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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백제] (140) 7장 전쟁 16

글 이원호 / 그림 권휘원

“안시성이오!”

 

척후장이 달려와 소리쳤을 때는 해시(오후 10시)가 되어 갈 무렵이다. 기마군은 아침에 본대에서 떼어져 2백여 리를 주파한 후에 안시성에 가까워진 것이다.

 

“10리 거리입니다!”

 

다가온 척후장이 말고삐를 채어 계백과 나란히 걸으면서 말을 이었다.

 

“성 안으로 전령을 보냈으니 곧 마중을 나올 것입니다.”

 

머리를 끄덕인 계백이 뒤를 따르는 전령장에게 말했다.

 

“대오를 정비하고 평보(平步)로!”

 

곧 전령이 앞뒤로 뛰면서 외침이 울렸고 기마군은 속보에서 평보로 걸음을 늦췄다. 잘 훈련된 기마군이다. 선봉, 중군, 후위, 3개 대(隊)로 나뉘어 행군을 하면서도 계백은 수시로 진용을 바꾸었다. 선봉을 기마군 1500, 중군을 2000, 후미 1500으로 나누었다가 1000, 3000, 1000으로 또는 500, 3500, 1000으로 달리면서 변형을 시키는 것이다. 아침에 출발하여 이곳까지 오는 동안 수십 번 진용을 바꾸고 수십 번 공격 연습을 했다. 이제는 진군(進軍) 자체가 공격이며 방어가 된다. 북소리, 날카롭게 부는 호적 소리 몇 번으로 대군이 움직이는 것이다. 기마군이 짙게 어둠이 덮인 산기슭을 돌아 갔을 때다. 다시 앞에서 대열이 흐트러지더니 다가오는 수십 기의 말굽소리가 울렸다. 그때 먼저 달려온 전령이 소리쳤다.

 

“안시성주께서 오시오!”

 

“성주가?”

 

성주가 성 밖까지 마중을 나오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에 계백이 말고삐를 고쳐 쥐었다. 곧 앞쪽에 불빛이 보이더니 횃불을 든 기마군 셋이 달려왔고 그 뒤를 일대의 기마대가 따라왔다. 그 중심에 선 장수가 안시성주인 것 같다. 계백이 말을 멈췄을 때 그쪽도 다가와 마신(馬身)의 거리를 두고 멈췄다.

 

“안시성주 양만춘이오!”

 

턱수염이 짙은 장수가 소리쳐 인사를 했다. 어둠속에서 두 눈이 번들거리고 있다.

 

“백제국 은솔 계백이오! 대막리지 전하의 명으로 지원군으로 왔습니다.”

 

계백도 소리쳐 말하자 장수가 웃음 띤 얼굴로 다가와 말고삐를 틀었다.

 

“잘 오셨소.”

 

“이렇게 나와 주셔서 반갑습니다.”

 

이제 두 장수는 말머리를 나란히 하고 안시성으로 다가간다. 곧 눈앞에 안시성의 위용이 드러났다. 성벽에 횃불을 켜 놓아서 윤곽이 다 드러났다. 깃발이 정연하게 꽂혀있고 군사들도 보인다. 그때 양만춘이 말했다.

 

“대막리지께서 은솔이 떠나신 후에 지원군 3만을 더 보내셨다고 합니다.”

 

“안시성의 수비군은 얼마나 됩니까?”

 

계백이 묻자 양만춘이 얼굴을 펴고 웃었다.

 

“기마군 5천에 보군 3만입니다. 이제 기마군 1만이 되었으니 공수(攻守)를 함께 운용할 수가 있겠소.”

 

안시성은 평지에 세워진 평성(平城)이다. 그러나 화강암으로 기반을 굳힌 성벽의 높이는 30자(9m), 성벽 위의 넓이가 15자(4.5m)나 되어서 성벽 위로 마차가 다닐 수가 있고 군사의 이동이 가능했다. 그날 밤, 안시성주 양만춘 이하 장수들과 백제군 장수들이 둘러앉아 주연이 벌어졌다. 성안의 넓은 청에는 1백 명 가까운 장수들이 모였다. 양만춘은 미리 소, 돼지, 양을 수백 마리 잡아서 군사들에게 나눠주었기 때문에 성안은 축제 분위기가 되었다. 요동성, 백암성이 함락되었다는 소문에 위축되었던 고구려군에게 활기가 일어났다. 장수들끼리 인사를 마쳤을 때 술잔을 든 양만춘이 계백에게 말했다.

 

“중원(中原)에 수많은 왕조가 일어났다가 수십 년만에 멸망을 했소.”

 

양만춘의 말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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