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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국보훈의 달을 보내면서

취임하는 단체장들이 국가유공자 보훈시책 새롭게 설계해 주기를

▲ 심덕섭 국가보훈처 차장

6월은 ‘호국보훈의 달’이다. 현충일과 6·25기념일이 있는 6월 한달 동안이라도 국가유공자에 대해 감사와 존경의 마음을 전하고 국민들의 나라사랑 정신을 고취하자는 취지에서 1963년 처음으로 지정되었다.

이로 인해 우리 국가보훈처에게는 6월이 일 년 중 가장 바쁜 달이다. 지난 한 달 동안 필자가 참석한 행사만 해도 20여 개가 넘는다. 그 중에서도 현충일과 6·25기념일과 같은 공식적인 국가기념일을 준비하는 것이 가장 큰 일이었다. 다행히 국가보훈처 주관 기념행사가 과거와 달리 흥미진진하고 감동을 주는 기념식으로 변했다는 주변의 칭찬도 많이 들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방송에서 기념식이 방영되면 채널을 돌렸다는데, 요즘은 기념식을 한편의 뮤지컬이나 드라마를 감상하듯이 즐겨본다고 한다.

국가유공자와 유족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기 위한 행사도 다채로웠다. 대통령은 이분들을 청와대로 초청하여 위로와 감사 오찬을 대접했다. 국무총리도 보훈병원에 입원 중인 유공자들을 직접 찾아 위문했다. 또한 국가보훈처와 지자체, 보훈단체, 언론에서는 모범 국가유공자와 그 유족에 대해 포상을 실시하는 행사도 많이 가졌다.

국가유공자들의 희생·헌신 정신을 시민들과 함께 기리기 위해서 ‘거북이 마라톤대회’라든지 ‘국토 대장정’ 행사도 가졌다. 유엔군으로 6·25전쟁때 참전한 분들을 우리나라로 초청해 감사를 표하는 시간도 보냈다. 각기 나름대로 의미있는 행사였고, 국가유공자들에게도 소소한 감동을 주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럼에도, 국가와 공동체를 위해 몸을 바친 국가유공자들의 희생과 헌신에 비하면 이 정도 보훈행사로 끝낼 일은 아니다.

보훈의 개념이 역사상 기록으로 남아 있는 것은 5세기경 고대 그리스 시대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기원전 431년에 그리스의 유명한 정치가이자 군인이었던 페리클레스는 ‘전사자 추모연설’에서 다음과 같이 이야기 한다.

“…이 전몰자들과 그 유족에게 나라가 주는 그들에 대한 승리의 관으로서 그들의 자식들이 성인이 될 때까지의 양육비를 아테네가 국고를 통해 오늘부터 보증합니다.”

기원전 5세기부터 국가는 공동체를 위해 희생한 분들의 유족을 국가가 책임져 보호해 준다는 원칙을 천명해 왔다. 즉, 나라를 위한 희생과 헌신에는 반드시 마땅한 보상과 예우를 보장해 주어야 한다는 점을 인류의 문명사가 웅변해 주고 있다. 이런 보장이 없다면 어느 누가 국가가 위기에 처해 있을 때 분연히 나서서 자기 목숨을 바치려 하겠는가? 국가유공자에게 최상의 보상과 예우를 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국가유공자들에 대한 보훈은 반드시 중앙정부만 책임을 지는 업무는 아니다. 국가와 자자체가 함께 담당하는 책무이다. 따라서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도 지역 내 국가유공자에 대하여 각별한 보상과 예우를 해야 한다. 또 지역 내 독립유공자나 전쟁영웅들을 선양하는 사업들도 적극 추진해야 한다. 지역에 있는 각종 현충시설이나 독립유적지를 유지·관리하는 데에도 각별한 관심을 가져야 한다.

때마침 6·13 지방선거로 인해 새로 취임하는 단체장들이 많다. 단체장들도 이번 기회에 해당 시·군의 보훈시책에 대해 종합적으로 점검해 보기 바란다. 더 나아가 독립·국가·민주유공자에 대한 보훈시책을 새롭게 설계해 주시기를 당부 드린다.

마지막으로, 함석헌 선생의 유명한 시 ‘그 사람을 가졌는가’중 일부를 인용하면서 호국보훈의 달의 의미를 되새겨 보았으면 한다.

‘만 리 길 나서는 길/처자를 내맡기며/맘 놓고 갈 만한 사람/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여기에서 밑줄 친 ‘사람’을 ‘나라’로 고쳐 다시 읽어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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