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형사립고 재지정 평가기준의 불합리성을 호소하는 전주 상산고의 항변이 안쓰러울 지경이다. 전북도교육청이 상산고의 시정 요구를 들은 체 만 체하고, 지자체와 지역 정치권도 남의 일처럼 외면하면서다. 자사고 재지정 문제는 단지 한 학교의 명운을 결정하는 일에 머물지 않고 전북교육의 미래와 직결된다는 점에서 상산고의 주장에 다시 한 번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상산고가 전북교육청에 요구하는 내용을 살펴보면 결코 특혜나 배려를 바라는 내용이 아니다. 단지 합리적이고 법령에 맞는 평가기준을 다시 세워달라는, 당사자로서 지극히 당연한 요구다. 전북교육청은 자사고 재지정 평가기준에서 교육부 표준안(70점)보다 10점 높게 기준점수를 정했다. 올 자사고 재지정 평가를 하는 전국 11개 시도교육청 중 전북을 제외한 10개 시도교육청은 모두 재지정 기준점수를 70점으로 정했다. 아무리 교육감 재량사항이라고 하지만, 전국적인 상황을 고려할 때 형평성에 어긋나는 기준점수다.
상산고가 또 하나 개선을 바라는 사안이 사회통합형 평가지표다. 상산고와 같이 옛 자립형사립고에서 전환된 자사고의 경우 사회통합전형 대상자를 선발해야 할 법적 의무가 없음에도 높은 점수(14)의 지표는 부당하다는 것이다. 사회통합형 평가지표는 교육부의 표준안에 들어있긴 하지만, 원조 자사고들이 부당성을 주장하면서 몇몇 교육청은 평가점수를 줄이거나 정성 평가 쪽으로 개선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북교육청이 자사고 재지정 평가기준을 엄격히 한 것은 어떻게든 자사고를 퇴출시키려는 데 목적을 뒀다고 본다. 고교 서열화와 사교육 조장 등 자사고의 폐해가 적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문재인 대통령아 후보시절 입시 명문고가 된 자사고 등을 일반고로 전환해 하겠다고 공약으로 내놓은 것도 이 같은 배경에서다. 그럼에도 교육부가 단호하게 메스를 대지 않는 것은 자사고가 갖는 순기능적 요소도 많이 있기 때문이다.
상산고의 경우 전북의 우수학생들의 외부 유출을 막고 수도권 등의 학생들을 유치하는 데 기여했다. 전북혁신도시 이주민들이 지역의 교육여건을 문제 삼지 않는 데에도 상산고의 공이 크다고 본다. 전북에서 이런 학교만큼 전국에 내세울 만 한 것도 흔치 않다. 공들여 쌓은 탑을 쉽게 무너뜨리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도교육청이 이제라도 자사고 재지정 평가기준을 합리적으로 개선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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