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희곡 등을 배우가 감정을 담아 읽어주는 ‘낭독극’은 대중에게 생소하다. 지역에서는 크게 활성화 되지는 않았지만 유럽이나 일본에서는 인기 있는 장르 중 하나다.
실제 서울에서는 꾸준히 낭독극 공연이 올려지고 있으며 이제는 기본적인 형식에서 벗어나 다양한 예술 장르를 접목시켜 입체적으로 만들고 있다. 또한 낭독극을 접한 관객들은 ‘귀로 듣는 즐거움’에 빠질 수 있다고 이야기하는데, 그것은 바로 배우들의 움직임은 절제되고 목소리만으로 텍스트가 가진 모든 감정을 전달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색다른 형식의 낭독극을 익산에서도 감상할 수 있다.
‘제3회 낭독극 페스티벌’이 익산에 있는 아르케 소극장에서 11일부터 17일까지 열리고 있다.
△ 낭독극의 매력…관객의 쉬운 참여·이해
아르케 소극장은 약 10년 전부터 매년 한 작품씩 꾸준히 낭독극 공연을 올리고 있다.
이도현 아르케 소극장 대표는 “사실 낭독극을 처음 올리게 된 계기를 말하자면 그리 즐겁지만은 않다”고 했다. “연극을 공연하기에 배우들이 부족해서 정극을 올리기에는 역부족이었던 해가 있었거든요. 그래서 적은 숫자의 배우가 공연 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이 있을까 생각하다가 낭독극을 올리게 된거죠. 그런데 공연을 하면서 낭독극이 참 매력적인 장르라는 것을 알게 됐어요. 매년 한 작품씩 꾸준히 올리고 있죠.”
오랜 기간 낭독극 공연을 올리면서 알게 된 장점 중 하나가 조금은 편안하게 희곡을 대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연극이 한 편 만들어 지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단계를 거쳐야 하지만 낭독의 경우 무대에서의 움직임 보다는 소리, 감정, 표현에 좀더 집중할 수 있게 되고 또한 바로 이 점이 연극을 전문으로 하지 않는 관객들의 직접적인 문화예술 활동 참여의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이다.
△ 낭독극 페스티벌, 어떻게 열리나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올해로 3회째를 맞이하는 ‘낭독극 페스티벌’은 시민이 직접 낭독할 작품을 정해서 매일 한 팀씩 7일 동안 낭독공연을 선보인다. 아이들이나 청소년, 여성을 위한 낭독극, 지역의 역사적 인물을 소재로 한 낭독극 등 다양한 무대를 선보인다. 특히 올해에는 ‘솜리골 이야기 지킴이’팀과 극단 ‘자루’, ‘괜찮아 바비’팀이 새롭게 낭독극 페스티벌에 참여하게 되면서 페스티벌의 재미와 즐거움을 더할 것으로 기대한다.
만 55세 이상의 중년 여성으로 만들어진 ‘솜리골 이야기 지킴이’ 팀은 익산의 오래된 역사인 서동이야기를 기본으로 ‘서동·선화’ 공연을 준비했다.
익산에서 꾸준히 활동하고 있는 ‘아리아리 인형극단’은 녹두를 사수하려는 할아버지와 녹두를 뺏으려는 토깽이들의 옥신각신 팽팽한 대결이 재미있는 인형극을 준비했다.
‘꿈초롱 인형극단’은 가람 이병기 선생님의 시를 서동 이야기에 접목시킨 색다른 작품을 준비했다. 서동이 선화공주를 아내로 맞아 백제로 다시 돌아오는 과정에서 가람 이병기 선생님의 ‘별’, ‘난초’, ‘풀벌레’ 등의 시를 들려주게 되는데 듣는 사람들에게 ‘귀로 듣는 색다른 즐거움’을 선사한다.
처음으로 페스티벌에 참가한 ‘극단 자루’는 힘든 현실에서 서로가 영웅이 되어 함께 지켜나가야 함을 일깨워주는 작품, ‘영웅제작소’를 준비했다.
‘극단 작은 소리와 동작’은 옴니버스로 구성된 이야기 ‘203040 그녀들의 수다’라는 작품을 통해서 20대 여성의 꿈과 사랑, 30대 여성의 정착과 사랑, 40대 여성의 변화와 사랑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각 세대의 고민은 결국 우리 인생이 밟아 나가야 하는 과정의 하나이며 그 안에서의 행복은 다른 사람이 아닌 스스로 찾아야 함을 전한다.
‘손으로 말하는 사람들’은 수화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모인 단체. 수화는 세계적으로 비슷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오해를 풀고 싶다는 취지 아래 ‘생활수화 세계편(달라도 너무 달라)’을 준비했는데 각국의 수화는 그 나라의 농아인들에 의해 자생적으로 생성되고 변화되는 과정을 거쳐 만들어지고 사용된다는 것을 알린다.
‘괜찮아 바비’ 팀은 한 가족으로 구성된 팀으로 엄마와 딸이 낭독극을 준비했다. 무대에 서 본 경험이 전혀 없지만 이번 페스티벌을 통해서 아이들과 좋은 추억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에 준비했다고 한다.
△ “시민 참여적 예술, 함께 하길”
김정은 배우는 “낭독극을 본 관객들이 책을 찾아 읽거나 이미 책을 읽은 관객들이 공연을 보러 오는 경우가 있다”며 “더 실감나고 재미있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매력적인 장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렇게 낭독극이 가진 여러 가지 장점과 매력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는 많은 사람들이 낯설다는 생각을 많이 하는 것 같다. 그것은 일반 관객들 뿐만이 아니라 같은 예술 활동을 하고 있는 사람들에게도 마찬가지다.
요즘 주변에서 많이 듣는 이야기 중 하나가 배우가 없다는 말이다. 연극은 사람이 다다. 사람이 느끼는 희노애락(喜怒哀樂)을 이야기하는 연극에서 사람이 빠진다면……. 과연 연극은 생존할 수 있을까?
이도현 대표가 말했다. “낭독 공연의 또 다른 장점이 하나 있는데요……. 바로 ‘사람’이더라고요. 이 ‘사람’이 배우가 되기도 하고, 관객이 되기도 한다는 거죠.”
낭독극에 대한 장점을 ‘사람’이 빠진 예술이 아니라 ‘사람’을 더하는 예술이라고 말하는 이 대표. 매년 힘들게 낭독극 페스티벌을 진행하지만 매년 새로운 사람들이 무대에 함께 서고 공연을 마친 후 즐거워 하는 모습을 보면서 더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한다.
이제 막 세 걸음을 뗀 아르케 소극장의 ‘낭독극 페스티벌’은 아직도 가야 할 길이 멀다. 그리고 해야 할 일도 많다. 하지만 천천히 걸어갈 것이다. 함께 걷기 위해서는 함께 걷는 사람들의 걷는 속도에 맞춰야 하기 때문이다. 느리지만 천천히, 함께 걷는 낭독의 길. 이 즐거움에 함께 할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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