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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만규 화백의 섬진팔경 이야기 ① 프롤로그] ‘섬진강 화가’ 송만규 화백에게 듣다

“섬진팔경은 25년간 발품 들여 찾아낸 결과물”
물길이 보여주는 선, 부감법으로 잡아내
임실 붕어섬·구담마을 등 팔경 화폭에
24m 길이 ‘장구목 겨울의 언강’ 아껴

송만규 화백이 KBS전주방송총국 갤러리에서 순지에 수묵채색을 한 작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박형민 기자
송만규 화백이 KBS전주방송총국 갤러리에서 순지에 수묵채색을 한 작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박형민 기자

봄… 여름… 가을… 겨울, 25년 섬진강 사계절이 그의 화폭에서 피고 졌다. 담담하게 흐르는 섬진강 물길을 품은 그의 붓을 따라, 어느 날은 눈꽃을 피웠을 테고 또 어느 날은 꽃비를 내렸으리라.

전북일보가 8년만에 반가운 손님을 맞는다. ‘섬진강 화가’ 송만규 화백.

송 화백은 지난 2010년 전북일보 지면을 통해 ‘섬진강 들꽃이야기’를 연재, 독자들의 감성을 넉넉하게 감싸 안았다. 지난 연재가 섬진강 들꽃을 주제로 자연에 깃든 깨달음의 세계를 풀어냈다면, 올가을에는 ‘섬진팔경’을 소개한다. 가을을 지나 겨울로 향하는 열여섯 번의 금요일 아침, 전북일보를 펼쳐 ‘섬진팔경’을 만날 수 있다. 연재를 시작하며 송 화백에게 들었다.

- 왜 섬진강인가요.

“사람을 중심에 두고 활동을 했었습니다만 또한 아픔도 얻어야만 했지요. 그때 예전의 기억 속에 잠재하고 있는 섬진강이 떠올랐어요. 그래서 마냥 미친 듯이 강변길을 헤매던 일이 있었습니다. 그 뒤로 영혼이 강물에 담겨버렸다고 할까요. 섬진강에는 여러 수식어가 붙어 다니지요. 물론 좋은 단어들인데 동감합니다. 그중에 저는 두 가지만…. 작은 것들에 대한 가치와 아름다움을 재인식했다는 것. 또 하나는 고요함 속에서의 사유할 수 있는 여유. 이런 거죠.”

- 1993년께 민족민중미술운동전국연합 해체 결의 후 섬진강을 만나셨다고 들었습니다. 민족민중미술운동을 하며 수배도 되셨었는데요.

“요즘 남북문화교류 추진사업들이 진행되고 있더만요. 진즉 그랬어야죠. 격세지감을 느낍니다. 제가 의장직을 맡고 있던 민미련(민족민중미술운동전국연합)에서는 1980년대 후반에 자주적 남북문화사업으로 평양에 민족해방운동사라는 걸개그림 슬라이드를 보냈지요. 통일의 물꼬는 가능한 것부터, 할 수 있는 것부터 실천해야죠. 77m 길이로 전국 지역별로 현대사를 나누어 그린 겁니다. 그 이유로 조직 간부들이 대거 구속됐고 저는 수배생활하면서 조직을 운영하다가 정보처에 연행됐었죠.”

- 처음 섬진강을 만났을 때와 25년이 흐른 지금, 변화한 것이 있다면.

“강은 변치 않고 제자리를 지키고 있는데 사람의 욕심이 물길을 돌리려 하고 있는 거죠. 곡선의 여유와 아름다움을 지워버리는 행위이죠. 강을 버티게 하는 주변 환경도 너무 함부로 일그러뜨리는 개발 정책이 안타깝습니다.”

- 지난 3월 ‘섬진팔경’전시회를 열면서 ‘물’에 대해 말씀하셨는데요.

“물은 유토피아로 가는 디딤돌이라고 할까요. 한 방울의 물방울이 어우러지면 도랑을 이루죠. 그 게 다시 계곡을 이루면서 강기슭에 다다르죠. 그렇게 함께했던 작은 물방울들이 커다란 강이라는 존재감을 가지고 유유히…. 목마른 나에게, 메마른 두렁에, 들꽃과 앞집에 소여물 끓이는 물이라던가 등등, 나누며 베풀면서 흐르다가 이윽고 남해에서 가슴을 펼치지요. 그리고 물방울이 최대한 누릴 수 있는 오대양에서 대동세상을 펼치겠지요.”

- 섬진팔경은 어떻게 찾아내셨나요.

“25년간 발품의 결과물이라고 할까요? 작은 공간에서의 절경도 얼마든 있긴 합니다만, 물을 싸안고 있는 주변사이에서 물길이 보여주는 선을 주요하게 봤어요. 그래서 높은 곳에서 비스듬히 아래를 내려보는 부감법으로 구도를 잡아낸거죠. 그랬을 때 멀고 긴 강줄기의 선이 보이니까요. (그렇게 찾은 곳이) 임실의 붕어섬과 구담마을이구요. 순창의 장구목, 구례오산의 사성암과 지리산의 왕시루봉, 그리고 하동의 평사리, 송림공원을 선정했고 광양에 무동산에서까지 입니다. 이곳의 봄, 여름, 가을, 겨울을 계절별로 나눠 그렸습니다.”

- 섬진팔경 중 아끼는 작품을 꼽으신다면.

“아무래도 어렵고 고생하면서 만들어낸 작품이 아닐까요. 폭설이 내린 날 강변길을 걸으며 스케치했던 24m 길이의 장구목 겨울의 언강인 것 같네요.”

- 한국묵자연구회 회장을 맡았다고 들었습니다. 묵자의 사상을 그림 그리는 일과 어떻게 연결하시는지요.

“앞서 언급했던 물의 속성을 생각해 볼 수 있겠는데요. 인간과 인간의 관계, 근원적인 문제가 무엇인지? 복잡한 생각보다는 앞으로 살아감에 있어서 더는 헛되고 나쁜 일을 안 하는 길이 무엇인지? 이러한 물음을 던지면서 고전에 관심을 갖게 되었는데 10여 년 전부터 매주 모여서 책을 펼치지요. 소위 인간적인 삶의 자세에 따라서 자연이나 강을 바라보는 시각도 달라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묵자는 간단히 말해서 B.C 5세기, 그러니까 춘추전국시대 목수 출신으로서 철학자이며 과학자이고, 반전평화주의자이죠. 진보적인 학자로서 이 시대상황에도 메시지를 들려주는 분이죠. 여담으로 공부마치고 뒤풀이에 건배사가 묵자~ 노자~입니다.”

- 뜬금없는 질문인데요. 즐기는 음악장르는.

“만약 내가 미술을 하지 않았다면, 음악을 선택했을 겁니다. 젊어서는 풍물을 즐겼고 요즘은 대금, 첼로, 바순소리를 좋아합니다. 수묵을 집중적으로 다루면서 더욱 그러지 않나 싶습니다. 지금 할 수 있다면 거문고. 괜한 욕심이겠죠?”

- 앞으로 작품활동 방향에 대해 말씀해주시죠.

“요즘 다른 강에 가서 좀 놀다 왔습니다. 그 강도 섬진강도 모두 소중하고 아름답죠. 글쎄요, 모두 다 그리면 좋으련만. 다만 창작은 일상으로 즐기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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