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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엌칼 스친 자리, 예술이 되다

진안 계남정미소 특별전 ‘도마’
미술가·시인·소목장 등 참여
8월 3일~26일 금·토·일 전시

▲ 시민 전옥출(85) 씨가 만든 도마

“생선 비린내만 맡던 도마에게도 꽃비 맞을 날이 있을까.”

일 년에 한두 번 빗장을 여는 진안의 공동체박물관 ‘계남정미소’(관장 김지연)가 기지개를 켰다. 이번 기획전 주제는 태어난 순간부터 온몸에 칼을 맞고 살아야 하는 기구한 운명, 바로 ‘도마’다. 전시는 8월 3일부터 26일까지, 금·토·일 오전 11시부터 6시까지만 열린다. 오픈 행사는 8월 3일 오후 3시다.

▲ 한숙 작가가 그린 서양화
▲ 한숙 작가가 그린 서양화

참여 작가는 양순실(서양화), 이일순(서양화), 한숙(서양화), 이봉금(한국화), 고형숙(한국화) 작가와 전주에서 제재소를 운영하는 유성기 씨, 김지연 계남정미소 관장(사진작가), 김영춘 시인, 장우석 소목장 등이다.

전시는 유성기 제재소 사장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김지연 계남정미소 관장은 “공간을 계속 운영하기엔 인력이 여의치 않아 좋은 기획이 있으면 단발성으로 문을 연다”며 “ ‘도마’라는 주제가 매우 흥미로워 바로 수락했다”고 말했다.

▲ 이봉금 작가가 그린 한국화
▲ 이봉금 작가가 그린 한국화

오랜만에 계남정미소가 문을 여니 멀리서 찾아오는 관객에게 색다른 전시를 보여주고 싶었다는 김 관장은 봄부터 매일 도마를 보고, 쓰다듬고, 생각했다. 그러면서 ‘도마’에 대한 애정이 깊어졌고 그것의 운명을 가늠해보게 됐다.

‘도마’처럼 단순하고 처연한 삶이 또 있을까. 김 관장은 “온 몸으로 날선 아픔을 견뎌야 하지만, 수억 만 번 이어지는 시간의 부대낌 속에서 때로는 칼보다 더 질기게 버텨내는 게 도마의 삶”이라며 “그 무던한 견딤이 서럽다”고 말했다.

어쩌면 평생 아픔이 숙명인 도마 위에 화사하게 덧댄 그림과 조심스러운 손길이 필요할까 싶지만, 순전히 도마를 위해 이번 특별전을 연다. 익숙했던 것에 마음을 주고자 하는 따뜻한 전시다.

▲ 유성기 작가의 설치작품 ‘ㅁ’
▲ 유성기 작가의 설치작품 ‘ㅁ’

나무를 다루는 것이 업인 제재소 사장의 도마와 놀기를 좋아하지만 일도 잘하는 장우석 소목장의 작품(도마)이 관객을 맞는다. 전주에서 왕성히 작업하는 미술가, 고형숙·양순실·이봉금·이일순·한숙의 토막잠 같은 그림이 각자의 개성으로 자리를 잡는다. 김영춘 시인의 시 ‘어머니의 도마’, 김지연 관장의 사진이 평범한 어머니들이 만든 도마와 함께 어우러진다.

지난 2006년 5월 문을 연 계남정미소는 지역에서 사라져 가는 작지만 소중한 역사를 기록·전시하는 공동체박물관이다. 2012년 9월 잠정 휴관에 들어갔다가 2015년 전국에서 모인 젊은 사진작가들의 요청으로 다시 전시를 열었다. 이후 매년 한, 두 차례 특별기획전을 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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