서학동사진관(관장 김지연)이 남·북 관계와 전시 흐름을 같이하고 있다. 24일까지 군사 경계선을 두고 서로 다른 삶과 풍경을 촬영한 김전기 사진작가 초대전 ‘보이지 않는 풍경’을 연다.
지난달 실향민의 가족사진을 촬영·전시하며 통일을 염원하던 이주용 사진작가의 기획전 ‘유예된 시간을 기념하며’에 이은 전시다. 다음 달에는 ‘DMZ 비무장지대’가 가진 전쟁의 슬픔과 아름다운 자연을 대비해 촬영한 박종우 사진작가의 초대전을 연다.
김지연 서학동사진관장은 “전시는 지난해 준비했기 때문에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전시 기간 남·북 정상회담, 북·미 정상회담 등 국제정세가 요동치면서 관객 집중도가 높고 전시를 보는 관점과 이해도 깊어졌다”고 12일 말했다.
김전기 사진작가가 10년 째 작업하고 있는 연작 ‘보이지 않는 풍경’은 7번 국도와 맞닿은 해안 경계선 및 군사지대 일대에서 선 하나를 두고 달라지는 일상을 촬영한 것이다.
군사 경계선 안쪽에는 텅 빈 부대와 녹슨 철조망, 버려진 이념 상징물 등이 보인다. 그러나 선의 바로 반대편에는 이름난 해변 관광지가 있다. 해를 거듭할수록 해변을 찾는 사람들은 군사용 구조물이나 물리적 경계선에는 관심이 없다. 오히려 색다른 기념물을 찾은 것처럼 신기해하고 사진을 찍는다.
김 작가는 10년 간 느슨해진 이념의 표상으로 자리 잡은 군사시설과 철책선은 과연 누구를 위한 경계인지 고민했다. 그렇기에 종전과 평화로 가는 지금의 변화가 누구보다 반갑다.
김 관장은 “사진을 비롯해 예술은 어떤 이슈가 던져졌을 때 빠르게 반응하는 것도 좋지만 잊혀졌던 것들에 대해 미리 관심 갖고 화두를 던져야 한다”며 “ ‘미투’가 터지기 전 여성 미술가들과 페미니즘에 대해 논했고, 이번 남·북 관계에 대한 전시들도 의도치 않게 시의성을 갖게 됐는데, 이러한 관점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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