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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중앙회 유치가 전북회생의 관건

위병기 문화사업국장 겸 논설위원

한손에는 강력한 규제의 칼날을 휘두를 수 있는 채찍이 있고, 또다른 손에는 뭔가 줄 수 있는 당근이 있다손 치더라도 오랫동안 시장을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는 정부는 없다.

그래서 일찌감치 경제학자 애덤 스미스는 “자유로운 경쟁이 이루어지면 정부가 개입하지 않아도 물건의 가격과 품질은 적절하게 정해진다”고 주장했다. 보이지 않는 손이 가격을 결정해 주기 때문에 정부의 활동은 필요하지 않다고 본 것이다. 그런데 인간의 탐욕은 끝이 없기에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한 자동조절 작용은 크게 왜곡되기 마련이다.

공급독점에 의한 폭리, 수요독점에 의한 납품단가 후려치기가 대표적인 경우다. 그래서 자본주의가 성숙함에 따라 사람들의 경제활동에는 더 많은 정부의 관여가 시작됐다. 소위 수정 자본주의다.

오늘날 선진국일수록 외형상 자유로운 선택을 허용하는 듯 해도 특정 개인이나 집단의 일탈이나 과식을 억제하게끔 촘촘한 사회시스템이 갖춰져 있음을 알 수 있다.

화제를 혁신도시로 바꿔보자. 노무현 전 대통령이 그렇게 하려고 했던 ‘수도이전’이 서울에 둥지를 튼 기득권층의 집단반발에 밀려 무산된 이래 대안으로 나온게 세종시와 전국 10개 혁신도시다. 능률만 생각한다면 정부부처가 세종시에 내려오고, 공공기관이 전주를 비롯한 지방에 내려오는게 어디 가당키나 한 일인가. 시장 원리로는 서울에 있어야 할 기관을 정부가 억지로 지방에 내려보낸 것이다. 양적 가치보다는 질적 가치를 추구했다고나 할까.

수도를 로마에서 콘스탄티노플로 옮겼을때 기득권층의 반발이 있었듯 오늘날에도 국민연금공단이나 기금운용본부 사례처럼 투덜거리는 이들이 적지않다.

문재인 정부가 지방이전을 더 강력하게 추진하겠다고 표명한 만큼 이제는 집권층의 결단이 필요하다. 골디온의 매듭을 하나씩 푸는것 보다는 칼로 잘라버린 알렉산더의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일례로, 어차피 전북을 농생명의 수도, 제3의 금융도시로 육성하겠다는게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뜻 이라면 이번 기회에 반드시 농협중앙회를 전북혁신도시로 유치해야 한다.

오늘날 농협이 얼마나 비중있는 곳인지는 구태여 시시콜콜한 설명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만일 유치하기로 하면 해야할 이유가 당장 10가지가 넘게 떠오르고, 안하려고 하면 해선 안될 이유가 10가지가 넘는다. 말이 서울이지 이미 여의도, 서대문, 강남 등지로 흩어져 있는 금융기관을 굳이 전주로 가져오지 못할 이유가 없다. 이호철이 소설 ‘서울은 만원이다’를 발표한게 벌써 반세기가 넘었으나 수도권 분산정책의 실패로 인해 오늘날 상황은 더 좋지않다.

요즘 강남, 서초, 송파, 강동 등 소위 강남 4구는 말할것도 없고, 강북지역인 마용성(마포, 용산, 성동구)도 84㎡ 기준 아파트가 10억원이 넘는곳이 허다하다.

전북 젊은이가 아주 열심히 해서 명문대학을 나오고 좋은 직장을 잡았다고 하더라도 서울에서 10억원이 있어야만 집 하나를 산다면 (그가 도둑질을 하지 않는 한) 집장만은 영원히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뾰족한 대책이 없기에 김현미 국토부장관이 요즘 “집값 걱정에 잠도 잘 못잔다”고 한숨쉬는 것이다.

과밀도시 서울을 지방으로 분산하는 것은 오늘의 문제를 단번에 푸는 열쇠이고, 농협중앙회의 전북이전은 하나의 사례이긴 하지만 지방이전의 성패를 좌우하는 시금석이 될 수도 있다.

만원 버스에선 누군가 내려야만 한다. 그게 바로 지방이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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