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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준호 교수, 문장의 발견] 야냥개를 떨어요

모르긴 해도 우리 지역 사람들이 주로 써온, 일종의 방언이지 싶다. 요즘 젊은 친구들 대부분은 그런 게 있다는 것조차 제대로 알지 못한다. ‘야냥개’를 두고 이르는 말이다. 이 단어는 어떤 말이나 행동을 가리켜 특정한 동사하고만 묶어 쓴다. ‘야냥개’는 오직 ‘떨’거나 ‘부리’기만 하는 것이다.

‘상상 밖의 말이나 행동 따위로 거드름을 피우며 정신을 어지럽게 하는 일. 옷차림 따위를 이상하게 차려입고 오두방정을 떨며 멋을 내는 모양.’ 네이버 국어사전에 들어가 보니 ‘야냥개’를 이렇게 풀이해 놓았다. <개그콘서트> 에 ‘애정남’이라는 코너가 있었다. ‘애매한 것을 정해주는 남자’를 줄인 말이다. 그런 식으로 정해보자. 네이버에서 발견한 ‘거드름’하고 ‘오두방정’만 가져오면 된다.

“이 노릇을 어쩌면 좋니? 아니 글쎄 우리 그이가 부장 단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이번에 상무로 승진을 해버린 거야. 입사동기들 중에 제일 빠르대나 어쩐대나. 그런데 있지, 승진 턱을 거하게 내야 한다네? 다음 달 월급은 아예 포기할 각오를 하라더라고. 어쩌자고 그 인간은 승진을 덜컥 해갖고 사람 속을 이렇게 썩이는지 모르겠어. 어휴, 내가 정말 못살아.” 실직한 남편 때문에 근심이 깊은 친구 앞에서 이런 식으로 ‘오두방정’을 떨면서 ‘거드름’을 피울 만큼 띄엄띄엄한 이들이 어디 있을까만….

예술기법 중 하나인 ‘풍자’는 현실을 비판하는 데 목적이 있다. 그럼 야냥개를 떠는 까닭은? ‘상대방 약 올리기’고, 딱 거기까지만이다. 모든 대화는 상대와 소통을 원활하게 만드는 윤활유 같은 것이어야 하지 않을까. 잠깐 약을 올려주되, 서로 유쾌하게 웃고 넘어갈 수 있는 정도. 야냥개는 무릇, 그렇게만 떨어야 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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