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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4차산업은 고향 전북에서

전북인들 다함께 힘모아
삼성 전장부품 군산 유치
전북산업 꽃 피우길 기대

▲ 김홍규 아신그룹 회장

“내 고향은 폐항. 내 고향은 가난해서 보여줄 건 노을밖에 없네.”

이준익 감독이 영화 <변산> 에서 주인공의 입을 빌려서 읊은 시다. 계속 떠올리게 되는 여운이 남는 문장이다. 고향에 대한 애증이 이보다 잘 묻어날 수가 있나. 요즘 고향 전북을 바라보는 전북인 심정이 이러하다. 변산이 아니라 전북 전체가 보여줄 거라고는 노을밖에 없는 그런 곳이 될까 봐 마음이 적잖이 쓰인다. 아름다운 산하로 천년이나 지속되는 동안 나라에 필요한 인재들을 수도 없이 배출한 고장인데 왜 지금은 육지 속의 섬처럼 소외되고 가난하고 꼴찌를 면치 못하는 그런 대접을 받고 있는지.

재정자립도가 22.1%로 전국 광역자치단체 중 꼴찌, 도 전체 경제력이 수도권의 어느 중견 도시 하나만도 못하다고 평가받고, 가까운 대전과 광주가 인구를 흡수하고 있어서 광역시를 배출 못한 불운을 안고 있기도 하다. 6·25 전쟁 직전인 1949년 인구보다 2018년 인구가 줄어든 지역은 전북뿐이다. 이런 실정을 극복하기 위해 무언가 해야 하는데 고향을 떠나온 지 오래되었다, 바쁘다 등 여러 핑계로 고향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해 미안할 따름이다.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또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이른 때라고 하니 지금이라도 내 고향 전북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여러 재경 전북인들과 함께 고민하고자 한다.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와 GM자동차 공장이 문을 닫으면서 군산지역 경제가 초토화된 것은 상상을 초월한다. 유령도시처럼 변해가는 군산이 희망을 건 것은 새만금, 새만금 특별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서 앞으로 전북 향방은 이들의 성공 여부에 달린 상태라고는 하지만 새만금에만 기대고 있기에는 전북의 청사진이 너무도 열악하다. 새만금은 방조제를 완공하는 1차 마무리 단계까지 무려 20년이 넘게 걸렸다. 앞으로 안정이 되어서 수익을 창출하기까지 얼마의 세월이 더 걸릴지는 아무도 장담하지 못한다. 또한 연간 500만 명이 찾는다고는 하지만 전주한옥마을 관광산업에 몰두하기에는 산업 규모 면에서 한계가 있다.

“여론조성”이 시급하다. 유난히 전통 깊은 지역이어서 그런지 우리 지역 출신들은 나서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것 같다. 하지만 이제는 좀 나서야 할 때이다. 전북이 텅텅 비지 않았는가. 군산 지역에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와 GM자동차 공장이 빠져나간 자리에 그만한 규모의 기업을 다시 유치해 오는 데 목소리를 내서 힘을 보태야 한다.

삼성그룹의 전자장비산업 단지를 군산에 유치해 오자는 움직임이 솔솔 일고 있다. 군산상공회의소에서 나서서 삼성그룹에 건의를 했다고 하나 무슨 뾰족한 대답을 들은 건 아니다. 삼성은 전장사업팀 신설과 함께 전기차 분야 세계 1위인 중국 BYD사에 5000억 원을 투자하고, 전장사업 분야 글로벌 선두 기업으로 손꼽히는 미국 하먼사를 인수하는 등 미래산업 경쟁력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는데 그런 신사업을 군산 지역에 이미 마련된 기반을 토대로 시작하면 얼마나 좋겠는가. 삼성 내부에도 전북 출신은 있을 테고, 중앙 정부에도 전북 출신은 많다. 삼성이 결단을 내릴 수 있게 전북인이라면 다 같이 나서서 “삼성그룹 전장사업은 군산에서”라는 여론을 조성해 나가야 한다. 외지에서 온 이들에게 보여줄 거라고는 노을만 있는 전북이 아니라 노을도 아름답고, 사람도 아름답고, 산업도 꽃 피는 전북을 보여주면 얼마나 좋겠는가.

영화 <변산> 이 흥행만 했어도 올여름 전국에 전북 여행이 강타했을 텐데, 아쉽다. 여수는 노래 하나로 밤마다 바다에 사람이 넘친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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