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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백제] (264) 13장 동정(東征) 20

글 이원호 / 그림 권휘원

계백이 화청과 함께 토요야마성에 입성한 것은 그로부터 나흘 후다. 1만여 명의 군사가 입성할 때 성에서 미나미, 가와사키 등 우에스기의 중신(重臣)들이 마중을 나왔고 주민들은 길가에 엎드려 일행을 맞았다. 우에스기의 영지는 전투 한 번 치르지 않고 복속한 것이다. 오오다숲에서 우에스기를 죽인 것으로 55만 석 영지가 평정되었다. 국경에서 대기했던 노부사다와 동생 다까다는 자결함으로써 수하 군사들의 목숨을 구했다.

“주군, 우에스기의 여섯 째 아들 아오모리가 어제부터 기다리고 있습니다.”

계백의 부장(副將) 다께다가 보고했다. 청에 앉은 계백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오모리는 서북쪽 국경의 4개 성을 장악하고 우에스기 일족을 모아놓고 있다.

“데리고 오도록.”

계백이 말하자 청 안이 조용해졌다. 토요야마성의 정청은 넓고 화려했다. 55만 석 영주의 거성답게 위압적이다. 조처의 소영주가 압도당할만했다. 이윽고 아오모리가 청 안으로 들어섰는데 뒤로 가신 둘이 따른다. 아오모리는 단정한 용모에 몸매도 단단하게 보였다. 이윽고 계백의 10보 앞으로 다가선 아오모리가 무릎을 꿇고 앉더니 두 손은 청 바닥에 짚으면서 이마를 붙여 절을 했다.

“우에스기의 자식 아오모리입니다.”

목소리가 청을 울렸다.

“대감의 처분을 받고자 왔습니다.”

청에는 계백의 무장 50여 명에다 우에스기의 신하까지 70여 명이 정연하게 앉아있다. 고개를 든 아오모리가 계백을 보았다. 얼굴이 조금 상기되었고 눈이 번들거리고 있다. 그러나 입은 꾹 닫쳐진 채 눈동자가 흔들리지 않는다. 청 안에서는 숨소리도 나지 않는다. 그때 계백이 입을 열었다.

“너, 살고 싶으냐?”

“예, 대감.”

바로 대답한 아오모리가 다시 두 손으로 청 바닥을 짚었다. 이제 얼굴이 하얗게 굳어졌지만 시선은 필사적으로 떼지 않는다. 아오모리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살려주십시오.

“어떻게 살겠느냐?”

“절에 들어가 중이 되겠습니다.”

“네 가족은?”

“영지를 떠나 농사를 짓겠습니다.”

“몇 명이냐?”

“예, 처가 식구까지 모두 37명입니다.”

계백이 머리를 끄덕였다.

“허락한다.”

“부처님께 대감의 무운장구를 빌겠습니다.”

엎드린 아오모리는 고개를 들지 않았다. 청 안이 숙연해졌을 때 계백이 말했다.

“네 아비의 원혼도 달래주거라. 네 아비는 내가 죽였다.”

아오모리는 고개를 들지 않았고 계백의 말이 이어졌다.

“너한테 변방의 성을 몇 개 주고 싶지만 네 자손을 위해서라도 좋지 않다. 다른 곳에 가서 새 영지를 만들어 보거라.”

“예, 대감.”

계백의 시선이 화청의 부장 복위에서 옮겨졌다.

“네가 아오모리에게 황료 1천 냥을 주고 국경까지 호위해주고 오너라.”

“예, 대감.”

감동한 아오모리가 청 바닥에 이마를 부딪치며 사례를 하고는 물러갔다. 청에 가신들만 남았을 때 화청이 주위를 둘러보며 말했다.

“주군, 이곳을 동정(東征)의 중심으로 삼으시지요.”

어깨를 편 화청이 말을 이었다.

“동쪽에 수천만 석의 영지가 펼쳐져 있지 않습니까? 지금부터 시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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