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일본 동경에 잠시 다녀올 일이 있었다. 필자는 인천공항 대신에 무안공항에서 출발하는 여객기로 티케팅을 하였다. 무안공항에서 출발하는 비행기는 비행편수가 많지 않아 원하는 날자와 도착공항(동경시내 하네다공항 또는 외곽의 나리타공항)을 선택하기가 어렵다. 그럼에도 인천공항을 포기한 이유는 간단하다. 인천공항까지 가려면 시간이 서너 시간 걸릴 뿐만 아니라 늦어도 출국 3시간 전에 공항에 도착해서 출국수속을 해야 하기 때문에 비행기로 두 시간 반 거리인 동경에 가기도 전에 지쳐버리고 만다. 반면에 무안공항은 자차운전으로 시간 반이면 갈수 있고, 출국 1시간 전에만 도착해도 충분하다. 공항주차장 이용이 무료인 것은 덤으로 주어지는 혜택이다.
인천공항이 꺼려지는 또 다른 이유는 인천공항 행 버스에도 있다. 현재 전주시외버스터미널에서 인천공항까지 운행하는 버스노선은 두 개이다. 하나는 1997년부터 20여 년 동안 독점적 지위를 지녀온 대한관광리무진으로서 인천공항까지 직통이 아니라 익산과 김포공항을 거쳐 가기 때문에 시간도 약 4시간이 걸릴 뿐만 아니라 요금도 3만 3천원을 받고 있다. 다른 하나는 4년 전부터 운행이 시작된 시외버스로서 인천공항 직통이기에 시간도 약 3시간 밖에 걸리지 않을 뿐만 아니라 요금이 2만 7900원으로 저렴하기 까지 하다. 정신 나간 소비자가 아니고서야 시간이 더 걸리고 요금도 더 비싼 버스를 이용하겠는가?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대한관광리무진의 독점이 법적으로 인정되고 있고, 시외버스 운행편수가 적기 때문에 대다수 전주시민들은 별 수 없이 비싸고 시간도 더 걸리는 리무진 버스를 이용하고 있다. 그렇다고 버스 시설이 더 좋은 것도 아니고, 서비스가 더 좋은 것도 아닌데도 말이다. 마지못해 리무진 버스를 이용할 때마다 억울한 호갱이 되는 느낌이라 유쾌할 리 없다. 여러 이유로 인천공항을 이용하지 않을 수 없는 전주시민들은 졸지에 정신 나간 소비자가 되는 셈이다.
2016년부터 정읍-혁신도시-인천공항을 오가던 시외버스 운행이 어제부터 중단되었다. 대한관광리무진이 전라북도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1심, 2심에 이어 대법원에서까지 승소하였기 때문이다. 가까운 시일 안에 2015년부터 운행해오던 임실-전주시외버스터미널-인천공항 시외버스마저 중단될 가능성이 높다. 1심과 2심에서는 전라북도가 승소했지만, 대법원에서 판결이 뒤바뀌어 현재 고법에서 파기환송심이 진행 중에 있다. 대법원 판결에 따라 전라북도가 승소할 가능성이 높지 않은 상황이라고 한다. 이 모든 혼란은 전주-인천공항 노선의 무기한 한정면허를 갖고 있는 대한관광리무진이 경쟁체제를 허용한 전북도의 인가를 문제 삼아 소송을 제기하면서 비롯되었다.
대법원의 판결은 전북도민들을 단단히 실망시켰다. “1999년부터 지금까지 지역 주민들의 교통수단인 선택권이 제한돼 ㈜대한관광리무진이 누리고 있는 독점적인 이익을 보호해야 할 필요성보다는 지역주민들의 교통수요를 충족하는 공익의 정도가 더 중요하다고 판단된다”며 전북도의 손을 들어줬던 1심 판결을 단단히 믿었던 게 잘못이었나 보다. 지역주민들로부터 곱지 않은 시선을 받고 있는 대한관광리무진버스는 이참에 좀 달라져야 한다. 공공서비스 기업은 사익만을 추구해서는 안 되며 지역주민과 함께하려는 공익가치를 중시해야 한다. 이를 위해 좀 더 빠르고 저렴한 운행 서비스를 위한 개선 노력을 해야 한다. 모든 사태의 원인 제공자는 20여 년 전 무기한 독점운행 허가를 내주고, 이번에 안이한 태도로 재판에 임해 대법원에서 판결이 뒤집어진 책임을 지고 있는 전북도이다. 전북도는 결자해지의 정신으로 더 이상 주민들의 불편과 불이익이 없도록 다각도의 대책을 세워주기 바란다.
/권혁남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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