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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백제] (133) 7장 전쟁 ⑨

글 이원호 / 그림 권휘원

황산벌에서 기마군 조련과 함께 출정 준비를 마친 계백의 5천 기마군은 엿새째 되는날 아침에 고구려로 출발했다.

 

“은솔, 장졸들에게 중원의 지리를 읽히고 당군(唐軍)의 피맛을 보여줘라.”

 

황산벌까지 찾아온 의자가 계백에게 말했다.

 

“곧 대륙이 우리 차지가 될테니까 말이다.”

 

“예, 대왕. 명심하겠습니다.”

 

마상에서 절을 한 계백이 말에 박차를 넣었다. 백제 기마군 5천기가 떠난다. 각각 예비마를 2필씩 끌고 있는 데다 치중대도 말이 끄는 수레로 따르고 있어서 마필만 2만필 가까운 터라 땅이 울린다. 첨병대, 선봉군, 중군(中軍), 후군, 치중대로 정연하게 구분된 기마군의 전진 속도는 빠르다. 백제, 고구려는 기마군이 발달되어서 하루에 300리씩 진군할 수가 있다. 백제군은 사흘만에 고구려 영토로 진입했고 엿새가 되는날 오후에 고구려 도성에서 30여리쯤 떨어진 들판에서 고구려군과 만났다. 고구려군 장수는 남부대인 양성덕 휘하에 기마군 3천여기를 이끌고 백제군을 맞으려고 기다린 것이다.

 

“장군, 대막리지께서 요동으로 떠나셨소. 제가 장군을 대막리지께 안내하겠소.”

 

인사를 마친 양성덕이 말했다. 양성덕과는 지난번 고구려에 갔을 때 얼굴을 익힌 사이다.

 

“요동으로 가시다니? 당군이 침입했습니까?”

 

장수들과 인사를 마친 계백이 양성덕의 안내를 받고 진막으로 들어와 물었다.

 

“당의 정탐대가 수시로 들락이는 상황이라 국경의 주민들을 피란시키고 있지요.”

 

양성덕이 말을 이었다.

 

“이세민이 30만 군사를 장안에서 출발시켰다고 합니다. 이세민의 친정이요.”

 

당황제 이세민이 직접 지휘한다는 말이다. 계백의 얼굴에 웃음이 떠올랐다.

 

“이세민이 수양제의 전철을 밟으려고 하는군요.”

 

“이 기회에 중원을 통일하겠다고 대막리지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양성덕이 호기있게 말했다.

 

“더구나 백제의 지원군까지 왔으니 천하통일은 눈앞에 왔습니다.”

 

곧 진막 안으로 양성덕이 준비한 술과 안주가 들어왔고 백제와 고구려 장수들이 어울려 주연이 벌어졌다. 여기저기에서 웃음이 터졌고 진막안은 떠들썩해졌다. 술잔을 든 양성덕이 계백에게 물었다.

 

“은솔이 되셨다고 들었습니다. 뒤늦게 축하드리오.”

 

“감사합니다. 대인께서도 막리지가 되셨더군요.”

 

양성덕은 연개소문의 심복이다. 한모금에 술을 삼킨 양성덕이 계백을 보았다.

 

“신라가 등을 칠 여유는 없겠지요?”

 

“경계는 하고 있습니다.”

 

“김춘추를 잡았다가 놓아 주셨지요?”

 

양성덕이 묻자 계백이 빙그레 웃었다. 김춘추는 당의 도성인 장안성에 들어갔을 것이다. 다시 술잔을 든 양성덕이 따라 웃었다.

 

“그 소식을 듣고 대막리지께서도 웃으셨습니다. 김춘추가 신라 왕으로는 적합한 인물이라고 하셨습니다.”

 

“우리 대왕도 그러셨지요.”

 

“비담이 신라왕이 되는 것보다는 낫지요. 김춘추는 사태가 불리하면 제 목숨을 살리려고 신라를 내놓을 위인입니다.”

 

계백이 머리를 끄덕였다. 고구려에서는 신라와 백제의 합병까지는 생각하지 못하는 것 같다. 백제는 합병에 김춘추가 유리하다고 보고있는 것이다. 김춘추는 당왕 이세민을 만나기는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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