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를 놓는 일은 마치 매일 없어지는 밥을 만드는 일이나 매일 빨아야 하는 속옷이나 그런 매일의 지루한 노동같은 죽도록 단순한 일. 그런 단순한 노동으로 만들어진 화려한 패턴은, 잡힐 듯 잡히지 않는 부와 명예, 그리고 마음속 깊이 자리한, 이루지 못한 꿈처럼 보일지도….”
‘식객’ 허영만 화백의 딸 허보리 작가가 전주에서 개인전 ‘광화문 사냥꾼’을 연다. 30일부터 2월 26일까지 전주 한옥마을 복합문화공간 백희 갤러리.
주변에 대한 관찰과 삶을 향한 따뜻한 시선을 작품으로 담아 온 그는 이번 전시에서 ‘고기의 마블링’을 수놓은 작품 10여 점을 선보인다.
넥타이와 와이셔츠를 뜯고 자르고 이어붙인 바탕 위에 반복적인 바느질을 통해, 채끝살·살치살·등심·안심 등 각기 다른 마블링을 추상화했다.
허 작가는 작가노트에서 “고생한 날 저녁, 잘 구운 한점의 고기가 목구멍에서 사라지듯이 매일의 출근, 매일의 살림, 매일의 노동은 그렇게 하루하루 모래바람처럼 날아가 버리고 있다”며 “나의 자수라는 작업방식이 이러한 모래바람을 기억하는 일이 되었으면 한다”고 소망했다.
허 작가는 31일 오후 1시께 전주 백희 갤러리를 찾아 관람객을 만날 예정이다.
서울대학교 서양화과와 같은 대학 대학원에서 서양화를 전공한 허 작가는 서울, 광주, 강원, 경기도 등 전국을 오가며 5번의 개인전과 50여 차례 단체전에 참여하는 등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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