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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 유물로 읽는 옛 이야기] 미편집본 대동여지도

고산자 김정호(1804~1866 추정)와 그의 대표작인 <대동여지도> 는 일반인들에게도 널리 알려져 있다. 스물 두 개의 책으로 나누어져 제작된 이 지도는 조선시대 지도학의 금자탑과 같은 위치를 점하고 있다고 평가된다. 다 펼치게 되면 높이가 어른 세 명의 키에 달할 정도로 거대한 지도는 미적인 요소와 규모에서도 경외감을 느끼게 한다. 하지만 한 발자국 깊게 들어가게 되면 여전히 대동여지도에는 풀리지 않은 수수께끼가 많이 남아있다.

현재 대동여지도는 목판본과 손으로 그린 필사본 등을 합하면 국내외에 25점 가량이 남아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제작 당시부터 품이 많이 가는 작업일 것이기에, 대부분 남아있는 자료들은 주요 정부 인사들이 사용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1995년, 대동여지도를 만들 때 사용된 목판이 국립중앙박물관에서 확인되면서 제작과정에 대한 여러 의문점을 해결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어떠한 과정을 통해 인쇄하여 책이 제작되었는지는 알 수 없었는데 국립전주박물관에 소장된 낱장 대동여지도는 이러한 궁금증을 해결해 줄 실마리가 되었다.

총 48매가 남아있는 이 지도는 1861년경에 인쇄된 초기본에 해당된다. 어떠한 목적으로 이 지도가 완성되지 않았는지는 알 수 없으나 다듬어지지 않은 종이의 결이 그대로 남아있으며, 인쇄과정에서 번지거나 실수한 부분도 확인이 되고 있다. 남아있는 낱장은 전라도, 경상도, 함경도의 대부분과 평안도, 강원도의 일부이다. 각 지도는 인쇄된 후 제단이 완전히 이루어지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데 목판의 외곽에 해당하는 검은 면의 부분이 상당수 그대로 남아있다. 대동여지도를 <토지> 와 같은 대하소설로 생각한다면, 이 낱장들은 여러 차례 퇴고를 진행한 초고와도 같은 느낌을 주게 된다. 김정호라는 인물이 어떻게 대동여지도를 제작하였는지는 역사 기록이 부족하기에 정확히 알 수 없다. 하지만 이러한 자료의 등장은 여러 시행착오 끝에 대동여지도가 탄생하였음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줄 것으로 생각한다. /정대영 국립전주박물관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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