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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백제] (132) 7장 전쟁 ⑧

글 이원호 / 그림 권휘원

“너는 은솔(恩率)이다.”

 

의자가 계백에게 말했다. 다음날 오전, 도성의 대왕전 안, 백관이 모인 자리에서 계백의 인사를 받은 의자가 말한 것이다. 이미 성충과 흥수로부터 귀띔을 받은 계백이 허리를 숙이고 대답했다.

 

“감사합니다. 대왕.”

 

성충은 사양하지 말라고 했다. 너는 은솔이 되고도 남으니 당당하게 받으라고도 했다. 의자의 얼굴에 웃음이 떠올랐다.

 

“기다렸다는 듯이 덥석 받는구나. 상좌평이 그러라고 시키더냐?”

 

“예, 대왕.”

 

도열해 앉은 백관들 사이에서 웃음이 번졌지만 성충은 물론 흥수, 의직 등도 시치미를 뚝 떼고 있다. 의자가 머리를 끄덕이더니 정색했다.

 

“도성에 기마군 5천이 모일 것이다. 열흘 간 조련을 하고 나서 고구려로 떠나도록 하라.”

 

“예, 대왕.”

 

“너는 연남군 기마군 대장으로 당군(唐軍)과 접전을 한 경험이 많다. 그래서 선발한 것이다.”

 

“예, 대왕.”

 

“연개소문 공(公)에게 대백제군의 위용을 보이도록 하라.”

 

이제는 의자의 표정이 엄격해졌다. 이것이 백제 지원군 파견의 주목적인 것이다. 당(唐) 태종 이세민은 내부 정비를 마치고 숙원인 고구려 원정을 떠나려는 것이다. 중원을 통일한 수 양제가 대륙 북부를 지배하고 있는 고구려를 정복하여 천하통일을 이루려다가 패망했다. 이제 수를 이어받은 당이 다시 천하통일을 시도하려는 것이다. 고구려, 백제, 신라 3국을 통합하면 대략 2천만 인구가 된다. 수 양제가 중원을 통일했을 때의 인구가 대략 4800만이었다. 그것도 10여 개의 이민족까지 모은 숫자다. 북방의 고구려, 백제, 신라는 단일민족으로 2천만인 것이다. 고구려와 백제가 연합하더라도 천하통일이 가능하다. 그날 밤부터 계백은 도성에서 50여리 떨어진 들판의 진막에서 야영을 했다. 이곳에 기마군 5천이 모이는 것이다. 계백의 부장이 된 나솔 윤진이 진막 밖에서 어둠이 덮인 들판을 손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저기 왼쪽이 장동석성(壯洞石城)이며, 가운데 있는 곳이 웅치산성(熊峙山城), 오른쪽이 황령토성(黃嶺土城)입니다.”

 

윤진이 이 근처가 고향인 터라 말을 이었다.

 

“이 3개 성이 오래전에 세워졌지만 지금은 허물어지고 보수를 안 해서 수비군 백여명씩만 남아 있습니다.”

 

계백이 눈을 가늘게 뜨고 어둠 속에 산 윤곽만 드러난 산성들을 보았다. 도성 동쪽으로 가로막듯이 세워진 산성(山城)들이다. 계백이 앞쪽 들판을 눈으로 가리키며 물었다.

 

“이 들판 이름이 뭔가?”

 

“예, 황산벌이라고 합니다.”

 

계백은 3개 산성을 바라보며 서있다.

 

앞쪽에는 황산벌이 펼쳐져 있는 것이다.

 

이윽고 머리를 든 계백이 윤진에게 지시했다.

 

“나솔, 5천 군사를 각각 1500, 2000, 1500씩 나눠서 3개 산성에 주둔시키도록 하라.”

 

“예, 은솔.”

 

“주둔하면서 산성을 고치고 각 대별로 황산벌에 나와 기마군 훈련을 한다.”

 

“예, 은솔.”

 

계백이 둘러선 장수들에게로 몸을 돌렸다.

 

“3개 대 대장은 윤진과 화청, 정찬이고 나는 정찬과 함께 중군을 맡겠다.”

 

계백이 손으로 3개 산성을 가리켰다.

 

“나는 중심에 있는 웅치산성으로 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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