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석빈 우석대 교양대학 교수
사람들의 말투가 거칠어진 것 같다. 현 정부에 대한 볼멘소리가 곳곳에서 터져 나온다. 한국갤럽조사 국정수행 지지율도 정부출범 초반 84%에서 최근 46%로 크게 하락했다. 벌써 레임덕이라 하기에는 시기상조인데, 한켠에서는 소위 잠룡이라 불리는 이들의 언론플레이가 본격화되고 있고 다른 한켠에서는 여야 정치인 간 유튜브 진영 대리전이 흥행하고 있다. ‘이건 아닌데...’ 하는 생각에 걱정이 앞선다.
이런 현상들이 벌어지고 있는 것은 현 정권이 출범초기 국민들에게 내세웠던 각 분야 미래 청사진을 제대로 구현하지 못하고 있는 게 가장 큰 원인이 아닌가 싶다. 전·후임 정권 간 이념대립으로 인해 적폐청산을 둘러싼 지리멸렬한 싸움만 있었을 뿐 미래비전 제시와 개혁실천이 한걸음도 못 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남북관계를 제외하곤 선뜻 머리에 떠오르는 개혁정책이 없다. 필자만 그런가.
현 정부 들어 남북관계가 해빙된 것은 좋은 일이다. 그러나 반면교사가 있었음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최근 작고한 아버지 부시 대통령 시절 미국은 사담 후세인의 쿠웨이트 침공을 격퇴한 걸프전쟁에서 승리했다. 공화당 부시 대통령의 대외정책 지지율은 90%를 넘었으나 미국 경제 악화로 부시 대통령은 연임에 실패하고 민주당 빌 클린턴에게 정권을 내줘야 했다. 당시 클린턴 선거캠프 캐치프레이즈가 ‘문제는 경제야, 이 바보야!’였다. 외치는 내치와 균형을 이루며 가야 된다.
대중은 정치인들에게 무슨 대단한 철학적 비전과 가치실현을 기대하지 않는다. 대중이 기대하는 바는 그들 눈앞에 놓여 있는 시급한 민생문제에 대한 ‘해결책’이다. 목구멍이 포도청이다. 이런 점에서 볼 때 현 정부가 싸워야 할 대상은 오히려 개혁을 가로막는 자기편들이다. 내로남불격으로 내편이 하는 일은 지고지선하고 상대편이 하는 일은 악행으로 보면 개혁이 한 치도 나아갈 수 없게 된다. 정치는 자연과학이 아니라 사회과학이기 때문이다. 상대가 있는 정치협상게임(political bargaining)이란 뜻이다. 얻기 위해선 내줘야할 것이 있다. 바로 자기편이 가진 기득권들이다. 우리는 이 점에서 선진국들에 못 미친다.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제 분야 기득권과 구태를 혁신해내지 못하면 현 정부도 필히 실패할 것이다. 개혁에 실패함은 곧 문재인 행정부, 민주당, 그리고 시민단체와 민주노총 등 현 정권 지지세력들 스스로가 또 다른 기득권 적폐임을 자인하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1981년 공항관제사노조가 임금을 올려달라며 파업을 한 적이 있다. 당시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은 48시간 이내 업무복귀명령에 따르지 않은 1만 1천여 명을 파면했다. 한 사회가 발전하려면 지도자에게 이 정도의 읍참마속 하는 담대한 용기와 뚝심이 있어야 비로소 가능하다.
선진국과 신흥국들 사이에 끼어 있는 넛크래킹(Nut-cracking) 상황을 벗어나기 위한 방책들 중 하나는 4차 산업혁명이라 불리는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 시대를 선제적으로 주도하는 길뿐이다. 그것은 곧 내편의 끊임없는 칭얼거림의 요구를 과감히 떨쳐내고 필요하면 상대편의 장점을 채택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요즘 택시업계와 차량공유업계 간 갈등이 심하다. 그런데 한편 생각해 보라. 서기 2119년 대한민국 땅에는 사람이 모는 택시가 없을 수도 있다. 협상 없는 기득권 싸움의 결과 내편, 네편 모두 망할 수도 있다. 무엇보다 정치가 중심을 잡고 가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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