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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공유주택, 지역 청년문화의 시작

지역에서 청년들이 자유롭게 사용하는 공간을 확보해줘야

▲ 김창하 민달팽이주거협동조합원

3년전, 서울에서 받고 싶은 교육이 있어 2달 정도 고시원에서 지낸 적이 있었다. 1인 침대, 책상, 침대발치 위에 걸린 옷장이 빼곡이 들어가는 방 한칸. 오로지 자고 공부만 할 수 있는 공간이 빽빽이 나열되어 있었다. 옆집 사람과 인사조차 소음이 되고, 내 방에서 조금만 소리를 내도 옆방에 불편을 끼치는 그런 곳이었다. 고시원 입구에 다른 사람과 마추칠 때면 괜히 눈을 피하게 되고, 통화를 하는 도중 감정이 격해질 때 혹시 시끄러울까봐 감정조차 참으며 지내게 된다.

이런 고시원 생활 이외에도 현장직 일을 할때 공동합숙생활, 학교 다닐때의 기숙사 생활, 군대 생활 등을 겪으며, 내 한 몸 쉬기 위해 나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함을 알아갔다. 주거란 공간은 소위 처신과 예의를 잘 차려야만 그마나 쉴 수 있는 그런 곳이었다.

원룸 주거형태 조차 부실한 공사와 관리로 ‘내 집’이 되지 못한다. 부실한 집은 윗층의 문자오는 소리도 들릴 정도이고, 이웃과 소통이 되지 않는 주거는 언제나 이웃에 대한 불신을 가지고 살아야 한다. 여성의 경우는 내 집이지만 안전을 보장받기 힘들다. 누군가 침입하더라도 나를 보호 할 수 없는 그런 장소이다.

현재 달팽이집 생활에서 가장 좋은 점을 꼽자면, 마음 편히 지낼 수 있다는데 있다. 혼자 사는 것도 아닌데 뭐가 편하냐는 의문이 들겠지만, 일단 대화의 상대가 또래인 것과 기존 주거형태에서 감내해야하는 역할이 적다는 점은 주거의 심적 부담을 줄여준다.

역할에 대한 심적 부담이 줄면서, 비로소 자신의 취향이나 감정을 드러낼 수 있는 동기가 마련된다. 이미 살림을 나 이외에 담당하는 집과 다르게, 서로의 선호를 맞춰가며 공용공간을 꾸려나가게 된다. 요즘 냉장고 안은 블록을 쌓는 느낌이 든다. 냉장고 안이란 네모난 공간에 각자의 물건을 어디에 배치해야 할지, 이 좁은 공간을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 그런 고민을 이야기하면서, 각자의 음식취향, 물건을 두는 습관을 확인하고 조율한다. 청소를 언제 할지, 빨래는 언제 널어야 할지, 공용 물품을 어떻게 사용할지를 정하며, 주거지 곳곳에 서로에 흔적이 쌓이고, 주거라는 공간이 나에게 맞는 역할과 책임을 다할 때 비로소 내 공간이 되고 생활을 해나갈 수 있다.

보통 청년의 소비문화를 지적하지만, 정작에 지속적인 문화는 일정한 공간을 두고 쌓인다. 지역에 공간을 확보하지 못한 청년에게는 사용하자마자 증발되는 소비문화 이외에 문화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달팽이집이라는 청년공간을 확보하고 지내면서 지금의 청년 문화가 이런 것이구나 하고 나조차도 이제야 느끼고 있다.

이번에 지역 청년후보의 공약으로 내새웠던 ‘청년정’처럼, 청년 공간을 두어야만 그 공간에 지금의 청년의 문화가 형성되고, 그 문화가 지역사회에 반영 되어야 청년이 숨 쉴 수 있는 지역이 될 수 있다. 기성세대의 여러 시도가 효과를 내지 못하는 것과 청년이 사회가 자신을 재단한다고 느끼는 점은 청년 문화를 받아들이는 사회 구조가 만들어지지 않아서 이다. 지금의 달팽이집과 같은 공유주거는 주거 안정 이외에도, 청년의 문화 형성과 지역사회 진출을 역할을 해낼 수 있으리라고 본다.

앞으로도 지역에서 청년들이 자리매김 할 수 있도록, 청년들이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을 지속적으로 확보하여 청년 문화 형성의 기틀이 마련되었으면 좋겠다. 지역의 청년 문화는 이제 시작점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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