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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백제] (181) 9장 신라의 위기 17

대장군 협려는 반월성에서 2리(1㎞)쯤 떨어진 야산으로 본진을 옮겼다. 그래서 성벽 위에 선 신라군의 모습도 다 보인다. 함성이 계속 울리고 있었는데 비담군이 목청을 높여 외치고 있다. 수십명이 일제히 외치는 터라 드문드문 내용이 들린다.

“무슨 말인지 알아보고 오너라.”

마침내 협려가 장수 하나에게 일렀다.

“저놈들이 싸우지도 않고 욕을 해대는 게 아닌가?”

장수가 서둘러 야산을 내려갔을 때 부장 연자신이 말했다.

“성을 굳게 지키고 있으면 쉽게 함락되지 않겠습니다. 유인해서 끌어내야 합니다.”

“김유신이 포차로 성벽을 무너뜨리면 되지 않겠는가?”

공성 무기는 김유신군이 갖고 있는 것이다. 백제군은 기마군이다. 연자신이 쓴웃음을 지었다.

“김유신군은 사기도 낮은 데다 장비도 허술합니다. 이번에 여왕이 피살되어서 겨우 분기가 일어난 상황입니다.”

“그것 참.”

협려가 혀를 찼다. 황룡사 앞쪽은 신라군 영내인 것이다. 그곳까지 비담군이 침투해 와서 여왕을 기습하다니, 방비가 허술하기 짝이 없다. 그때 심부름을 보냈던 장수가 서둘러 다가왔다.

“대장군, 신라군들이 성벽에서 입을 모아 외치고 있습니다.”

“뭐라고 욕을 하느냐?”

“욕이 아닙니다.”

얼굴의 땀을 손바닥으로 씻은 장수가 숨을 고르면서 협려를 보았다.

“여왕은 김춘추가 죽였다고 합니다.”

“무엇이?”

“백제와의 합병을 무산시키려고 김춘추가 여왕을 암살했다는 것입니다.”

주위가 조용해졌고 장수의 목소리가 이어 울렸다.

“비담은 화랑의 명예를 걸고 그런 간계는 부리지 않았다고 맹세를 합니다. 김춘추와 김유신이 그런 성품이라는 것을 신라인이 모두 안다는 것입니다.”

“그럴 수가.”

반쯤 입을 벌린 비담이 옆에 선 연자신을 보았다.

“이 상황에서 김춘추, 김유신이 여왕을 죽이다니, 그럴 수가 있나?”

그때 장수가 서둘러 말했다.

“김춘추는 왜국에 가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숨어서 김유신과 공모를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놈들이 유언비어를 퍼뜨려 혼란에 빠뜨리려는 수작이군.”

비담이 쓴웃음을 짓고 말했을 때 연자신이 머리를 기울였다.

“대장군, 그 말도 조금 일리가 있습니다. 김춘추가 갑자기 왜국에 간 것도 그렇고 여왕이 아군의 진영 깊숙이 들어온 매복군에게 당하다니요?”

“그건 그렇지만….”

“황룡사 앞 산기슭까지 오려면 경비 진지를 6개나 지나야 하는데 여왕 경비대를 몰살시킬 정도면 수백명은 있어야 할 것 아닙니까? 더구나 그놈들은 시체 한 구도 남기지 않았습니다. 적어도 수십명은 사상자가 났을 것 아닙니까?”

“글쎄, 그렇게까지….”

“김춘추 그 자는 신라왕에 목숨을 건 위인입니다. 김유신은 김춘추가 없으면 당장에 적이 떨어질 위인이구요. 백제와의 합병을 반길 위인들이 아니지 않습니까? 가능한 일입니다.”

그때 장수 하나가 다가와 소리쳐 보고했다.

“대장군, 백기를 든 신라군 하나가 달려오고 있습니다. 잡아올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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