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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송 당하는 언론사와 기자들

권혁남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권혁남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권혁남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언론사와 기자들이 취재 보도로 인해 민사 형사 소송을 당하는 사례들이 늘어나고 있다. 며칠 전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이와 관련한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301명의 기자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의하면 응답자의 27.6%가 소송을 당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송을 당한 이유는 ‘명예훼손’(78.3%)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응답자의 과반수인 52.1%가 ‘보도 후에 상대방으로부터 고소하겠다는 말을 듣게 되면 후속보도를 자제하게 된다’고 하였다. 응답자의 32.2%는 ‘공인에 대해 취재할 때는 소송에 대한 부담감으로 보도가 꺼려진다’고 하였다.

오보나 악의적 보도로 인해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끼쳤다면 언론사나 해당 기자는 의당 민사 형사상의 처벌을 받아야 마땅하다. 그러나 문제는 언론의 감시대상인 국가기관이나 고위 관리들이 명예훼손 명목으로 소송을 남발하고 있다는 점이다. “국가는 원칙적으로 명예훼손의 피해자가 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례에도 불구하고 국가기관들은 명예훼손으로 인한 민형사 소송을 전가의 보도 마냥 사용하고 있다. 언론사나 기자들이 국가기관이나 고위 공직자들로부터 무분별하게 소송을 받게 되면 아무래도 위축받게 되어 자칫 언론의 자유가 침해될 수 있다. 특히 소송 결과와 상관없이 상대방에게 고통을 주고, 후속보도를 위축시킬 것을 목적으로 하는 이른바 ‘전략적 봉쇄 소송’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언론사와 기자들은 조금이라도 법적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있는 것들은 아예 피해버리는 자기검열을 강화하기 때문에 정부기관이나 공직자들의 심각한 문제들을 부각시키지 못하는 일이 발생하게 된다. 정부에 대한 중요한 견제수단 역할을 하는 감시견(watch dog)이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 당시 청와대 관계자로부터 민·형사 소송을 당했던 모기자는 “민사든 형사든 소송을 당하면 발목을 잡혀 다른 일을 못한다. 승소하려면 철저히 준비를 해야 하기 때문에 실제 취재보다 소송에 대응하는 게 훨씬 공이 들어간다. 취재원을 알아내려는 고소인의 작전에 말려들지 않으면서 대응하는 점도 어렵다”고 하소연했다고 한다. MBC PD수첩은 2008년 광우병 의혹 보도 후 7개의 민형사 소송을 제기 당했다. 소송전 끝에 PD수첩 제작진은 모든 소송에서 승소했지만, 최종 승소하기까지 무려 4년 2개월의 세월이 걸렸다. 소송기간에 제작진은 모두 PD수첩 제작팀에서 배제되었음은 물론이다.

공인도 악의적 보도로부터 보호받을 권리가 있다. 또한 언론이라고 해서 법의 울타리 밖에 존재할 수 없다. 그러나 공익적 차원에서 권력을 감시하고 비판하기 위한 언론 보도는 어느 정도 선에서 명예훼손의 면책이 필요하다고 본다. 그렇지 않다면 권력이 언론에 재갈을 물리기 위한 ‘전략적 봉쇄 소송’ 남발을 막을 수 없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등 20여개 주에서는 ‘전략적 봉쇄 소송’ 규제 법률이 시행되고 있다고 한다. 언론에 대해 제기된 명예훼손 소송이 ‘전략적 봉쇄 소송’에 해당한다고 법원이 판단하면 신속히 각하 판결을 해 언론의 자유를 보장한다는 내용이다. 우리나라에서 현재의 법으로는 이 제도를 도입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전략적 봉쇄 소송’으로 판단되는 소송의 경우는 신속한 결정으로 소송을 조기에 종결시키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설득력이 있다. 적어도 명예훼손 소송에서 정부와 공직자에 대한 언론의 비판이 보다 넓게 허용되어야 제 2의 박근혜 최순실 국정농단사태를 막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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