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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백제] (262) 13장 동정(東征) 18

글 이원호 / 그림 권휘원

“마침내 계백이 우에스기를 멸망시켰구나.”

소가 에미시가 아들 이루카에게 말했다. 한낮, 이루카의 저택 청에는 에미시와 중신(重臣)들, 그리고 우에스기 영지에서 달려온 가신까지 10여명이 둘러앉아 있다. 에미시가 우에스기의 가신 이쯔키(五木)에게 물었다.

“너는 노부사다를 만났느냐?”

“만나지 않고 곧장 여기로 왔습니다.”

우에스기의 처남 중 하나인 이쯔키는 42세, 3천석 녹봉을 받는다. 에미시가 눈을 가늘게 뜨고 이쯔키를 보았다.

“우에스기의 처남이 너를 포함해서 몇 명이나 되느냐?”

이쯔키가 서너 번 눈을 깜박이고 나서 대답했다.

“20명은 넘는 것 같습니다.”

“처가 몇 명이지?”

“10명이 넘습니다.”

“그렇군. 거기에 아들이 37명이라니.”

한숨을 쉬고 난 에미시가 이루카를 보았다. 얼굴이 잔뜩 찌푸려져 있다.

“우에스기 영지는 그대로 놔두는 것이 낫겠다.”

“무슨 말씀입니까?”

이루카가 묻자 에미시는 힐끗 이쯔키를 보았다.

“이미 늦었다. 지금쯤 내분이 일어나다 망해가고 있을 게다.”

이루카는 입을 다물었고 에미시의 말이 이어졌다.

“자식들, 처남들끼리 전쟁 중일 테니 계백은 기다리기만 하면 될 것이다.”

“국경에 있는 노부사다의 5천 군사는 어떻게 합니까?”

“아마 노부사다 휘하 무장들 사이에도 내분이 일어나 쪼개질 거다.”

에미시가 머리를 저었다.

“거기에다 우에스기 영지까지 파견할 병력도 없다. 그랬다가는…”

에미시가 입을 다물었지만 이루카는 다음 말을 알 수 있었다. 그랬다가는 되려 이쪽이 망할 가능성이 많은 것이다. 그때 에미시가 자리에서 일어서면서 이쯔키에게 말했다.

“너는 여기서 쉬거라.”

이것으로 우에스기 가문의 존망(存亡)이 결정되었다. 말뜻을 알아차린 이쯔키는 입을 열지도 못했다.

과연 노회한 에미시의 예상이 맞았다. 그 시간에 국경에서 우물쭈물하고 있던 노부사다의 진막 안에서 고함소리가 터져 나왔다.

“무엇이? 나까모리가?”

앞에 선 무장은 외면한 채 대답했다.

“예, 마사키와 유시로도 함께 간 것 같습니다.”

“마사키? 유시로도?”

노부사다의 입술에 경련이 일어났다. 모두 측근 무장이다. 무장이 말을 이었다.

“끌고 간 병력이 2천 가깝게 됩니다.”

밤사이에 무장들이 도망친 것이다.

“군사들이 동요하고 있습니다.”

“무장들을 모두 불러라!”

노부사다의 고함이 비명처럼 울렸다. 무장이 서둘러 진막을 나갔을 때 노부사다가 옆에 선 다까다에게 말했다. 다까다는 노부사다의 동생이다.

“다까다, 내가 너무 우유부단한 거냐?”

“어쩔 수 없었지요.”

다까다는 참모형이다. 정색한 다까다가 말을 이었다.

“형님, 화청의 대군이 50리 거리에 있습니다. 계백이 왜 화청에게 우리를 공격하라고 하지 않았는지 그 이유가 지금 드러난 것입니다.”

“그렇군.”

쓴웃음을 지은 노부사다가 말을 이었다.

“도망친 배신자들이 후회하게 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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