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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글을 넘어 마음을 전하다

윤지선 전주 양지초 교사

1. 주제 다가서기

미국의 작가이자 문학비평가인 애너톨 브로야드는 “편지를 잘 쓰지 않는 이 시대에, 우리는 편지가 사람들의 삶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사실을 잊고 있다”고 했다.

사실, 편지는 오랜 과거부터 소통을 담당하는 매개체였다. 오늘날에는 편지 대신 문자 메세지나 SNS를 통해 빠르게 소통하고 더 자주 대화를 주고받을 수 있게 되었지만, 편지글만큼 깊이 생각하고 쓰지 않기 때문에 진정성에 있어서는 편지보다 못하다. 이번 시간에는 편지를 주제로 하여 옛 편지들이 전해주는 역사적 가치를 살펴보고자 한다. 또한 과거의 선비와 현대인의 편지에서 발견되는 공통된 가치는 무엇인지 찾아보고, 평소 전하지 못했던 마음을 담은 편지를 써보는 시간을 갖고자 한다.

 

2. 신문 읽기(자료 기사)

<읽기 자료1>

사랑의 손편지…추억 마라톤…어린이날이 달라집니다

매년 어린이날이 다가오면 부모들은 자녀에게 줄 ‘선물 고민’에 빠진다. 언젠가부터 한국 문화에서 ‘어린이날=선물 받는 날’이 돼 버렸기 때문이다. 직장맘 민주애 씨(37)도 올해 초등학교 2학년 아들과 5세 아들을 위한 선물을 사기 위해 여러 날을 고심했다. 민 씨는 “어린이날 시즌이 되면 인기 장난감은 대형마트에선 일찌감치 품절이고 온라인 쇼핑몰에서도 가격이 정상가의 두 배 가까이로 올라 골치가 아프다”며 “하지만 아이가 학교에 가면 친구들끼리 ‘누구는 뭐 받았대’라고 비교를 한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신경이 쓰이더라”고 토로했다.

●‘엄마 아빠의 손편지’ ‘좋은 추억’ 공유

어른도, 아이도 물질적인 어린이날에 익숙해진 상황에서 어린이날의 참뜻을 살릴 수는 없을까.

오은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선물을 주는 것이 나쁘다고는 볼 순 없지만 단순히 물건을 사서 전하는 행위에만 집중하는 게 문제”라며 “같은 선물을 사더라도 그 과정에서 무얼 하는지, 어떻게 살지 등을 논의하며 부모와 자녀가 상호작용하고 즐겁고 좋은 추억을 공유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오 전문의는 이어 “선물만큼이나 중요한 게 부모의 마음을 전하는 것”이라며 손 편지를 함께 쓸 것을 권했다. 부모가 매년 어린이날 자녀에게 쓴 손 편지를 버리지 말고 모아 두면 훗날 좋은 책이 된다는 것이다. 오 전문의는 “어릴 때 자신이 얼마나 사랑받는 존재였고 매년 부모들이 이렇게 좋은 말을 해줬다는 것을 알게 되면 사춘기를 보낼 때에도 큰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출처 : 동아일보 2019.5.2. 주예진·유원모 기자>

<읽기 자료2>

연암, 다산, 추사 그리고 편지

박물관 진열장에 큼직한 옛 책 한권이 놓였다. <연암선생 서간첩> . 겉봉에 ‘寄兒輩平書(기아배평서·아들에게 부치는 안부편지)’라고 쓰인 편지가 펼쳐져 있다. 안의현감 연암 박지원이 서울 사는 두 아들에게 보낸 편지다. 서체는 단정하다. 반듯하게 사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이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연암은 <아동기년> 이란 역사책을 지어 보낸다면서 동생과 함께 펼쳐보라고 충고한다. 그러면서 ‘나는 바쁜 관아 생활 중에서 글을 짓고 글씨도 쓴다면서 너희들은 뭐 하느냐’고 묻는다. 어영부영하다가는 곧바로 노년에 닥칠 것이라는 우려도 한다. 온통 자식 걱정이다. 마지막에 반전이 일어난다. “고추장 작은 단지 하나를 보내니 밥 먹을 때마다 챙겨 먹어라. 내 손수 담근 것인데 아직 익지는 않았다.” 편지 끝에 물목을 적었다. 육포 3첩, 감떡2첩, 고기장아찌 1통, 고추장 1단지.

연암은 서울로부터 수백 리 떨어진 안의에서 근무 중이었다. 부인과는 오래전에 사별했다. 장성한 자식들이지만 안심이 되지 않았다. 연암은 편지로써 다그치고 가르쳤다. 외직을 받아 자식과 떠나 있었지만, 교육에서는 아내의 몫까지 감당해야 했다.

연암 서간첩 옆에 다산 정약용이 부인의 치마를 잘라 만든 ‘하피첩’이 놓였다. 함께 걸린 ‘매화병제도’와 잘 어울린다. 편지 모음인 하피첩은 아들에게, 매화그림은 딸에게 주었다. (중략)

다산이 두 아들에게 준 편지에는 폐족의 자손으로 취해야 할 몸가짐, 교제법, 공부법 등을 담았다. 하피첩에 큰 글씨로 쓴 ‘경직의방(敬直義方·경으로써 마음을 바로잡고, 의로써 일처리를 올곧게 한다)’은 자신에게 준 교훈이자 다산의 좌우명이다. 다산은 하피첩을 쓴 뒤 8년이 지나 해배됐고, 고향에서 18년을 더 살았다.

추사 김정희는 한글을 모른 연암이나 알면서도 거의 사용하지 않은 다산과 달리 한글에 능숙했다. 부인과 며느리에게 보낸 한글 편지가 수십 통 남아있다. 추사의 한글 편지는 대부분 아내에 대한 염려로 채워져 있다. 때론 반찬 투정하는 철부지의 모습도 담겼다. 이번에 선보인 한글 편지들이 그렇다. 추사는 제주 유배지에서 부인의 부음을 들었다. 슬픔을 못 이겨 쓴 추모시가 애절하다. ‘어찌하면 월하노인 시켜 저승에 호소하여/내세에는 그대와 나 바꿔 태어날까/나 죽고 그대 천리 밖에 산다면/이 마음 이 슬픔을 그대가 알 터인데’(‘도망’·悼亡)

연암과 다산, 추사는 각각 문학, 학문, 서화 예술 방면에서 빛나는 우리 역사의 별이다. 그러나 일상은 보통 사람과 다를 바 없었다. 대가이기에 앞서 한 아들의 아버지였고, 한 아내의 남편이었다. 그들 역시 일하고, 쉬고, 사랑하고, 미워하며 살아갔다. 때로는 울고, 갈등하고 절망에 빠졌을 것이다. 그 일상에서 챙겨주고, 위로받으며 함께했던 이들은 다름 아닌 가족이었다. 그들은 자식에 자상했고 아내에게 따뜻했다. 박물관에 나온 정갈한 편지들이 이를 대변하고 있었다. 편지는 가족을 이어주는 메신저였다.

배려와 관심이 가족을 지키고 사회공동체를 이끈다. 삶을 만들어가는 것은 사건이 아니라 소소한 일상이다. 사소한 관심, 작은 진심으로 일상을 채워갈 때 바른 삶이 구축된다. 어린이날, 어버이날이 있는 가정의 달이다. 가족을 돌아보고 격려하는 5월이 되었으면 한다. <출처 : 경향신문 2019.5.2. 조윤찬 논설위원>

<읽기 자료3>

속초 설온 중학생들 인천본부 편지

현장까지 달려온 노고 감사 전해

“정말 위험하고 무서웠던 날 밤, 이 먼 곳까지 달려와 주신 소방관분들 감사합니다.”

지난 23일 인천소방본부에 편지 1통이 도착했다. 편지를 보낸 사람은 강원 속초시에 있는 설온 중학교 3학년 4반 학생들. 학생들은 A3용지 6장에 지난 4일 강원도 일대를 뒤덮은 산불을 진압하기 위해 투입된 소방관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담았다.

한 학생은 편지에서 “어두운 밤에 인천부터 속초까지 한걸음에 달려와 주신 인천 소방관분들, 비록 저희가 해드릴 수 있는 건 없지만, 이 편지를 통해 진심으로 감사함을 전하고 싶습니다”고 했다.

소방관에게 전해진 감사 편지는 일상생활로 돌아온 학생들이 화재 진압을 위해 전국에서 달려온 소방공무원들에게 고마움을 전달할 방법을 고민하다 이뤄졌다고 한다. 설온 중학교 555명의 전교생들은 학급별로 산불 진화를 위해 강원도를 찾은 소방서, 산림청 등 23곳에 손편지를 작성해 보냈다. 인천에서는 강원 고성 산불 진압을 위해 소방대원 139명, 소방차 51대가 지원을 나갔다.

학생들과 함께 ‘감사 편지 전달’을 기획한 황은숙 교사는 “전국에 있는 소방공무원들에게 감사 편지를 보낸 것은 전교생들이 직접 나서 고민하고 참여한 결과물”이라며 “산불 현장에서 고생하신 소방관 여러분들에게 학생들의 마음이 잘 전달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출처 : 경인일보 2019.4.25. 김태양 기자>

 

3. 생각 열기

▶ <읽기 자료1> 을 읽고, 오은영 전문의가 부모에게 제안한 것은 무엇인지 말해 봅시다.

▶ <읽기 자료2> 를 읽고, 연암, 다산, 추사 편지의 공통점은 무엇인지 이야기해봅시다.

▶ <읽기 자료3> 을 읽고, 조선 왕실의 한글 편지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을 정리해 봅시다.

▶ <읽기 자료3> 을 읽고, 조선 왕실 편지의 역사적 가치에 대해 이야기해봅시다.

 

4. 주제 관련 더 보기

▶ 손편지 / 서울신문 2015.5.2. 23면 황수정 논술위원

▶ 친서 외교 / 중앙일보 2018.8.6. 31면 김수정 논설위원

▶ 국립전주박물관 기획전

 

자녀들에 대한 정약용의 애정이 담긴 '하피첩', 보물 제1683-2호, 조선 1810년, 국립민속박물관.
자녀들에 대한 정약용의 애정이 담긴 '하피첩', 보물 제1683-2호, 조선 1810년, 국립민속박물관.

조선시대 선비의 편지글을 통해 선비들의 생각과 마음을 느낄 수 있는 전시가 국립전주박물관에서 4월 5일(금)부터 6월 9일(일)까지 열린다.

‘조선 선비문화’를 특성화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국립전주박물관이 마련한 이번 특별전에서는 70여 점의 편지글을 통해 조선 선비들의 우정과 사랑, 가족에 대한 애정까지 엿볼 수 있다.(전북일보 2019.4.5. 김태경 기자)

 

5. 생각 키우기

▶ 지금까지 자라오면서 함께 한 사람들이 많습니다. 가장 가까운 곳에서 함께 한 가족과 친구들, 그리고 선생님 등 여러분들이 있습니다. 평소 쑥스럽거나 기회가 없어서 전하지 못한 말이 있다면 그 마음을 담아 편지를 써 봅시다.

 

6. 학생글

<감사한 부모님께 사랑하는 마음을 담아>

저에게 한결같은 사랑을 주시는 부모님께

엄마, 아빠 안녕하세요? 저 혜원이에요.

오랜만에 부모님께 편지를 쓰는 것 같아요. 요즘 대화도 자주 하지 않고 방에만 들어가 있고 투정만 부려서 죄송해요. 전에 하신 말씀 중에 “사춘기가 되면 엄마랑 이야기도 자주 안한대.”라는 말이 꼭 저 같아서 부끄럽네요. 그래도 계속 대화하려 하시고 투정 부려도 봐주시고 제 고민도 들어주셔서 감사해요. 그리고 부모님께서는 언제나 저를 사랑해주고 존중해주시니 감사해요.

토요일 아침 제가 수영을 배울 수 있도록 보내주시느라 고생하시고, 제가 나쁜 길로 빠지지 않을까 염려하며 충고해주시는 마음도 정말 감사해요. 부모님께서 제게 주신 사랑 잊지 않고 꼭 효도할게요. 그리고 투정부리는 말보다 ‘사랑합니다, 고맙습니다, 노력할게요.’와 같은 좋은 말들을 부모님께 아끼지 않고 말하는 딸이 될게요. 지켜봐주세요!

딸 최혜원 올림

/전주양지초등학교 6학년 최혜원

 

<고마우신 선생님께>

선생님, 안녕하세요? 저 서안이에요.

5학년 때 정말 열심히, 바르게 자라도록 저를 가르쳐주셔서 감사합니다. 그 당시엔 귀찮고 힘들다고 생각했던 수업들이 지금은 꽤 많은 도움이 되고 있어요. 특히 NIE활동이 도움이 돼요. NIE수업에서 국어사전 찾기, 중심문장 찾기, 내 생각 정리하기 등의 활동이 쉽지 않았는데 지금은 쉽게 느껴져요. 또 체육시간에 수호천사 피구처럼 여러 가지 체육활동을 할 수 있어서 즐거웠고, 제가 좋아하던 미술시간에는 자유화 그리기 시간을 많이 주셔서 좋았어요. 이제는 5학년 1반이 아니라 2학년 1반 담임 선생님이 되셨지만 절대 잊지 않고 기억할게요. 그리고 앞으로 청소역할이 없는 날에는 선생님 반에 찾아가서 봉사활동을 할게요!

저를 가르쳐 주시고 재미있고 창의력을 키우는 활동을 많이 할 수 있도록 해주신 선생님, 다시 한 번 감사하고 사랑해요. 이 편지 잊지 말아주세요^^

선생님의 제자인 김서안 올림

/전주양지초등학교 6학년 김서안

 

<삼촌의 큰 사랑>

제가 한 살 때부터 외갓집에서 살다시피 했는데, 그때부터 지금까지 애정으로 키워주신 삼촌. 제가 잘못을 해도 덮고 넘어가주실 때도 있었죠. 보통 귀찮아하실 수 있는데 조카라고 너무 귀여워해주신 것 같아요.

이제 이사를 가게 되어 앞으로는 자주 못 뵐 것 같아요. 맨날 오다시피 해도 계속 오고 싶고 아쉬운 것은 왜 일까요? 물론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 같아요. 하지만 제일 큰 이유는 삼촌이 저에게 무한한 애정을 보여주시기 때문인 것 같아요.

보통 잡곡밥을 먹어도 제가 오면 좋아하는 쌀밥을 지어주시고 얇은 이불을 덮다가 제가 오면 두꺼운 것을 준비해주시고 간식이나 먹을 것도 아껴두었다가 저를 챙겨주시고... 이게 애정이 없으면 될 일이겠어요?

항상 저에게 친절하고 살갑게 대해 주셔서 감사해요. 외갓집에 올 때마다 좋은 일만 있는 것은 아니지만, 나쁜 일은 좋은 일에 비교하면 0.0001%도 안돼요. 매번 외갓집에 올 때마다 선물을 받는 것 같아요. 큰 사랑을 주시고, 제 꿈과 희망을 항상 응원해주시는 삼촌, 감사합니다.

조카 최재윤 올림

/전주양지초등학교 6학년 최재윤

 

<특별한 선생님, 코치 선생님께>

제게는 열 분도 넘는 선생님이 계셨는데 그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고 특별했던 선생님이 바로 코치님이세요. 선생님께서는 제게 ‘지금을 생각하지 말고 장기적으로 생각해라.’, ‘10명의 선생님이 있으면 사람마다 알려주는 것이 조금씩 다르다. 하지만 네가 생각해서 옳다고 여겨지는 것을 네 것으로 옮기면 된다.’며 저를 정신적으로 깨워주셨어요. 또한 육체적으로도 훈련을 시켜주시며 저를 키워주셨지요.

가끔 화를 내시면 무섭지만 항상 좋게 말씀해주시고 세밀한 것 하나 하나 신경 써 주시고 친근감 있게 대해 주시는 우리 코치님께 너무 감사드립니다.

코치님은 저를 일깨워 주셨고 저는 그로 인해 많은 것을 보고 배웠어요. 이런 말하기 쑥스럽지만 마음 놓고 한번 해볼게요. 비록 제가 선수가 될 확률은 아주 낮지만 코치님께 배운 것을 항상 머릿속에 담아두고 활용하여 꼭 성공해서 웃는 모습으로 코치님을 찾아뵐게요. 지켜봐주세요. 앞으로도 잘 부탁드릴게요. 감사하고 사랑해요.

코치님의 제자 김대성 올림

/전주양지초등학교 6학년 김대성

 

<사랑하는 엄마께>

사랑하는 우리 엄마, 제가 13살이 된 지금까지 사랑으로 키워주셔서 감사해요.

작년에 여수 워터파크에 가서 파도 수영장에서 놀고 있었을 때, 제가 너무 깊은 곳 까지 들어가는 바람에 발이 바닥에 닿지 않아 놀라고 있었지요. 다행히 구명조끼를 입고 있어서 물에 빠지진 않았지만 계속 물을 먹고 있었어요.

놀라서 아빠를 불렀지만 아빠는 동생을 보고 있어서 제 목소리를 듣지 못하고 계셨어요. 하지만 엄마는 제 목소리를 듣고 저를 구하러 그 깊은 곳까지 들어오셨지요. 그때 저는 엄마가 너무 용감해 보였어요. 물론 저를 구해주시고 꾸중을 하시긴 했지만, 저는 엄마가 너무 자랑스러웠어요. 그리고 엄마의 큰 사랑을 느낄 수 있었어요.

사랑하는 엄마, 엄마가 할머니가 될 때까지 저는 엄마의 사랑을 잊지 못할 거에요. 제가 크면 돈도 많이 벌고 엄마가 주신 사랑보다 몇 배나 더 많은 사랑을 드릴게요. 자랑스러운 우리 엄마, 엄마의 아들로 태어나서 너무 기뻐요. 사랑해요. 우리엄마!

아들 양광성 올림

/전주양지초등학교 6학년 양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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