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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나라의 왼손차별금지법

최아현 전북일보 신춘문예 당선자

최아현 전북일보 신춘문예 당선자
최아현 전북일보 신춘문예 당선자

참 이상한 말이다. 왼손잡이의 차별을 금지하는 것을 구태여 법으로 만들자는 이야기니까 말이다. 오늘날 우리는 왼손잡이가 삶에 있어서 어떤 불이익을 받는다고 느끼지 않는다. 왼손잡이들을 위한 물품들이 제작되고 있고, 왼손잡이여서 살해위협을 받았다는 사람도 본 적이 없고, 왼손잡이라는 이유로 실직을 하거나 왕따를 당했다고 이야기하지도 않는다. 정확히 말하면 ‘이제는’ 왼손잡이라는 이유로 아무도 그에게 묻지 않는다. ‘너 왜 왼손잡이야?’

당연히 쓸모없는 질문이다. 날 때 왼손을 쓰기 시작한 사람에게 왜 왼손잡이냐고 묻는 것만큼 소모적인 질문도 없을 것이다. 당장 지금 학교나 가정에서 아이에게 왜 왼손을 쓰냐며 윽박지르거나 면박을 주고, 심하게는 물리적인 폭행까지 행사해가며 아이에게 오른손 쓰기를 강요한다면 아마 그 가정과 학교는 아동학대와 같은 이름으로 처분을 받게 될 것이다. 말이 안되는 이야기니까, 때문에 왼손잡이차별금지법이라는 말은 아주 이상한 말이 되는 것이다. 참 이상한 말이라고, 필요없는 법안이라고 비웃을 수 있는 건 내가 오른손잡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통념이 거의 사라졌다고 말하는 요즘 세대를 사는 청년층은 어떨까. 그 편견으로부터 자유롭게 자라왔을까? 아니라고 단언할 수 있다. 주변에 여럿은 어릴 때 강제로 왼손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교육받았다. 습관적으로 왼손을 사용할 때 마다 혼이 나거나, 행동에 제약을 받는 등 불이익을 당했다. 만약 가정에서 그렇게 가르치지 않아 운 좋게 학교로 넘어갔더라도 여전히 자유롭게 왼손을 쓰기는 불편했던 것으로 보인다. 내가 보기에 동생은 내내 왼손잡이로 사는 것이 어색하지 않았다. 그러나 아무도 무어라 나무라지 않았지만 언젠가부터 아주 삐뚤빼뚤한 글씨를 써냈다. 물론 오른손으로 말이다. 공동체 안에서 소수이거나 조금 달라 보이는 사람에게 가해지는 사소하고 미묘한 시선과 압박들은 분명히 존재했을 것이다. 구태여 누군가 굳이 나무라지 않더라도 어떤 이는 스스로에게 내가 잘못된 것은 아닌지 질문을 던졌을 것이다. 이러한 자기검열이 마침내 도달하는 곳은 부끄러움이다. 정상성, 대다수에서 벗어나버린 스스로에 대한 정의가 된다. 공동체 안에서 차별과 부끄러움이 함께 자라나는 것이다. 애초에 이렇게 태어난 것에 대해 부끄러움을 느껴야 하는 것은 분명히 이상한 일이다.

지역에서 열린 퀴어문화축제에서 반대집회를 연 사람들에 의해 사람들이 폭행을 당한 일이 있었다. 폭행 사건에 대해 알리며 차별금지법 제정을 호소하는 SNS 글에 달린 댓글이 너무 오래 잊혀지지 않는다.

“왼손잡이차별금지법 있는 거 봤냐?”

이제는 왼손잡이라는 이유로 차별을 받아서는 안된다는 통념이 자리하고 있다. 하지만 오늘날에도 타의로 오른손, 양손잡이가 된 왼손잡이들이 있다. 편안하게 저런 질문을 던질 수 있는 것은 그가 오른손잡이라서 일지도 모른다. 다시 축제의 이야기로 돌아와서도 마찬가지다. 다수가 거리와 같이 개방된 공간에서 사람들에게 폭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것은 공동체가 개인에게 던지는 메시지다. 이미 그렇게 존재하는 사람들을 부정하는 일이다. 여전히 이해가 안된다면 단어를 몇 가지 바꿔보자. 성인차별금지법, 전기밥솥차별금지법, 갈색머리차별금지법처럼 단어를 바꿔보고 이만큼이나 이상하다고 느끼지 못한다면 이제 저런 질문은 그만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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