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8년 9월 25일 새벽 군 전역을 4개월 여 앞둔 윤창호 씨는 간만에 고향인 부산에 내려가 친구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횡단보도를 건너기 위해 인도에 서있었다. 그때 면허 취소 수준인 혈중알콜농도 0.181%의 만취 상태였던 박모씨가 인도에 서있던 윤창호 씨를 차량으로 치어 뇌사상태에 빠지게 되었다. 이 사건이 국민적 공분을 일으켰던 이유는 가해자가 사고 이후 단 한 번도 창호씨 병실을 찾아가보지도 않고 진심어린 사과를 건네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창호 씨의 친구들은 이러한 사실에 격분했고 가해자 처벌 규정이 미약하다는 사실에 절망하게 되었다. 창호 씨와 음주운전 처벌이 너무 약하다는 이야기를 나누고 불과 6개월도 흐르지 않은 시점이었기에 더욱 안타까운 마음이었다.
창호 씨의 친구들은 윤창호 법을 만들기 시작했다. 자료를 모으고, 판례를 분석했다. 새벽 두세 시까지 토론하고 법안을 만들어갔다. 청와대 게시판에 음주운전 사고의 강력한 처벌을 요청하는 국민 청원글을 올리고 20만 명이 훌쩍 넘는 국민들의 공감을 얻어냈다. 다른 나라의 음주운전 사고 처벌 사례를 모아‘윤창호법’제정을 제안하는 메일을 국회의원 전원에게 보냈다. 국회는 2018년 11월 29일 본회의를 열고 음주운전 처벌 강화 방안을 골자로 한 윤창호법을 통과시켰다. 이렇게 탄생한 ‘윤창호법’은 지난 해 12월 18일부터 시행되었다.
윤창호법은 음주운전으로 사망사고를 낸 경우 법정형을 ‘현행 1년 이상의 유기징역’에서 ‘3년 이상의 징역 또는 무기징역’으로 높였다. 또 사람을 다치게 했을 때도 기존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상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서 ‘1년 이상 1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상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형량을 강화했다. 아쉬운 점은 애초에 윤창호 법이 발의 된 배경인 음주운전으로 인한 사망에 대한 형량이 처음에 제안했던 5년에서 3년으로 줄어들어 집행유예가 가능한 수준으로 형성되었다는 점이다. 이미 미국이나 싱가폴 등 외국에서는 음주운전을 살인미수 및 1급 살인행위로 간주하고 양형을 하고 있다. 애초에 이런 해외 사례를 바탕으로 제안했던 법안보다는 다소 아쉽지만 ‘짧은 생을 조국에’라는 문구를 항상 간직하고 세상을 바꾸는 대통령이 되는 게 꿈이었던 창호 씨는 살아서가 아니라 죽어서 대한민국 사회에 자그마한 변화를 가져왔다.
윤창호 법에 의하면 평균적인 성인 남성을 기준으로 소주 한잔을 마셔도 음주운전에 해당된다. 면허취소 기준이 현행 0.10%에서 0.08%로 낮아져 성인 남성의 경우 소주 한 잔을 마시고 1시간가량 지나 운전하더라도 면허정지 처분을, 소주 세잔 정도를 마시고 운전하면 면허가 취소될 수도 있다. 윤창호 씨의 사건을 통해 우리는 음주운전이 얼마나 많은 이들에게 깊은 고통과 상처를 남기는지 온 몸으로 느꼈다. 다가오는 연말연시, 자신을 위해서도 타인을 위해서도 절대로 음주운전을 하지 말아야 하겠다. 소주 한잔도 음주운전에 해당됨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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