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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백제] (255) 13장 동정(東廷) 11회

글 이원호 / 그림 권휘원

기치성의 계백에게도 우에스기가 보낸 사신이 왔다. 전령이 돌아온 다음 날이다. 사신은 우에스기의 가신(家臣) 야쿠, 40대쯤의 마른 체격으로 눈동자가 자주 흔들렸다. 납작 엎드려 절을 한 야쿠가 계백을 보았는데 눈동자가 왔다 갔다 했다. 계백의 눈빛이 강해지자 더 자주 왔다 갔다 한다. 이런 위인은 상대가 약하게 보이면 대번에 눈꼬리와 어깨가 올라간다. 야쿠가 입을 떼었다.

“백제방 달솔이시며 소덕이시고 대영주이신 계백 대감께 문안드리오.”

계백은 쳐다만 보았고 좌우에 벌려 앉은 슈토, 하도리, 노무라, 다케다 등도 입을 꾹 다물고 있다. 가와사키와 기치성의 관리들도 숨을 죽이고 있었기 때문에 야쿠의 침 삼키는 소리까지 들렸다. 침을 삼키고 난 야쿠가 말을 이었다.

“제 주군 우에스기께서는 대감께 안부를 물으시고…….”

“잠깐.”

야쿠의 말을 자른 것은 하도리다. 하도리가 눈을 부릅뜨고 야쿠에게 물었다.

“네 주군 우에스기님의 직위가 무엇이냐?”

기세가 등등했기 때문에 야쿠가 저절로 대답했다.

“예, 7품 대의(大義)올시다.”

“나는 대백제의 7품 장덕(將德)이니 이곳 왜국의 직위는 1등급 오르게 되는 터라 6품 소신(小信)이다. 알고 있느냐?”

“모, 모르고 있었습니다.”

“네 주군 우에스기님보다 1등급 높다는 뜻이야!”

“예, 나리.”

“그런데 7품 대의의 신분으로 왜국 직위 2품 소덕의 대감께 감히 안부를 물어?”

“예?”

야쿠의 얼굴에서 조금 전부터 땀방울이 돋아나더니 이제는 하얗게 굳어졌다. 어깨를 부풀린 하도리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너는 내가 이 자리에서 목을 베어도 네 주군은 나한테 아무 말 못하게 되어있다. 아느냐?”

“예, 나리.”

야쿠가 떨리는 목소리로 겨우 대답했을 때 계백이 가볍게 헛기침을 했다.

“그만해라.”

“예, 대감.”

“위계질서를 모르니까 한 말이다.”

“예, 7품 주제에 2품 대감께 감히 안부가 어쩌고 할 수가 없는 것입니다. 더구나 족보도 없는 가신 놈의 주둥이로 말입니다.”

하도리의 목소리가 청을 울렸다.

“이놈들이 안하무인입니다. 조정과 대백제에 반란을 일으킬지도 모르겠습니다.”

“허허.”

계백이 짧게 웃었다.

“그럴 리가 있겠느냐?”

“아, 아닙니다 대감. 소신나리.”

야쿠가 허둥대었을 때 계백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사신 야쿠의 인사말도 다 듣지 않은 것이다. 계백이 일어서자 휘하 장수들도 따라 일어섰고 청 안에는 가와사키와 서너 명의 무장만 야쿠와 함께 남았다. 가와사키가 야쿠를 흘겨보며 말했다.

“이것 보시오, 야쿠님. 차라리 가만있으셨던 것이 나을 뻔했소.”

가와사키가 낮게 말하자 아직도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야쿠가 중얼거렸다.

“아니, 안부를 묻는 것이 무슨 죄라고…….”

“글쎄, 그 안부란 것이 좋지 않았기 때문이오.”

“아니, 왜…….”

“대감께서 내일쯤 급히 회군을 해야 하실 것 같소. 미사코성, 그러니까 후쿠토미의 영지에서 반란이 일어나서 말요.”

“반, 반란이 말이오?”

“그래서 지금 대감 주위의 분위기가 흉흉한 거요. 정보를 수집한 후에 대감은 군사를 이끌고 내일 회군하실 거요.”

“아하.”

“자, 나하고 같이 저녁을 먹읍시다.”

“아니, 아직 이른 시간인데…….”

주춤거리던 야쿠가 발을 떼면서 말했다.

“난 그냥 도성으로 돌아가겠소. 인사는 했으니 상관없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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