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와 딸이 청춘을 바쳐 완성한 갤러리 카페가 전주에 문을 연다.
오는 8일 전주 다가동에 문을 여는 ‘돌리버드(dolly bird)’는 15년간 전국을 돌며 새를 촬영해 온 김태영 원광대 의과대학 교수의 조류 사진과 김수진 씨가 20년간 수집한 인형을 전시하는 갤러리형 카페다.
200㎡(60평) 공간에 들어서면 벽면을 둘러싼 500여 개의 인형과 눈이 마주친다. 김수진(37) 대표가 학창시절부터 소중하게 모은 것들이다. 12인치(30㎝) 크기의 바비 인형과 16인치(40㎝)의 진·타일러 인형 등 크기도, 생김새와 특징도 다양하다.
바비 인형은 시대별로 가장 유행한 뷰티, 패션, 문화를 응집한 시대의 아이콘이기도 하다. 제작 시기·콘셉트에 따라 얼굴형, 화장, 의상 등이 다르다. 단종되거나 한정판인 인형, 세계 유명 브랜드 및 디자이너의 작품 등 희귀한 것들은 부르는 게 값인데, 김 대표는 과감히 내놨다.
유학생활을 하며 첫 바비 인형을 구매했던 김 대표는 “아름다운 인형을 보는 것만으로 외로운 생활에 위로가 됐다”며 “그때의 감정을 잊을 수 없어 수집을 계속하게 됐다”고 말했다.
“수집 문화는 보여주기 위해 하는 것이 아니라 소유에서 오는 기쁨, 자기만족이 크거든요. 보통은 물건을 상자 안에 그대로 보관하고, 한정판은 뜯지도 않습니다. 가치가 떨어지거든요. 하지만 저는 제가 수집한 것들을 같이 나누고 싶었어요.”
김 대표는 “자신처럼 수집·키덜트(아이 같은 감성과 취향을 지닌 어른) 취미를 가진 사람들과 문화를 나누고, 인형 수집이 생소한 대중에게는 새로운 재미를 주고 싶다”고 말했다.
‘돌리버드’는 아버지와 딸이 오랫동안 이어온 취미 문화를 공유한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공간 가운데 만들어진 ‘인형의 집’ 안으로 들어가면 새들이 숨어있다. 김 대표의 아버지인 김태영 교수가 촬영한 조류 사진들이다.
15년 전 큰 고니를 찍으면서 새에 빠졌다는 그는 전국 안 다녀본 곳이 없다. 한국에서 볼 수 있는 새는 530종에 달하지만 머무는 시기가 짧아 빠릿빠릿하게 움직여야만 놓치지 않는다.
김 교수는 전문 사진가들도 인정하는 ‘프로’지만 개인전을 한 적은 없다. 의사 타이틀을 달고 전시회를 여는 게 쑥쓰러워서다. 하지만 아버지의 사진 활동을 응원해온 김수진 대표의 제안으로 동참하게 됐다.
이들은 “새와 인형을 역사관처럼 볼 수 있는 곳은 흔치 않다고 생각한다”며 “개성 문화를 즐기는 사람들이 전국에서 찾을 수 있는 전주의 명소로 자리매김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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