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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준호 교수, 문장의 발견] 참 잘 둔 친구 하나

“신호대기하고 서 있는 내 차를 누가 뒤에서 되게 들이받은 거야.” 친구의 표정은 마치 남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했다. 그 운전사, 혹시 음주운전 아니더냐고 물었더니 그는 빙그레 웃고는 소주 한 잔을 쪽 소리 나게 들이켜는 것이었다.

“말도 마라. 아예 걸음을 제대로 못 걷더라니까. 나한테 죄송하다고 인사를 하더니 고개를 푹 수그리고 길가에 주저앉아서 애꿎은 담배만 뻑뻑 피워대는데, 내가 뭐 딱히 대꾸할 말이 있어야지. 다행히 내 차는 범퍼만 교환하면 될 것 같더라고.” 사고를 낸 운전자는 한눈에 보아도 공사현장 같은 데서 험한 일을 하고 사는 사람이라는 걸 알겠더라고 했다.

“출동 나온 보험회사 직원한테 내가 그랬지. 경찰에 연락하지 말고 단순한 운전부주의 사고로 처리해달라고. 대신 찌그러진 범퍼만 교환해 주면 된다고. 그랬더니 보험사 직원이 정말 입원을 안 해도 되겠느냐고 자꾸 묻더라고. 나중에 딴소리하는 일 없을 테니 염려 마시라고 했지, 뭐. 나를 집에 바래다주면서 그 직원이 그러더라. 저 친구 오늘 운수가 짱짱하다고. 저렇게 엉망으로 취해서 추돌사고까지 냈으니 경찰에 사건처리를 의뢰했으면 당연히 면허취소에 벌금형이고, 또 사장님이 맘 먹기에 따라서는 지금 타고 다니는 고물차 한 대 새 걸로 바꾸는 건 식은죽 먹기라고….”

그러면서 친구는 자신이 보험사 직원 말대로 했더라면 당장은 차 한 대가 공짜로 생길지 모르지만 그 돈은 또 어디서 나오겠느냐고 덧붙이는 것이었다.

“세상을 그런 식으로 살아서 뭐하게…. 아니 그렇냐?”

그 사고로 뒷목하고 허리가 뻐근해서 요 며칠 고생을 좀 하긴 했는데 지금은 아무렇지 않다면서 씨익 웃어 보이기까지 했다. 그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자니, 내가 이거 친구 하나는 참 잘 두었구나, 뭐 그런 생각이 자꾸 드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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