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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백제] (145) 8장 안시성 ①

글 이원호 / 그림 권휘원

고구려는 대국(大國)이다. 그래서 수양제가 수천 리 원정길에 요동성을 함락시키지 못하고 결국 패퇴했다. 이번에는 안시성이다. 요동성까지 함락시켰지만 당군은 안시성에 막혔다. 고구려 중심에 위치한 요동성, 안시성을 함락시키지 않고 대군을 진입시켰다가 퇴로가 막히면 전멸이다. 그래서 대국인 것이다. 하루 이틀에 고구려 도성까지 닿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수양제는 군량미 수송마차가 수천 리에 뻗쳤기 때문에 수만 명의 병사가 굶어죽었다. 그 긴 수송로를 고구려군이 토막을 내었기 때문이다. 안시성, 이제 당황제 이세민이 안시성 앞에 와 있다.

 

“백제군 대장이 누구라고 했느냐?”

 

진막 안에서 이세민이 묻자 우성문이 먼저 대답했다.

 

“예, 은솔 벼슬의 계백이라고 들었습니다.”

 

“그놈이 동쪽의 백제령 출신이라고 했던가?”

 

“예, 연남군 출신입니다.”

 

“으음, 거머리 같은 족속들.”

 

둘러앉은 장수들은 입을 다물고 있다. 우성문에 이어서 당황제 이세민이 주력군을 이끌고 온지 열흘째, 어제는 30만 대군이 성을 둘러쌓고 하루종일 공성전(功城戰)을 펼쳤지만 사상자만 수천을 내고 물러났다. 안시성 안의 고구려 백제 연합군은 4만이 안 되고 주민은 3만여 명, 군민(軍民)이 힘을 합쳤다고 하지만 하루 이틀에 함락시킬 작정이었는데 만만치가 않다. 이세민이 머리를 돌려 요동총독 서위를 보았다.

 

“그놈의 용병술이 대단한가?”

 

“백제왕의 총애를 받는 무장(武將)이라고 합니다.”

 

“백제왕이 총신을 연개소문한테 보낸 것이군.”

 

“예, 연개소문과 백제왕 의자가 뜻이 맞은 것입니다.”

 

“두 놈이 동맹을 맺고 천하를 차지하겠다는 말인가?”

 

서위가 숨만 삼켰고 둘러선 장수들은 숨소리도 내지 않는다. 당(唐)도 고구려와 백제에 대해서 첩자를 보내거나 심어놓은 간자(間者)를 통해 양국 사정을 속속들이 파악하고 있는 것이다. 그때 이세민이 물었다.

 

“서위, 그대는 양광시대에도 장군을 지냈으니 잘 알 것이다. 양광이 고구려에 친정(親征)한 것과 내가 친정을 한 것이 무엇이 다르냐?”

 

서위가 머리를 들었다. 양광(楊廣)은 수(隋)의 양제(煬帝)를 말한다. 서위는 이때 65세, 노신(老臣)이다.

 

“폐하, 양광은 말년에 황음무도하여 백성의 고혈을 짜내었지만 폐하는 성군으로 백성들의 칭송을 받고 있습니다. 그것이 첫 번째 다른 점입니다.”

 

“두 번째 다른 점도 있는가?”

 

“예, 당군(唐軍)은 수군(隋軍)에 비하여 기동력이 강하고 전의(戰意)가 투철하며 용병입니다. 수는 농민을 끌어모아 숫자만 채운 잡군이었습니다.”

 

“또 있는가?”

 

“예, 그 당시의 고구려는 영양왕이 을지문덕과 함께 수군을 맞았으나 지금은 연개소문이 정권을 탈취하여 허수아비 왕을 세우고 대당(大唐)과 대적하고 있는 것이 다릅니다. 고구려 민심은 연개소문을 떠나 있습니다.”

 

“그런가? 그렇다면 안시성주 양만춘을 회유할 수는 없느냐?”

 

그때 서위의 눈동자가 흔들렸고 이세민이 말을 이었다.

 

“고구려는 대국(大國)이다. 당과 맞설 대국이 있다면 천하에 고구려와 백제 두 왕국 뿐이다. 수의 양광은 오만했기 때문에 멸망했다. 나는 양광과 다른 방법을 쓰겠다.”

 

이세민이 신하들을 둘러보았다.

 

“양만춘에게 밀사를 보내라. 계백에게도 밀사를 보내 회유해보도록 하라. 연개소문에게 불만을 품고 있을지도 모른다. 계백에게는 담로의 왕으로 봉해준다고 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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