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의 병원 응급실에서 환자가 의사를 폭행하고 난동을 부린 사건이 발생했다. 손가락 부상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가 당직 의사에게 폭력을 휘둘러 코뼈 골절과 뇌진탕을 일으켰다. 술에 취한 상태였던 가해자는 의사가 자신을 보고 비웃었다며 시비를 걸어 폭언과 함께 수차례 폭행을 가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 앞에서도 계속 폭력을 행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무법지대가 응급실에서 벌어졌다는 게 충격적이다.
분초를 다투는 응급환자를 치료하는 응급실에서 의사 폭행은 의료진뿐 아니라 다른 위급한 환자의 안전까지 위협하는 중대한 범죄다. 그렇기 때문에 법으로도 엄중히 처벌하고 있다. 2015년 개정된 의료법 및 응급의료법 법령에 따르면 응급의료종사자에게 폭행 등을 행사해 환자 진료를 방해하면 5년 이하의 징역, 5000만원 이하 벌금을 물도록 하고 있다. 그럼에도 응급실 폭행사건이 잊을 만하면 터지고 있어 엄중한 법집행과 함께 근본적 예방대책이 요구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응급실 폭행의 심각성에 대한 캠페인 등 국가의 적극적인 홍보 부재와 피고인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 등을 주 원인으로 지적했다. 의료인 폭행에 대한 가중처벌 규정에도 불구하고 실제 일반 폭행과 같이 경미한 처벌이 이루어지면서 경종을 울리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의원급 의료기관의 경우 근무자가 적어 난동이 발생하면 초동 대응 자체가 쉽지 않은 실정이란다.
대한응급의학회는 응급실 폭력 사건 방지를 위한 안전한 응급실 진료환경 구축 방안을 제시했다. 안전 요원의 확보 등을 통해 응급 의료인과 응급 환자의 안전한 진료환경을 조성해야 하며, 이를 위해 정부와 지자체,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이번 응급실 의사 폭행사건은 지난 5월 익산에서 여성 구급대원이 구조하던 주취자에게 폭행을 당해 사망했던 사건과 같은 맥락에 있다. 구급대원이나 응급실 당직 의사가 긴급한 상황에 처한 피구조자나 환자로부터 폭행을 당했을 때 심적 고통과 상실감은 더욱 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응급실 의사가 환자의 폭력까지 신경을 쓰면서 어찌 치료에 전념할 수 있겠는가. 의료인 폭력 예방과 방지는 단순 의료인 보호차원을 넘어 환자의 생명과 안전을 위한 최소한의 장치다. 의사협회와 응급의학회의 제언을 귀담아 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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