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고창은 다른 말로 설창(雪敞)이라 한다. 한번 내리면 어른 무릎 높이만큼 눈이 쌓인다. 눈이 많이 내려 불편함도 있지만 은빛 설국의 아름다움에 취할 수 있는 장점이 더 크다. 고창의 겨울은 참 멋있다. 고창읍내를 푸근히 감싸고 있는 방장산은 흰머리가 되고, 구시포 앞 바다는 시원한 겨울바다 정취를 느낄 수 있다. 요즘엔 생태관광도시 고창을 응원하기 위해 멸종위기종인 황새도 찾았다.
지난해 7월 고창군수로 취임한 이후 바쁜 시간을 보냈다. 어르신들부터 어린아이 하나하나가 모두 소중하다. 군민이 군수인 시대, 군민 속으로 들어가는 군수를 꿈꾸기 때문이다. 새해에도 군민과 함께 신선한 변화를 꿈꾼다.
고창군은 올해 80세 이상 어르신에게 경로 이·미용비를 지원한다. 남에게 멋있고, 예쁘게 보이고 싶은 것은 남녀노소 누구나 똑같다. 하물며 100세 시대 어르신들도 요새 파마와 염색은 기본이다. 혹여 남세스러울까봐 바우처카드를 통해 고창군 어느 미용실, 이발소에서나 눈치 안보고 사용 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초등학교 입학생 책가방 구입도 도와준다. 어렸을 적 책가방 메고 학교 다니는 형·누나들을 보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다. 그런데 최근 언론보도에선 초등학생 책가방 가격이 10만원을 훌쩍 넘는다고 한다. 학교 입학이 ‘기쁨이 아닌 부담으로 느껴지지 않도록 도와줘야 한다’고 생각했고, 취임 후 바로 조례를 제정해 올 3월 신학기부터 책가방 구입비를 지원 한다.
고창의 미래를 책임질 지역청년을 위한 새로운 시책도 시행한다. 먼저, 신랑·신부 결혼비용 일부를 군에서 지원하기로 했다. 많은 액수는 아니지만 3포 세대(연애, 결혼, 출산)을 넘어 내 집 마련과 인간관계를 포함한 5포 세대에 다다른 이 시대 청년 신혼부부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라는 인생 선배의 마음과 군민들의 응원의 뜻이 담겼다.
고창에는 전통시장 6곳이 있다. 바다, 산, 들, 강, 갯벌을 모둔 갖춘 지역 특성상 생선부터 산나물까지 없는 게 없다. 이곳에 청년들이 마음껏 장사할 수 있으면, 관광객도 모이고, 시장도 활성화 될 텐데 하는 생각에 ‘전통시장 청년상인 창업지원’도 시작하기로 했다.
고창군수로 일하면서 외지 손님들을 만나면 제일먼저, 고창의 수박·고구마·땅콩이 잘나가는 이유를 물어본다. 고창 농민들의 땀과 열정에 비옥한 황토와 갯내음 품은 해풍이 영양을 더하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하지만 이런 땅 힘도 한계가 있는 법. 고창군은 올해 전국최초로 농지토지 개량사업을 펼친다. 속흙과 겉흙을 뒤집어 딱딱해진 땅을 깨고 중화시키는 것이 핵심이다.
취임 이후 줄곧 공무원들과 군민들에게 ‘울력’과 ‘우리함께’를 호소한다. 함께 힘 모아 일하는 것, 여러 사람들이 힘을 합하여 하는 일이란 순수 우리말이다. 군수 혼자 잘났다고 가는 길은 얼마 못간다. 조금 더디더라도 공직자, 군민이 함께 가야 멀리 간다.
날이 차지만 군수실에 있는 시간은 많지 않다. 14개 읍·면부터, 각 사회단체, 지역기업 가리지 않고 많이 찾아다니면서 만나 이야기를 듣고 있다. 지역제품 사용하기, 지역인재 쓰기 등 ‘자랑스런 고창만들기 군민운동’에 대해 많은 분들이 호응해줘 일할 맛이 난다. 크고 화려하진 않지만 군민을 위한 일상속의 기분 좋은 변화를 쌓아 나가면 한반도 첫수도 고창군의 꿈은 이루어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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