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기사 다음기사
UPDATE 2024-12-01 16:41 (일)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일반기사

[송준호 교수, 문장의 발견] 더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대학 내 한국어교육기관의 운영 책임을 맡아 꽤 오래 일한 적 있다. 그동안 적지 않은 교사들이 내게 힘이 돼주었다. 성심껏 일해주신 모든 선생님들이 참 고맙다. 그 가운데서도 Y선생님은 좀 각별하다.

벌써 7년쯤 지난 일이다. 신학기를 앞두고 교사 채용 절차를 밟았다. 우리가 필요한 인원은 다섯 명이었고, 서류전형을 거쳐 직접 면접한 교사는 열 명이었다. 다섯 명은 탈락시킬 수밖에 없었다. Y선생님도 그중 하나였다.

담당직원에게 부탁해서 선발된 다섯 명의 채용절차를 밟게 했다. 기대에 부풀어 먼 곳까지 찾아왔다가 결국 탈락한 선생님들의 무거운 발걸음이 눈앞에 어른거렸다. 좀 망설이다가 나는 그 다섯 분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선생님과 함께할 수 없어서 아쉽다고, 용기를 잃지 마시라고, 뭐 대충 그런 내용이었을 것이다.

아차, 싶었다. 내가 직접 나서서 불합격통보를 하고 말았던 것이다. 그걸 읽고 기분 좋을 지원자가 어디 있을까. 예상대로 선뜻 답신을 보내오는 지원자는 없었다. 그렇게 무거운 마음을 추스르고 있는데 문자메시지 하나가 떴다.

‘이렇게 연락을 주신 원장님께 뭐라고 감사의 말씀을 드려야 할지요. 이번 면접을 계기로 제가 많이 부족하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더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바로 Y선생님이었다. 자신을 탈락시킨 이한테까지 정성을 다할 줄 아는 품성이 엿보였다. 그런 선생님이라면 아직 경력은 조금 부족해도 외국인 유학생들을 친동생처럼 아끼고 사랑해줄 거라는 믿음이 생겼다. 나는 주저하지 않고 Y선생님에게 문자를 보냈다. 미안하다고, 우리 교육원으로 다시 와주셨으면 좋겠다고.

2년쯤 전에 우리 대학을 떠나 이태리 로마에 있는 한국문화원에서 한국어교사로 일하고 있는 Y선생님에게 문자가 왔다. 연말에 귀국하면 꼭 찾아뵙겠습니다, 라고.

 

※ 지난 2년간 매주 한 번씩 독자와 만났던 송준호 교수가 이번 글을 마지막으로 <문장의 발견> 의 문을 닫습니다.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다른기사보기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 400
오피니언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