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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백제] (250) 13장 동정(東征) 6

글 이원호 / 그림 권휘원

또 동진(東進)이다. 미사코에게 미사코성(城)을 맡기고 보좌역으로 사다케를 남겨놓은 계백이 그날 오전에 성을 떠났다. 당황한 것은 미사코뿐만이 아니었다. 사다케도 놀라 허둥거렸지만 곧 자신의 책무를 느끼고는 미사코와 함께 성 밖으로 나와 계백을 전송했다. 계백이 마상에서 미사코에게 말했다.

“미사코, 잘 들어라.”

“예.”

대답한 미사코가 반짝이는 눈으로 계백을 보았다. 옆에 선 사다케는 숨을 죽이고 있다.

“이제 이 땅에 도적의 무리는 소탕되었으니 백성이 마음놓고 농사를 짓고 살 수가 있게 되었다. 그렇지 않으냐?”

“네.”

계백이 말고삐를 채면서 물었다.

“네 할 일이 무엇이냐?”

그때 바로 미사코가 대답했다.“알려 주십시오. 따르겠습니다.”

“옳지.”

계백의 얼굴에 웃음이 떠올랐다.

“내가 바라는 가장 좋은 답이다.”

주위에 둘러선 무장(武將)들이 숨을 죽였다. 말이 코를 부는 소리와 말굽으로 땅을 차는 소리밖에 들리지 않는다. 그때 계백이 말했다.

“왜 그런지 대답해 주마.”

“네.”

“아는 척 나서지 말아야 한다.”

미사코가 시선만 주었고 계백의 목소리가 대기에 울렸다.

“이제 이곳이 안정되었으니 성주는 없는 듯 보이지 말아야 한다. 그러면 백성들이 더 기운이 나서 일하고 살 것이다. 내 말을 들어가 새겨보도록.”

그리고는 계백이 말고삐를 당겨 몸을 돌렸다. 계백의 등에 대고 사다케가 허리를 꺾어 절을 했다. 그것을 본 미사코가 서둘러 따른다.

“주군, 앞쪽은 우에스기 영지입니다.”

미사코성을 떠난 지 이틀이 되었을 때 슈토가 앞을 가리키면서 말했다. 후쿠토미의 영역이 끝나고 우에스기 가문의 영지가 다가온 것이다. 알고 있었기 때문에 계백이 머리만 끄덕였다. 앞서 간 선봉대에서 아직 전령이 오지 않았다. 오후 신시(4시) 무렵, 계백의 기마군 1천5백은 속보로 전진하고 있다. 우에스기는 백제계로 3백여 년 전, 일가(一家)가 무리를 지어 왜국에 건너와 영주가 되었다. 문명(文明)과 전술(戰術)이 발달되고 철기 무기까지 소지한 백제계 유민들은 바로 왜인을 규합, 호족 세력으로 기반을 굳히는 것이다. 그 후로 우에스기는 영토를 넓혀가면서 기반을 굳혀왔는데 지금은 영지가 55만석에 군사가 2만 가깝게 되는 동방의 대영주 중 하나가 되었다. 현재의 영주는 우에스기 다까노, 45세, 영주가 된 지 25년이다. 그때 앞쪽에서 전령이 달려왔다. 계백 앞에서 말을 세운 전령이 소리쳐 보고했다.

“앞쪽 기치성(城)에서 성주가 백제방 달솔님을 영접하겠다고 했습니다.”

계백은 백제방 달솔 직임으로 동정을 하는 중이다. 그때 슈토가 물었다.

“여기서 몇 리 거리인가?”

“60리쯤 됩니다.”

고개를 돌린 슈토가 계백에게 말했다.

“주군, 기치성 근처에서 야영합니까?”

계백은 야영할 계획이었지만 생각을 바꾸었다.

“성주한테 성에서 묵게 해달라고 해라.”

대답한 슈토가 전령에게 이르자 전령이 돌아갔다. 그때 하도리가 계백에게 말했다.

“주군, 우에스기의 속을 알 수가 없는데 성 안에서 머무는 건 위험합니다.”

계백이 고개를 끄덕였다. 우에스기는 왕실이나 백제방의 지시를 거의 받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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