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는 끝났다. 이제는 평가와 반성으로 또 다른 시작을 준비할 때다. 전북일보는 전주세계소리축제조직위원회와 함께 ‘2018 전주세계소리축제’ 프로그램에 대한 전문가 리뷰를 총 여섯 차례 싣는다.
음악은 마음을 여는 만큼 깊어진다. 앙상블을 이룰 때 특히 그렇다. 이 경우 연주자 개개인의 역량이 가장 큰 변수지만, 현실에선 그 장을 이룬 시스템의 효율성이 상수로 작용해야 한다.
10월 6일 전주세계소리축제에 일련의 젊은 음악인들이 ‘2018 아시아소리프로젝트’란 이름으로 관객을 마주하고 섰다. 이정인, 서수진, 노준영 등 이름을 알린 국악계의 신성들도 포함됐다. 하지만 시선을 모은 건 몽골, 베트남, 우즈베키스탄에서 온 연주자들이었다. 처음 협업에 임한 이들은 자신의 전통 악기로 공연에 임했다. ‘쑥국쑥국’, ‘도라지’, ‘어기여차’ 등 우리 민요의 모티프를 나름의 방식으로 해석해냈다.
이 공연은 문광부가 주관한 문화동반자(CPI) 사업의 일환으로 이뤄졌다. 사업의 목표는 아시아에 한국의 문화와 예술을 전파하는 것. 전주세계소리축제가 음악 파트를 맡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공연은 관객들의 호응을 이끌어내며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하지만 문화동반자 사업의 구조적 난제가 근본적으로 음악의 성과를 제한한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다른 나라 음악인들이 국악의 우수성을 극히 일부라도 느끼려면 최소 6개월은 필요하다. 하지만 이번 공연을 위해 연주자들에게 주어진 건 단 두 달. 그럼에도 이만큼의 성과를 만들어냈던 건 해외 연주자들과의 효과적인 협업을 이끌어내는 데 깊은 노하우를 가진 전주세계소리축제와 음악감독 장재효의 현실적인 선택과 집중 때문이었다. 그 안에서 연주자들은 잠재력을 선보이기 시작했고 아시아소리프로젝트의 존재 가치를 입증하기 위해 노력했다.
이질적인 음악이 협업을 이룰 때마다 참신한 가능성을 제시하는 실험과 도전의 무대를 기대한다. 그 결과가 기존의 틀과 다른 창작곡으로 이어지면 더 좋겠다. 음악은, 한옥마을을 산책하고 김치를 담그는 식의 체험만으로 성과를 만들어낼 수 없는, 매우 예민하고 복합적인 문화다. 아직도 많은 음악 지원 사업들이 산술적 타임테이블을 먼저 만들고 뒤늦게 음악을 대입시킨다. 시스템이 음악에 맞춰야 한다. 그것이 옳은 지원이다.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