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오버암머가우’는 인구 5000명 정도의 작은 도시이지만 매년 지역 인구의 수십 배에 달하는 관광객이 이 곳을 찾는다. 380년간 이어져 내려온 연극 ‘예수 수난극’을 보기 위해서다.
공연 시간은 5시간에 달해 중간에 식사를 위한 휴식시간이 있을 정도다. 그런데도 공연은 1년 전에 예매해야 겨우 자리가 난다. 주 2회, 총 100회 이상의 무대가 올려지는데도 말이다.
지역 주민의 절반(2500여 명)이 공연 출연, 공연 관련 식사·숙박으로 생계를 유지한다. ‘예수 수난극’은 ‘종교’를 넘어 ‘문화’, ‘관광’, ‘도시 경제’를 끌고 가는 콘텐츠가 됐다.
천주교 전주교구가 전주의 새 문화·관광 동력이 될 뮤지컬 성극 ‘님이시여 사랑이시여’ 상설공연을 7월부터 시작한다.
‘님이시여 사랑이시여’는 부부의 연을 맺었지만 동정을 지키며 살다 1801년 신유박해 때 순교한 유중철(요안)·이순이(루갈다) 부부의 삶을 다룬 뮤지컬이다. 김영수 신부가 사업을 총괄하고 지역 연극·국악·예술인 50여 명이 모여 천주교 전주교구 가톨릭예술단을 이루고 있다.
10여 년 전 제작돼 이미 종교적 감동과 작품성 면에서 사랑을 받은 작품이지만 특별한 종교 행사 때만 볼 수 있었다. 매달 정기적으로 공연을 올리는 것은 처음이다. 동정부부를 비롯한 지역 순교복자들을 모신 전주 치명자산 성지에서 공연을 본다는 점도 의미 깊다.
안상철 예술감독은 “국악 뮤지컬 장르로 예술적으로도 흥미롭고 우리의 전통문화를 내세워 세계에서도 관심이 높을 것”이라며 “종교적인 소재를 기반으로 하지만 주제의식과 극 전개는 보편적이어서 쉽게 접근하고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님이시여 사랑이시여’상설공연이 자리잡으면 현재 천주교 전주교구가 치명자산에 건립 추진 중인 ‘세계 평화의 전당’의 핵심 콘텐츠로 키울 예정이다. 더 나아가 한옥마을과 연계해 전주의 대표적인 문화콘텐츠로 정착시킨다는 청사진도 그리고 있다.
약 1만㎡ 규모의 ‘세계 평화의 전당’은 공연장과 회의실을 비롯해 200명까지 수용 가능한 숙박시설, 식당, 야외시설 등을 갖춘 시민개방형 문화공간을 추구한다. 오는 2020년 완공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내년까지는 치명자산 야외무대에서 상설 공연을 하고, 전국의 천주교 교구 나아가 유럽 바티칸 교황청까지 방문해 순회공연을 펼칠 계획이다.
평화의 전당이 완공되면 전당 내 전용 공연장에서 상설 공연을 이어간다. 더불어 전당의 상설 공연과 숙박 시설, 식당, 그리고 맞은편에 위치한 전주 한옥마을, 성지순례지 등과 연계해 ‘체류형 전주 문화 관광 코스’를 구축하는 것이 최종 목표다.
한병성 전주교구 평신도사도직단체협의회 회장은 “ ‘요안 루갈다’의 이야기는 종교적인 가치도 있지만 실제로 일어난 전주 지역의 아픈 역사”라며 “종교 역사나 성지 역시 지역의 콘텐츠인 만큼 이를 바탕으로 만든 ‘님이시여 사랑이시여’ 역시 충분히 지역을 대표하는 브랜드 공연 또는 문화 콘텐츠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뮤지컬 ‘님이시여 사랑이시여’는 매달 셋째 주 수요일에 열릴 예정이다. 첫 공연은 7월 18일 오후 7시로 예정하고 있다. 자세한 정보는 치명자산성지 홈페이지(http://www. joanlugalda.com)에서 확인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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