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4일 저녁. 전주에 사는 20대 여성 민주희씨(가명)는 쌍둥이 언니 설희씨(가명)로부터 문자 메시지 한 통을 받았다. ‘드레스룸 대피소 쪽 아래’라는 글과 함께 이어진 몇 개의 알파벳 문자와 숫자였다.
주희씨는 수신된 문자내용을 이해하기 힘들었다. 상세한 내용을 묻기 위해 곧바로 연락을 시도했지만 휴대전화는 꺼져 있었다. 불길한 예감에 언니의 집으로 달려갔다. 하지만 그가 목격한 것은 설희씨가 목을 매 의식을 잃고 쓰러져 있었고, 남편인 A씨가 심폐소생술을 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주희씨는 경찰 입회하에 메시지에 적혀있던 ‘드레스 룸 대피소 쪽 아래’를 뒤졌다. 그 곳에는 설희씨의 꺼져있는 전화기가 발견됐고 알파벳 문자와 숫자를 조합하니 휴대전화의 잠금장치가 풀렸다. 휴대전화 안에는 설희씨 부부 관계에 관한 비밀이 들어 있었다. 남편 A씨의 외도 흔적이 담겼고, 그의 폭력적인 모습을 뒷받침할 증거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유족들은 ‘그것이 알고 싶다’는 프로그램을 통해 △A씨의 외도로 인해 부부 갈등이 심했던 점 △A씨가 즉시 신고를 하지 않은 점 △A씨가 잠긴 문을 부수기 위해 관리사무소에 망치를 가지러 가면서도 마주친 이웃에게 인사를 건넸고 성급해 보이지 않았던 점 △설희씨의 몸에서 멍 자국이 발견됐고 드레스 룸 안에서 발견된 의문의 정원형 핏자국이 있었던 점 △해당 핏자국을 분석한 결과 설희씨와 A씨의 혈흔으로 밝혀진 점 등을 들어 타살 의혹을 제기했다.
해당 내용이 방영된 후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지난달 27일 ‘전주 20대 아기엄마에 관련된 수사를 적극적으로 해주세요’라는 글이 올라왔고 18일 오후 4시 기준 7만 9412명의 동의를 얻었다. 오는 26일까지 20만명의 동의를 받으면 해당 글에 대한 청와대의 답변을 들을 수 있다.
청원인은 “경찰의 수사는 가해자를 위해 있는 것인가. 왜 모든 가능성을 두고 수사하지 않고, 제3자인 마냥 방관하듯이 수사해 증거들을 그냥 날려 보내는 것인가”라며 “조금만 적극적으로 수사했다면 억울하지 않았을 아이 엄마의 죽음을 이렇게 헛되게 만드는 게 너무 안타깝다. 해당 사건과 관련된 수사를 제대로 해달라”고 촉구했다.
이에 전북지방경찰청 관계자는 “피해자 측으로부터 각종 의혹과 관련된 고발장을 접수했고 현재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사안”이라며 “자세한 부분은 이야기할 수 없지만 새로운 사실이 발견되지는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SBS ‘그것이 알고싶다’는 ‘드레스룸의 마지막 메시지-전주 20대 여성 사망 미스터리’편을 통해 A씨에 대한 각종 의혹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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