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 동안 부지런히 삶과 동행했던 것들을 떠나보내는 자연의 섭리가 사람의 인생과도 닮았기 때문일까. 유유자적하는 겨울 풍경은 따뜻한 위로로 다가온다. 돌아온 눈과 빛의 계절, 천천히 무르익는 겨울의 생생함을 가슴에 진하게 품을 수 있는 곳으로 향해 보자.
설경 1번지, 전주한옥마을·정혜사·모악산설경
설경의 진귀한 아름다움을 아낌없이 발산하는 명소들이 전주 곳곳에 존재한다. 오목대에 오르면 새하얀 눈 이불 나눠 덮고 옹기종기 모여 앉은 한옥의 따뜻한 전경을 만날 수 있다. 겨울에만 찾아오는 특수는 완산공원 정혜사에서도 누릴 수 있다. 눈의 순백과 고요를 진하게 만끽할 수 있는 장소로 이만한 곳이 또 있을까 싶을 만큼 깊은 설경을 간직한 곳이다. 도심을 떠나 이번엔 모악산으로 향해 보자. 봄과 여름과 가을을 치열하게 살고 난 뒤 겨울을 맞은 모악산은 겨울잠에라도 든 것처럼 내내 잔잔하고 적막하다. 무심하리만큼 빠르게 흐르던 시간도 눈으로 둘러싸인 이곳에선 멈춘 것만 같다. 언제나 우리에게 필요한 건 시간이 아니던가. 고요한 산속의 눈길을 걸어보는 것만으로도 자연이 내어주는 선물 같은 시간을 누릴 수 있다.
야경 1번지, 첫마중길·문회루·동고사
전주의 첫인상, 전주역 첫마중길은 겨울밤 꼭 한 번 가봐야 할 장소다. 이제 막 시작된 사랑처럼 낯설고 신선한 떨림을 선사할 뿐 아니라 오색찬란한 트리의 향연 또한 멀지 않은 곳에 있다. 젊음이 살아 숨 쉬는 대학 캠퍼스에도 최근 따끈따끈한 야경 명소가 탄생했다. 전북대학교가 조성한 이 ‘건지광장’의 묘미는 어스름 녘부터 제대로 살아난다. 광장 가운데 위치한 전통 누각‘문회루’가 고즈넉이 빛을 발하면 수반의 운치와 젊음의 기운이 한데 모여 밤 산책 장소로 더할 나위 없는 분위기를 자랑한다. 이 소소한 여행의 마지막은 전주를 수놓은 빛줄기들을 훤히 내려다볼 수 있는 곳, 동고사에서 장식해 보자. 메말랐던 마음을 적시고 물을 부어 줄 빛의 소란이 언제나 그 자리에서 반짝이며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
/글·사진=전주시 블로그 기자단 오은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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