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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백제] (247) 13장 동정(東征) 3

글 이원호 / 그림 권휘원

백제의 해외 22개 식민지인 담로 중에 왜국이 가장 크다. 왜국(倭國)은 지리상으로 신라와 가까웠지만 백제 초기부터 유민이 몰려가 규슈 (九州)를 지배했던 것이다. 그래서 왜인(倭人)들은 백제인들로부터 문명을 받아들였고 자연스럽게 백제계 유민이 지배세력이 되었다. 백제는 백가제해(百家制海)란 말에서 국호를 만든 것처럼 일찍부터 해양으로 진출, 해외에 22개 식민지를 보유한 해상강국(海上强國)이다. 후쿠토미 일가(一家)를 토벌한 후에 계백은 여왕과 섭정의 인장이 찍힌 승인서를 받았다. 후쿠토미가 장악했던 25만석 상당의 영지를 계백에게 할양한다는 내용이다. 승인서를 받은 날 저녁, 후쿠토미의 거성(居城)인 산성에서 장수들과 함께 주연을 마친 계백이 내실로 들어왔을 때 중신(重臣) 사다케가 따라왔다.

“주군, 후쿠토미의 처자는 어떻게 합니까?”

내실의 청에 앉은 계백에게 사다케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처첩이 7명이나 있고 자식은 모두 14명입니다.”

계백은 입맛만 다셨고 사다케의 말이 이어졌다.

“지금까지 영지를 정복했거나 이양을 받더라도 전(前) 영주는 물론이고 처자도 영지 밖으로 나가는 것이 통례였습니다. 더욱이….”

말을 멈춘 사다케가 계백을 보았다. 후쿠토미 같은 경우는 처자를 무사히 내보낼 상황이 아니다. 처자식이 나중에 복수를 할 테니 화근을 없애야 한다. 계백이 입을 열었다.

“처첩을 장수들에게 개가 시키면 안될까?”

“안됩니다.”

사다케가 바로 대답하더니 한숨을 쉬었다.

“주군께서 이또의 측실, 아리타의 측실을 받아들이셨지만 휘하 장수들은 안됩니다.”

“왜 안되는 거냐?”

“주군의 소실이 되면 안심이 되나 장수들의 처첩이 되어서 배신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내가 화청이나 윤진, 백용문 등 휘하 장수들에게도 처첩을 보냈지 않은가?”

“그분들이야 안심을 할 수 있지요. 하지만….”

“그렇다면 어떻게 하는 것이 좋으냐?”

“소인한테 처리를 맡겨주시지요.”

사다케가 똑바로 계백을 보았다.

“주군께서는 모르고 계시는 것이 낫습니다.”

계백이 한동안 사다케를 응시했다. 고노의 미망인 아스나와 아들 히지의 모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들을 소실과 양아들고 삼기까지 했지만 결과가 좋지 않았다. 히지를 잘 키워 든든한 무장(武將)으로 만들 생각이었다. 이윽고 계백이 고개를 들었다.

“알았다. 맡기겠다.”

“주군, 후쿠토미의 형제들이 있습니다. 같이 처리하겠습니다.”

“…….”

“남동생이 배다른 동생까지 셋입니다. 모두 무장(武將)이니 죽이겠습니다.”

“…….”

“화근은 남기지 않는 것이 낫습니다.”

“아스나의 경우가 되풀이되면 안되겠지.”

“후쿠토미의 여동생이 하나 있습니다. 배다른 여동생인데 죽이기는 아깝습니다. 취하시겠습니까?”

“다른 무장한테 보내라.”

“예, 주군.”

“전례를 따를 필요는 없다. 영지에 분란만 일으키지 않는다면 포용하라.”

“명심하겠습니다.”

엎드려 절을 한 사다케가 내실을 나갔다.

그로부터 한식경쯤 지났을 때 계백은 방문이 열리는 기척에 고개를 들었다. 여자가 들어서고 있다. 이곳 산상에는 시중들 소실을 데려오지 않았기 때문에 계백이 물었다.

“누구냐?”

그때 여자가 두손을 모으고 서서 계백을 보았다. 우수에 덮인 얼굴이 밤에 이슬을 받은 수선화같다. 여자가 시선을 내리고 대답했다.

“예. 후쿠토미의 여동생 오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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